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6-25   847

국정원 피랍사실 과연 몰랐나?

감사원 조사로는 역부족, 국정조사 병행해야

1. AP 통신사가 김선일씨 비디오를 공개한 이후, 이와 관련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외교통상부측과 AP 통신사간의 공방으로 문제가 좁혀지고 있는 형상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누가 전화를 받았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대외 정보체계 전반의 조직적인 은폐 의혹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정보 전담기구인 국가정보원의 개입과 은폐의혹은 반드시 조사되어야 할 부분이다.

2. 국가정보원은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대외경제정보와 대테러정보 수집에 집중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런 운영기조대로라면 국정원은 이라크 내에서의 테러조직 동향과 교민들의 안전문제에 집중해 왔을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한국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내겠다고 밝혀왔고, 저항세력들은 미군에 동조하는 세력들에 대한 공격을 공언해 왔을 뿐 아니라 이라크는 주권이양을 앞두고 최악의 테러공격이 감행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고 김선일씨 피랍을 둘러싸고 밝혀진 상황을 살펴본다면 국정원이 정보수집 활동에 실패한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많은 국민들이 이것을 단순한 실패로만 보지 않고, 국정원의 조직적인 은폐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3. 여러 정황상 국정원과 김천호 사장과의 연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어제 국회 증언과정에서 고 김선일씨의 피랍기간 동안 김천호 사장이 4차례에 걸쳐 한국대사관을 방문했다고 했고, 대사관에는 국가정보원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KOTRA 이라크 현지 동향 주간보고’를 보면 김천호 사장이 KOTRA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도 확인되고 있는데, KOTRA와 국정원은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천호 사장은 자신의 직원을 구출하기 위해 수 차례에 걸쳐 납치 조직과 협상을 진행해왔고, 피랍사실에 대해 20여명에 달하는 가나무역 직원은 물론이고 상당수 현지 교민도 알고 있었는데, 국가정보원이 이를 몰랐다는 점은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우리는 더 이상 이와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의혹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4. 청와대는 오늘 아침 감사원의 조사범위에 국가정보원을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껏 감사원이 국정원을 제대로 조사한 경우는 없다. 우리는 이번에도 감사원이 국정원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따라서 감사원 조사와 더불어 국회차원에서의 국정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 문제는 파병논란을 떠나서 정권의 도덕성과 연결된 문제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이런 국민적 의혹규명을 위해 국정조사에 즉각 착수해야 할 것이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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