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2-04-21   1345

한국, 미국, 일본에서 함께 울린 “반전평화”의 외침

팔레스타인 학살규탄, 테러방지법·F-15K반대 “반전평화대회”

전국민중연대가 주최하고 참여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등 27개 인권·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한 ‘테러방지법 저지와 F-15K선정 철회를 위한 반전평화대회(이하 반전평화대회)’가 20일 오후 3시 30분 종로 탑골공원 앞에서 개최되었다. 또한 대회의 사전집회로서 112주년 메이데이 참가단, 참여연대 등 6개 단체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 반대’ 네 번째 집회를 3시 30분부터 1시간 가량 가졌다.

오늘 반전평화대회는 미국 워싱턴, 샌프란시스코와 일본 동경에서 같은 취지의 집회와 함께 동시에 개최되었다. 이들 역시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시민의 자유권 수호 등을 중심으로한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자통협의 홍근수 목사는 이날 민족의 자주성 회복을 호소했다.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이하 자통협)의 상임의장 홍근수 목사의 개회사로 시작한 이스라엘 규탄집회에서는 각 대학에서 온 학생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하나된 몸짓을 볼 수 있었다. 홍 목사는 이 자리에서 “다른 나라의 문제가 뭐가 급하냐고 힐난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지구상의 모든 문제는 서로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라며 말을 꺼냈다.

“중동의 급박한 상황은 미국의 세계정책의 일환으로 자행한 일이다. 이스라엘을 통해서는 중동지역을, 일본을 통해서는 전 아시아 지배의 야욕을 품고 있는 미국을 규탄한다”고 말한 그는 “중동문제는 결코 고립된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의 장유식 변호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통점은 둘 다 ‘왕따’라는 점이다. 그런데 ‘힘있는 왕따’라는 사실에 그 힘 앞에 모두들 무릎을 꿇고 있다”고 지적한 그는 “하지만 이들 모두 세계로부터 고립되고 있는 중”이라며 “세계는 절대로 이를 묵인하거나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의 평화를 위한 연대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학살반대집회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학살중단 △점령지에서의 정착촌 건설중단 및 철수 △팔레스타인에 대한 의약품, 식량 등 제공 △팔레스타인인들의 귀환권 보장 요구 등과 함께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지원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곽지혜 씨(24,성신여대 정외과)는 “팔레스타인의 학살문제가 국내에서도 쟁점화 되고 있는데 이렇게 직접적이고 조직적인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팔레스타인의 자유권이 하루빨리 보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반전평화대회에는 수많은 대학생 및 시민들이 참가하여 한 목소리를 냈다.

우리는 전쟁도 테러도 반대한다!

4시 30분에 시작한 본 대회, 반전평화대회는 오종열 전국민중연대 상임의장이 개회사를 발표했다. 그는 “테러방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테러의 정의대로라면 생존권을 빼앗긴 노동자와 농민이 내는 목소리들 모두가 테러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을 정부는 어물쩡 넘기려고 하고 있다. “며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자들은 다름 아닌 권력을 쥔 자들인데 그들이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자들을 잡는다며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는 또한 “어제 결국 F-15K가 선정됐다. 고물덩어리를 5조 8천억 원에 들여오는 데도 국방부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며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우리는 전쟁도 테러도 반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이 이 땅에서 물러나면 된다”고 소리를 높였다.

▲ 인권실천시민연대의 오창익 사무국장이 테러방지법 저지를 촉구하고 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정보기관이었던 역대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그리고 현재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모두 그 이름에 상관없이 우리 국민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었는가”라고 물으며 “살인범을 훌륭한 사업가로 만들고 온갖 비리에 연루된 비밀정보기관은 국민에게 고통만을 주었다”고 일갈했다.

그는 “54년 동안 수십만의 피해자를 낳은 국보법도 모자라 국정원이 사활을 걸고 덤벼들고 있는 테러방지법의 목적은 국정원의 국정장악과 민중에 대한 일상적 인권억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동시에 반전평화대회를 벌인 일본 동경의 ‘세계인과 함께 하는 전쟁반대 집회’로부터 전달된 연대글이 소개되기도 했다. 주된 내용은 “일본의 고이즈미 정권이 ‘전시대비입법(유사법제. 외부로부터 무력공격 받았을 경우를 상정해 자위대 권한 규정)’ 통과를 기도함으로써 언제든지 즉각 전쟁을 벌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 전쟁법을 반대하기 위해 일본 국민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아시아 운동단체가 함께 싸워주길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대회에서 규탄발언을 한 모든 연사들은 정부의 줏대 없는 태도와 미국의 오만한 간섭과 압력에 대해 격앙된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탑골공원 앞에 모인 200여명의 학생 및 시민들 역시 “민족자주를 쟁취하라”는 연호를 할 때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역시 결의문을 통해 반전평화대회는 △F-X외압의혹 진상규명 및 F-15K선정철회 △테러방지법 제정 중단 △팔레스타인의 학살중단 △일본 유사법제의 제정 및 군사대국화 반대 등을 요구했다.

대회를 마치고 만난 홍근수 목사는 “1년도 채 남지 않은 정권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발전소 민영화, F-15K선정, 테러방지법 제정 등은 미국의 강압에 의한 것이다. 이것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민족자주와 민주화합, 민족 통일을 부정하는 행위이다”라며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가운데 정부가 강행하는 것은 절대로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고 못박았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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