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동의없이 주민생존권과 평화의 섬 비전 짓밟아서는 안돼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 발표

지난 주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해군기지 건설관련 로드맵 발표에 이은 김장수 국방부 장관의 해군기지 건설 강행 입장을 둘러싸고 제주 도정과 도민들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군 당국과 제주 도정이 미래의 안보위협과 모호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며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난 해 12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전국 평화활동가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힌 바 있는 우리는 제주도가 과거 폭력과 고통의 기억을 한반도 평화의 동력으로 승화시키는 온전한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이 같은 군 당국의 밀어붙이기식 군사기지 건설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는 바이다.

먼저 우리는 “정부 공식입장이 발표되면 조만간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기지건설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제주 도지사의 발표와 이에 화답하듯 국방부 장관이 제주도를 방문하여 기지건설 입장을 발표한 것은 제주 도민들을 우롱하는 처사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태환 도지사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로드맵에 따르면 제주도민 1500명과 잠정적인 기지유치 해당지역주민을 5%가량 표본 추출하여 여론조사를 실시하되, 그 결과 찬성의견이 많으면 해당지역주민의 찬반과 상관없이 ‘찬성의견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지역’을 기지건설지로 선정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국방부 장관은 기지건설 지역을 국방부가 결정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비쳤다.

이는 결코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방식이나 절차라고 할 수 없다. 주민들의 동의를 구한 뒤에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제주 도정과 군 당국의 기존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제주 도민들은 해군기지 건설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월 도민대토론회가 열린 직후 이루어진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도민 71.5%는 여전히 해군기지와 관련한 정보제공이 미흡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군기지 건설이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주민동의 여부는 결정적인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주민 개개인과 지역의 이해보다는 국가의 이해와 군사안보 논리가 우선해야 한다는 그릇된 논리로 주민들이 기지건설을 수용하도록 강제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군 당국이 제주에 당장 해군기지가 들어서지 않으면 해양세력으로부터 심각한 위협에 처하게 될 것처럼 호도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군 당국은 주변국들의 군사력은 안보위협이라고 규정하면서, 제주의 진정한 평화는 군사력으로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것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협력을 증진시킨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 안보딜레마를 고려하지 않는 전형적인 안보논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주변국의 군비증강이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 있듯이 제주의 군사기지 역시 주변국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은 평화의 섬 제주도가 또 다른 군비경쟁과 군사적 긴장 한가운데 위치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군 당국은 도민들의 생존권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해군기지의 존재가 제주도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온다고 무책임하게 말해서는 안 된다.

반면 군 당국은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과장된 군사적 논리를 내세우지만 군사기지 건설에 따르는 근거있는 우려와 의혹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외면하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은 제주도 군사기지화의 시작일 뿐 공군기지, 그리고 탄약고와 무기고를 위한 병참기지의 건설로 이어질 수 있으며 본토와 멀리 떨어진 제주해군기지의 군사적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이를 보호할 군사시설을 현지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해 12월만 하더라도 해군은 공군의 탐색구조부대의 구체적인 규모 등은 결정된 바 없으며 논의단계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국방부 장관이 최근 공군의 탐색구조대를 반드시 제주도에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직접 밝힌 것도 이러한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공군의 탐색구조부대는 공군전략기지 건설이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자 기지 목적을 일부 변경한 것에 불과하며, 이는 공군전략기지가 제주도에 들어서기 위한 수순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군 당국도 인정하고 있듯이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군사훈련 중인 미 측 함대가 기항할 수 있다. 문제는 기항하는 미군 함대가 중 핵 잠수함, 전략잠수함만은 예외라고 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해상에서 공동작전 범위를 더욱 확장하기 위한 한국군과 미군의 공세적 군사훈련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해군기지가 미군기지용도가 아니라 하더라도 군사기지 이용에 대한 미 측의 요구가 있을 때 군 당국이 이를 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어렵다. 이는 지난 주한미군 재배치 협상 과정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으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그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더욱이 해군 측이 해군기지를 건설하면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주장하는 것 역시 근거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군사기지가 들어섬으로써 해당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되었다는 것은 검증된 바 없으며, 일부 단기적 이익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피해지역 주민들 및 선주민들의 이익이 될 것으로 보장하기도 어렵다. 도리어 장기적으로는 지역경제에 걸림돌 된다는 것이 다른 기지도시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과 제주 도정은 이러한 모든 우려와 의혹들을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부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또한 제주 도민들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않은 채 도민들의 반발을 공권력을 동원해 무차별 강제연행하는 식으로 대응하였다. 모두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다시 한 번 강조컨대 군 당국과 제주도정은 더 이상 밀어붙이기식으로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해서는 안된다. 특히 기지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 주장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한 토론과 대화가 선행되는 것이 타당하다. 일부 도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기지건설 여부를 결정하고 해당 지역 주민들 의사를 무시한 채 기지건설지역을 선정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주 도민들의 충분한 동의기반 없이 주민들의 생존권과 평화의 섬 제주의 미래 비전을 이런 식으로 짓밟아서는 안 된다.

2007.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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