이전비용 총액 제출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손해다?

평택미군기지와 정부의 거짓말 I-⑥



○ 정부는 2004년 협상 당시 미군기지 이전 협정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 없이 총액을 제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며, 총액을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고 주장하였음. 그러나 지금껏 최종 종합시설계획(MP)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총액 상한선도 없이 구체적인 비용항목도 없이 기지이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전비용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음.

○ 정부는 용산기지 이전비용 총액이나 상한선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용산기지 이전사업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전에 관한 원칙을 먼저 협정으로 맺고 이에 따라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논리를 폈음. 또한 상한선을 제시하면 이전 비용을 상한선에 맞추려 하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음.

○ 또한 국회는 예산 심의를 통해 비용을 통제할 수 있으며, 협정 비준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시설종합계획(MP)를 먼저 만드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이유를 대기도 했음.






* <용산기지 이전협정, 바로알고 논의하자> (2004. 10. 19 외통부 조약국장 정해웅)

– 용산기지이전협정에는 비용부담의 원칙만 규정되어 있고 총사업비 또는 소요예산의 상한선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 사업의 규모가 비교적 작을 때는 기본원칙과 세부사항을 모두 자세히 검토한 다음에 일괄해서 확정지을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이 아주 크고 복잡할 때, 특히 가변요소가 많은 사업을 추진할 때는 원칙을 먼저 정하고 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세부사항을 정해 내려가는 top-down 방식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고 때로는 불가피할 수도 있다. 독일 Rhein-Main 공군기지이전협정에는 어떻게 사업비 상한선이 명시될 수 있었을까?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은 Rhein-Main 공군기지 이전사업은 용산기지 이전사업에 비하면 규모가 작고 단순한 사업이기 때문에 소요예산 산정이 비교적 쉬웠을 것이라는 점이다. Rhein-Main 공군기지 이전사업비 상한선은 7.2억 마르크(약 4.7억 불)로서 용산기지이전 사업비의 1/8 내지 1/9 정도이다.

– 그럼 정부는 사업비가 얼마나 들지도 모른 채 사업에 착수한다는 것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국회는 헌법 제60조제1항에 따라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의 체결에 관하여 비준동의를 하는 권한을 가지며, 예산심의권을 통하여 조약을 이행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을 승인하는 권한을 가진다. 즉, 국회는 기획단계에서 ‘예비 MP’를 기초로 추산된 대략의 소용비용과 협정의 내용을 검토하여 조약 비준동의 여부를 결정하게 되며, 시행단계에서는 행정부가 제출하는 구체적인 예산안에 대해서 승인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용산기지이전협정은 이렇게 승인된 예산의 범위 내에서 이전사업을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최영진 외통부 차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진술 (2004. 12. 7)

– 용산기지 이전하면서 드는 비용을 추산을 제시할 수도 있고 또 한 가지 방법은 현물을 교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기지를 주고 이런 시설을 준다고 명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둘 중에 저희가 볼 때 대지하고 시설을 명시하는 게 절대적으로 좋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것이 정확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 의하면 대충의 금액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 약 4조 원이라고 말씀드린 게 바로 그거였고요.

– 금액으로 명백히 하면 어떤 결과가 일어나겠습니까? 어떤 산정치를 내놓을 경우 토지수매라든지 이전비용 같은 데서 거기에 최대한 맞추려고 할 겁니다. 그러면 우리한테 손해가 돌아오지요. 그리고 저희가 불확정한 금액을 산출했을 때 손해가 돌아올 뿐만 아니라 책임도 못 질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저희가 명백히 대지하고 시설을 전부 제시했습니다. 거기에 의해서 충분히 잠정치를 계산할 수 있는데, 이런 양당간의 선택을 놓고 볼 때 국가이익을 생각해서 후자를 택한 겁니다. 그게 4조 원이라고 말씀드린 것이고, 그것을 총액으로 제시하는 것은 두 가지 점에서 우리 국익에 위반됩니다.



○ 정부는 ‘용산기지 이전과 같은 큰 규모의 사업의 경우 원칙을 먼저 정하고 세부사항을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불가피하다’며 협상 기술 및 효율성 문제를 들어 협정안 비준 이전에 예산안을 제출 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음. 국회 역시 이에 대해 제대로 따지지 않았음. 그러나 이는 협상 상의 효율성을 이유로 헌법적 권한인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는 궤변임. 국민과 헌법이 부여한 예산심의권을 포기한 국회도 중대한 배임행위를 한 것임.

○ 정부는 매년 국회가 예산 승인권을 통해 기지이전비용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하고 있으나 국회가 한미간 합의사항에 제동을 걸거나 수정을 요구할 것을 기대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움.

○ 정부 주장대로 매년 국회가 예산 심의를 통해 실질적으로 이전 비용을 통제하기 위해서 국회의 요구에 따라 MP도 수정할 수 있어야 함. 그러나 협정안 어디에도 그러한 단서조항은 없음. 만일 국회의 MP 수정 요구가 있을 경우 정부는 협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라며 수정에 응하지 않거나 예산 원안 통과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음.

○ 막대한 이전비용이 투여되고 정부 또한 비용의 최소화에 노력했다고 주장했던 만큼 MP 등을 작성하여 소요예산에 대한 국회 검토를 거친 후에 기지이전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손해 보는 일이 아닐 것임.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임. 그러나 정부는 비용을 최대한 절감할 수 있는 방향에서 신중하게 미군기지이전을 추진하기 보다는 미군기지의 조속한 이전에 합의해주는데 급급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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