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통과 국방개혁법은 개혁 외면한 군비증강법

시민사회단체 비판적 의견제시 묵살, 정략적 담합에 의한 졸속처리

– 군살빼기 수준의 병력감축, 2020년 50만 병력유지 자체가 비현실적

– 맹목적인 군비증강론 채택,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지출과 상충

– 막연한 주변국 위협론에 근거한 군비증강, 평화지향의 한반도 생존전략과 상충

– 율곡사업의 낭비ㆍ부실 평가 없는 국방연구개발 증액, 군수재벌 배불리기 귀결 우려

지난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이하 국방법)이 통과되었다. 본회의 통과 전 법사위에서 법안의 명칭과 조문을 두고 논란이 있었으나 상비병력을 오는 2020년까지 50만 목표로 감축하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재래식 전력의 위협평가,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과 평화상태의 진전상황 등을 감안해 3년 단위로 목표수준을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가결되었다. 당초 정부는 3년 단위로 국내ㆍ외 안보정체 및 국방개혁 추진 실적을 분석ㆍ평가하여 그 결과를 기본계획에 반영한다는 내용이었으나 최종 입법단계에서 그와 같은 내용으로 변경 되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박순성 동국대교수)는 당초 정부입법으로 발의된 ‘국방개혁기본법안’이 단지 국방비 증액을 법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것에 불과하며 입법의 취지가 군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는 상세한 내용의 의견을 관련 국방부 및 국회 공청회에서 진술한 바 있고 별도의 의견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상임위인 국방위는 그러한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법안을 심의, 의결하여 법사위에 회부하였다. 국방위의 법안 심사가 얼마나 졸속적이고 기본에도 충실하지 못했는가는 법사위의 법률안 자구 심사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법사위는 법률안이 한시적 성격의 법에 기본법이라는 명칭을 부여한 점과 법조문 제4조(국방개혁에 소요되는 재원의 안정적 확보를 국가 의무로 규정하는 내용) 및 제5조(다른 법률을 만들 때 국방개혁법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가 각각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훼손하고 입법권을 침해하였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국방예산을 다른 국가재정 소요보다 우위에 두고 성역처럼 보호하려던 당초 입법 취지가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국방위의 정부 ‘봐주기식’ 의 형식적 법안 심사가 그나마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린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약간의 명칭변경과 법조문 5조의 삭제를 끝으로 더 이상의 심사가 이뤄지지 못한 채 정치적 타협에 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법안 통과과정에서 법사위에서 지적된 독소조항들은 참여연대가 국방위에 법안이 상정된 후 이미 수차례 제기하였던 문제점들 중 몇 가지에 불과하였다. 참여연대의 지적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방위는 여야 정략적 합의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겉치레식 법안 심사를 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재 이유와 위상을 훼손하고 말았다. 국민에게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안겨줄 장기간의 국방예산 확보를 법으로 보장하는 법안의 심사에 있어서 국회가 철저한 검증과 충분한 국민 여론 수렴을 거쳤다고 믿기 어려운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국방위뿐만 아니라 법사위 역시 그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참여연대는 정부의 관련법 제정을 앞두고 발표한 국방개혁에 관한 의견서에서 국방개혁을 위한 입법화가 필요하다면 우선 기존의 불요불급한 투자와 낭비요인의 제거가 선행되어야 하며 적정국방비 산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당분간 국방비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위협해석’에 있어서도 북한과 한반도 주변국의 위협에 대해서 군이 독점적인 위협해석을 통해서 지나치게 위기를 과장함으로써 전력증강 논리로 활용한다는 점을 비판하였다. 또한 불요불급한 무기체계의 개발과 관련하여 지난 율곡사업 등에서 나타났던 방만한 국방 R&D 투자의 문제점들에 대한 철저한 원인분석과 재발방지책이 제시되지 못한 채 국방개혁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적정병력 규모와 관련해서 통일 전 한국의 적정 병력 규모와 관련한 기존 연구 자료들은 대체로 30만명 내외를 적정규모로 보고 있으며 참여연대는 그 정도 병력 규모로도 방어 충분 전력을 확보하기에 충분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국방개혁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50만 명으로의 감축 목표는 2020년까지 인구의 자연감소분에 비춰볼 때 병력규모의 적정산출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와 같은 시민사회의 문제점 지적을 외면한 채 법의 형식을 빌려 추진되고 있는 국방개혁은 진정한 의미에서 개혁과는 거리가 먼 ‘군 이기주의’에 불과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국방개혁과 관련하여 국방개혁기본계획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621조원의 국방예산을 편성하고 방위력 개선비로 272조원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같은 계획은 가파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 복지수요 및 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이다.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대책 및 날로 심화되고 있는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국가재정의 특정 부분을 획일적으로 증액 보장하는 그와 같은 국방법의 제정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민사회의 이와 같은 문제 제기를 국회가 계속해서 외면하거나 그동안 보여준 무관심과 독선적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방법이 초래할 막중한 국민적 부담과 고통에 대해서 전적으로 국회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17대국회는 결자회지의 자세로 본 법률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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