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8-09-16   2715

[2008 아프간 모니터 ⑤] 미군과 연합군의 무차별적 공습으로 민간인 희생자 속출

애석하게도 이제 9월 11일은 세계인에게 ‘전쟁’을 연상하기 가장 좋은 날이 되었다. 이미 역사적 용어가 된 ‘9.11’이지만, 그 날 이후의 전쟁사는 역사가 아닌 현재이다. 아프간 사람들에게 ‘그 날부터 시작된’ 비극은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고, 9월 11일의 공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늘어가는 아프간 민간인 사망자

지난 8월 22일, UN 감시단의 보고에 따르면 연합군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급습으로 90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지난 아프가니스탄 모니터링 기사를 통해 이와 같은 민간인 사상과 현지의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비단 이번 사고만이 아니라 최근 아프간에서는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아프간 주민들은 그 책임이 미국에 있음을 강조한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의 고위 관계자인 아지미 장군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의 사람들은 더 이상 이와 같은 상황을 참지 못한다”고 분개하면서, “미국 주도의 연합군은 현지의 아프간 정부군과도 제대로 협력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작전 수행 방식을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uman Rights Watch)는 2008년 9월, 아프간에서 미군과 나토군을 포함한 연합군의 공습으로 인해 민간인 사망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아프간의 교전상황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연합군은 공습 위주의 전투행위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연합군의 공습으로 2007년에 사망한 민간인은 321명으로, 2006년의 116명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올해 상반기의 사망자 수는 이미 지난해의 사망자 수를 넘는 540명으로, 올해 말까지 이르면 사망자 수는 더욱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이러한 무차별적 공습의 결과는 그 자리에서 민간인들이 사망하는 즉각적인 피해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국내 피난민들을 대량 발생시켜 빈곤의 악순환까지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 휴먼라이츠와치 보고서
200809-아프간공습보고서-휴먼라이츠와치.pdf

 

 

아프간 여론 급랭, 테러 위험 더욱 늘어

 

 

공습과 민간인 살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아프간 주민들의 연합군에 대한 시각은 곱지 않다. 현지인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아프간 대통령이 공습의 피해를 입은 서부 헤라트 지역을 방문할 정도다. ([AFP 통신] 9월 4일 보도) 그러나 미군의 무성의한 태도로 인해 현지의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미군이 민간인 사상자 수를 축소하여 발표하는 등 사과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자,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지난 8일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민간인들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AFP 통신 9월 4일자 http://afp.google.com/article/ALeqM5g5dy53Ei3Vwz-LuiVgaetpw1UF7Q,

관련 동영상 보기
http://mbn.mk.co.kr/news/newsRead.php?vodCode=379976&category=mbn00008)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연합군들도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9월 3일에는 나토의 국제치안지원군(ISAF) 소속 캐나다 군인 3명이 아프간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6일에는 남부 지방에서 경찰청에 대한 테러도 일어났다. 이 외에도 의료지원 인력이 목숨을 잃는 등 수많은 테러가 발생, 아프간의 현지 분위기는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요지부동 부시 행정부, 오바마-매케인도 적극적 '변화' 의지 없어

부시 행정부는 오히려 군대를 증파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방대학의 연설에서 아프간에 4500명의 병력을 증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터는 이 연설이 아프간과 이라크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대통령이 이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조심스럽게 차기 미국 행정부의 대 아프가니스탄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을 전망해본다면 어떨까? 그 대답은 회의적이다. 공화-민주 양당의 대선 후보인 매케인과 오바마의 ‘변화’는 아프간에는 해당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매케인 후보는 그의 선거 홈페이지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와 테러리즘에 대한 싸움(Fighting Against Violent Islamic Extremists and Terrorist Tactics)을 이어나갈 것임을 밝혔다. 적(enemy)을 응징하고 ‘자유롭고 강력한 미국’을 유지하겠다는 매케인의 의지는 오히려 아프간의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다. 그것은 이미 부시 행정부에 경험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어쩌면 이와 같은 예측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바마의 경우, 대외적으로는 이라크 전쟁의 종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오바마의 의지가 아프간의 평화를 가져올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오바마는 그의 선거 홈페이지(http://origin.barackobama.com/issues/iraq/)에서, 탈레반이 아프간 남부에서 다시 등장했고, 알카에다가 아프간에서 다시 미국을 공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바마는 “이라크 병력이 아프가니스탄의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이용되어야 한다”고 밝힌다. 민주당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아프간에 보다 많은 자원(resource)을 투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와 같은 의혹을 더욱 강화시킨다.

 

오바마는 [뉴욕타임즈]의 “My Plan for Iraq”를 통해 자신의 이라크 정책을 밝혔다. (그의 선거 홈페이지에서조차, ‘이라크 정책’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읽기를 권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 오바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새로운 정책을 추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소한 두 개의 추가 전투 부대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우리의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파견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 곳(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더 많은 군대와 더 많은 헬리콥터와, 더 많은 비군사적 원조를 필요로 합니다”

이와 같은 ‘불길한 추측’이 옳다면 오바마는 ‘평화’를 위한 이라크 철군이 아닌 ‘효율적인 테러와의 전쟁 수행’을 위한 이라크 철군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5월부터 아프가니스탄의 민간인 사망자 수가 이라크의 그것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의 ‘세계 평화 구상’에서 아예 소외되어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미래가 더욱 암울한 이유다. ‘변화’가 화두인 미국 대선에서, 미국인의 선택은 ‘오바마 혹은 매케인’이지만 아프간 민중들에게는 ‘전쟁 그리고 전쟁’일 따름이다.   

:: 임우섭 (평화군축센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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