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0-08-10   2134

[기고] 중국의 외교공세 읽는 법


 


다음 글은 2010년 8월 5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정동칼럼’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8042132005&code=990308


 


이남주|성공회대 교수·중국학



7월 말 진행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이례적이었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자신의 앞마당과 같은 서해로 진입하는 것에 대한 중국의 거부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애초 우리 정부가 앞장서 서해훈련에 미국의 항공모함이 참여한다고 밝힌 것이 적절하지 못했다. 한국이 중국에 대해 미국의 힘 과시를 돕고 조장한 격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의 요구대로 미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중국이 서해의 한·미 군사훈련 자체를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외교부 대변인은 물론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 등까지 반복해 천명한 것은 보기 드문 반응이다.


국제사회의 대우에 불만인 중국


중국은 이 사태에 대해 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7월 중순에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 영토분쟁이 있는 남중국해 문제가 미국의 국익과 관련된 문제라고 주장했다.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이 제기한 ‘행동원칙의 제정’을 논의 주제로 삼으려 시도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의 반응은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졌다. 중국은 서해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겨냥한 훈련을 진행했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의 3대 함대가 모두 참여한 대규모 훈련을 했다.


동아시아에서 군사 훈련의 악순환이 출현하고 이에 따라 국지적으로 군사적 긴장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군사 충돌을 유발하는 행동에 앞장서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국내의 경제 발전과 정치 안정이 우선적 목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공세적 태도 뒤에서 작용하고 있는 심리는 읽어낼 필요가 있다. 외부의 시각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중국 스스로는 개혁·개방 이후 경제발전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온건한 정책을 펼쳐왔고 상당한 양보를 해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제사회에서 그에 맞는 대우를 받고자 하는 욕망도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주변 국가들이 중국의 국력에 어울리는 대우를 해주기보다 미국이라는 지렛대를 믿고 중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계속 하고 있다고 중국은 느끼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이번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중국이 강경하게 대응한 것도 이러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 평화의 중재자 전략을


실제로 중국 내에서는 주변국들의 중국에 대한 무시가 더 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힘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중국이 당장 주변국들에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 내에서 군사력 강화를 요구하는 주장들은 높아질 것이고 군사력 증강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 군부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 중국 군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영향력도 더 증가할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아시아 해역에서 미국의 항공모함이 아니라 중국의 항공모함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


현재 동아시아 국가들에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강대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라는 어려운 숙제가 있다. 어느 한 쪽과의 관계가 다른 한 쪽과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최근에는 미국이라는 변수가 중국의 과민반응을 부르고 중국과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문제가 더욱 뚜렷하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할 때 중국이 한국을 중시할 것이라는, 즉 중국을 한·미동맹의 변수로만 간주하는 논리에 입각한 기존 외교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강경 대응에 한 발 물러서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이 갈등의 조장자가 아니라 평화의 중재자가 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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