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집]전략동맹이 한미동맹의 미래?


미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4월 16일)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의 비전으로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 동맹의 3대 지향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21세기의 새로운 국제환경에 직면해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 그리고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마스터플랜을 짜야 하며 그것은 바로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으로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이러한 가치의 공감대 위에 군사, 정치외교, 경제, 사회, 문화 등 포괄적인 분야에서 서로 공유하는 이익을 확대해 나가면서 신뢰동맹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한미FTA의 조속히 발효를 강조하였다. 또한 한미 양국의 긴밀한 공조가 한반도 긴장완화와 동아시아 신뢰구축, 다자간 네트워크 구축의 기반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한미동맹은 동아시아 및 범세계적 차원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함으로써 국제평화 구축에 기여하는 평화구축 동맹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양국의 가장 중요한 도전은 북한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이러한 전략동맹이 한미동맹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군사분야 이외 경제사회적 분야로까지 확대된 동맹으로 가는 것이, 그리고 미국과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과연 한반도 긴장완화와 동아시아에서의 협력안보 구축 그리고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길인가. 그것에 앞서 미국과 공유할 수 있는 전략적 목표와 이익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 내 논의가 있었던가.


지난 4월 14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서는 ‘전략동맹, 한미동맹의 미래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날 토론회는 한미동맹 미래를 논하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한미동맹의 방향이 동아시아지역에서의 다자협력과 공존 가능한지 토론하는 자리였다.



동맹의 전략적 목표는 무엇인가

 ‘한미관계의 현황과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한 전재성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고 있는 미국이 최근 확인되듯 한미경제관계 강화, 한국의 PSI가입과 MD 공동연구 개시, 파병 등을 요구해 올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현재 전임 정부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국방외교통일 분야에서 각자 조율되지 않은 입장들이 나오고 있는데 아마도 한미정상회담 이후에나 현 정부의 구상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보았다. 


전재성 교수는 미 대선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미정책을 수립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섣부르게 대미편향적 정책으로 일관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 결과는 MD 등 한국이 미국 편향으로 갈 것을 우려하는 중국에게 중요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무엇보다 대미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우선 동맹의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기 위해 충분히 전략대화를 하고, 그것이 한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하는지 논의한 다음에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대미정책의 전략적 목표 없이 사안별로 접근하였다고 평가한 전재성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게서도 그러한 전략적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또 다른 발표자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의 최태욱 교수는 ‘한미FTA, 한미동맹, 동아시아 지역주의’라는 주제의 글을 통해 한미 FTA가 아시아 지역협력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는 요지의 발제를 하였다. 아직까지 기능적 경제통합이 제도화가 안 된 상황에서도 동아시아 (경제적)지역주의가 상당히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한 최태욱 교수는 미국이 이들 동아시아 국가들과 양자FTA를 맺어 동아시아 역내 관계를 미국 중심의 ‘바퀴통’(Hub)과 ’바퀴살‘(Spokes)구조로 만들고 있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한미FTA협상내용은 미국식 자유경제체제를 촉진시킬 것이며, 이러한 ‘미국화 효과’는 동아시아 국가들을 전체적으로 동화시켜, 향후 독자적 지역공동체로서의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태욱 교수는 EU를 사례로 들면서, 경제와 안보 영역을 분리하여 미국의 역내 영향력을 보장해주는 지역다자안보협력체를 제도화하는 한편, 경제적으로는 동아시아 지역 공동체로 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보았다.


세종연구소 연구실장인 이상현 토론자는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고자 하는 한미동맹은 한층 높은 차원의 포괄적 전략동맹론으로 볼 수 있다면서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동맹 등 크게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그것은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발표한 내용과 동일하다. 이상현 연구실장은 이러한 가치동맹 추구가 북인권 문제, 테러와의 전쟁 등에 대한 한국이 동참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정부로서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한미관계 강화가 한중관계 위축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제는 한미동맹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구갑우 교수 역시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 독트린이 보이지 않고 있으며, 북핵 해결과정에 대한 한미간의 이견을 볼 때 김영삼 정부의 정책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였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한미일 삼각동맹체제는 과거 냉전시대 세력균형 방식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의견을 밝히면서, 오히려 북핵 폐기 과정을 염두에 두면서 한미동맹을 보다 유연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구체적으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이나 폐기도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미 FTA가 미국을 중심에 둔 동아시아 분할 구조를 형성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강조한 것에 대해 ‘사회적 동아시아’라는 문제의식 없이 동아시아 지역주의가 타당하겠느냐는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인 홍기빈 토론자는 정부의 금융허브 정책과 전략적 유연성의 연계에 주목했다. 미국에게 FTA, 금융허브 등은 경제적 논리보다는 군사안보적 논리가 크게 작동하고 있는데, 즉 군사 영역에서의 전략적 유연성과 유사하게 한국을 ‘말뚝국가’로 기능하는 국가로 만들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기빈 박사는 한국은 금융허브 정책을 추진할 만한 여건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의 ‘샌드위치 위기론’ 역시 허구라고 주장했다.

또한 중동에서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에 따라 산업구조 변화를 겪어 온 이스라엘과 비교하며, 동아시아에서의 한국 역시 지정학적으로 예민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금융허브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얼마든지 국제자본의 흐름을 무기화하여 군사 분야의 전략적 유연성과 유사한 가능을 하도록 하겠다는 시도라고 주장하였다.


숭실대 외교학과 이정철 교수는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여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지역주의 논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안보와 경제를 통합하는 지역주의를 고민해야 한다는 이견을 제시했다. 또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북핵문제’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북한문제’로 접근했다면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문제’에 대한 공통의 입장 도출보다는 ‘북핵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정도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활성화시키지 못하는 틀을 고집하면서 과도하게 북한문제에 집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하며, 그렇지 않는다면 6자회담에서 한국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각주구검[刻舟求劍]. 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함택영 교수가 한 말이다.(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칼을 물 속에 빠뜨렸다. 그러자 칼을 빠뜨린 뱃전에 칼자국을 내어 표시를 해 두었다가 배가 언덕에 와 닿자 칼자국이 있는 뱃전 밑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네이버 백과사전)) 이명박 정부가 ‘동맹의 복원’을 내세우면서 과거의 ‘한미동맹’을 찾는 데만 급급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한 말이다.


오늘 이명박 정부가 동맹의 미래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복원’에 집착하는 한 그것은 전혀 새로운 미래가 아닐 것이다. 과거의 한미동맹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동맹의 유연화를 말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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