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13-11-06   2650

[죽음의 거래를 멈춰라 ⑥] ‘자랑스런’ 한국산 최루탄, 바레인을 울린다

2013 ADEX(무기전시회) 개최시기에 맞춰 <오마이뉴스>와 ‘평화군축박람회 준비위원회’는 무기산업이 초래하는 비윤리성과 인명살상, 군비경쟁의 문제점을 환기시키고 정부의 방위산업 육성 정책을 비판하고자  ‘죽음의 거래를 멈춰라’ 칼럼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한국 무기산업의 역사, 해외의 무기전시회 대응 캠페인 사례, 무기전시회 평화적 관람팁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무기산업을 바라보는 평화적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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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한국산 최루탄, 바레인을 울린다

[죽음의 거래를 멈춰라 ⑥] 무기거래조약이 필요한 까닭

최하늬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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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위사업청 앞, 한국산 최루탄 수출 중단 촉구 기자회견.
ⓒ 평화군축박람회 준비위원회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서울 ADEX 2013에는 주요 무기수출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 33개국에서 약 330개 업체가 참여했다. 전시된 수많은 무기 중에는 대표적인 비인도무기인 확산탄(Cluster Bombs)과 드론(Drone)부터 이미 심각한 인권침해에 사용되었던 재래식 무기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전시회의 작은 한켠에는 한국 기업이 ‘덜 치명적인’ 무기인 최루탄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터키와 바레인에서 폭력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사용되어 수십 명의 사망자와 부상자를 낳게 한 무기이다.

브라이언 우드(Brian Wood) 국제앰네스티 ‘무기통제와 인권(Head of Arms Control and Human Rights)’ 팀장은 지난 2월 아부다비에서 열렸던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무기 박람회에서 “정부는 법치와 인권이 존중받도록 하는 대신 무기를 생산하는 기업의 끊임없는 상업적 압력과 정부의 편협한 국익을 우선시했다”고 지적하면서, “바로 이것이 강력한 무기거래조약이 필요한 제일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조약이 거래된 무기가 인권침해에 쓰일 위험이 있는 것이 예상될 때 거래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랑스러운” 한국산 최루탄, 바레인과 터키에서 어떻게 쓰였나 

지난 10월 31일 오전 11시, 방위사업청 앞에서 한국산 최루탄의 바레인 수출 허가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31개의 시민·인권·평화 단체가 한곳에 모여 “자랑스러운” 한국산 최루탄이 다른 국가에 공급되어 얼마나 심각한 인권침해에 사용되고 있는지를 낱낱이 밝히는 장이 되었다. 바레인과 터키 당국이 ‘덜 치명적’이라고 하는 최루탄을 사람들의 머리와 몸을 향해 곧바로 발포하거나, 이를 무차별적으로 남용하고 있어 한국산 최루탄은 이들에게 ‘매우 치명적인’ 무기가 되었다. 수십 명이 사망하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외교부, 경찰청, 방위사업청에 한국산 최루탄이 바레인으로 수출되는 것에 대한 질의서를 발송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루탄 수출 허가는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아래 총단법)’ 제 9조에 의거하며, 적법한 생산여부 등을 심사해 수출을 허가했다고 한다. 또한 “바레인에서 최루탄의 남용으로 인권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총단법은 국내법으로써 국내 공공의 안전을 보호법익으로 하며, 국제적 인권상황을 동 법령으로 규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결국, 국내의 ‘공공 안전’을 유지하는 데에는 이바지하겠지만, 해외의 ‘공공 안전’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바레인과 터키에서 사람을 죽이는 데에 한국산 최루탄이 사용되는 것은 심정적으로는 안타깝지만, 법적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 무기를 생산할 때 이 무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현재 존재하는 국내법으로는 무기가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쓰인다고 해도 막을 방법이 명확히 나와 있지도 않다. 바로 이런 이유로, 국제 사회는 지난 20년 동안 무기거래조약 제정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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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뉴욕 본부 앞 조형물 ‘매듭지어진 총(Knotted Gun)’
ⓒ Mira66

 

고삐 풀린 무기거래 규제할 수 있는, 무기거래조약 탄생

1990년대 초, 영국 런던의 한 작은 사무실에서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해 NGO 활동가, 변호사 몇몇이 모여 인권과 국제법을 존중하는 무기거래에 대한 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그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는 무기수출이나 판매에 대한 행동강령 등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조약의 부재로 무기거래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지 않았고, 이에 2003년 국제앰네스티, 옥스팜(Oxfam), 소형무기국제행동네트워크(IANSA)가 공동으로 ‘무기거래통제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후 ‘무책임한 무기거래’의 문제점을 각 국가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알려내기 시작했다. 처음 이 캠페인을 할 때만 해도 각 정부부처에서는 ‘지극히 이상적인 NGO의 생각’이라며 활동가들에게 조소를 던졌다고 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캠페인의 결과, 베일에 숨겨져 있는 무책임한 무기 거래가 그 실체를 드러내면서 세계 시민들은 그동안 치명적인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무기거래조약 제정에 대한 회의가 유엔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안타깝게도 이때는 미국의 반대로 조약 체결이 무산되었다. 곧 2013년 3월 유엔 무기거래조약 최종회의가 열흘간 진행되었다.

사실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국이 모두 주요 무기수출국이었기 때문에, 이들이 만장일치적인 합의로 무기거래조약을 체결하기란 어려웠고, 이후 열린 4월 유엔 특별 세션에서 압도적인 지지(찬성 155, 기권 22, 반대 3)로 마침내 역사상 최초로 재래식 무기의 국제이전을 규제할 수 있는 기준이 세워졌다. 덧붙이자면 한국 역시 조약 체결에 찬성표를 던졌고, 우리 외교부는 이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무기거래조약, 재래식 무기의 국제거래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규범

무기거래조약이란?
1. 목표 : 재래식 무기의 국제거래 규제의 엄격한 국제공통기준을 설립하거나 규제를 향상하고, 불법거래와 전용을 예방 또는 근절

2. 목적 : 국제사회의 평화, 안보, 안전에 기여하고, 인권침해를 줄이며, 재래식 무기이전에 있어 당사국의 협력,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임으로써 당사국 간의 신뢰를 구축할 것

3. 통제목록 : 전차, 장갑차, 전함, 공격헬기, 전투기, 박격포, 미사일/미사일   발사 장치, 소형경무기

물론 확산탄과 같은 특정 무기의 생산, 비축, 이전 등을 규제하는 조약이나 협약은 존재해 왔으며, 각 국의 무기 생산과 거래를 보고하는 체제가 유엔에 있었다.

그러나 통제 범위가 포괄적이지 못했고, 법적인 구속력이 약해 진정으로 불법 무기거래를 통해 자행되고 있는 인권침해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잣대가 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무기거래조약은 역사상 최초의 포괄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무기거래를 통제할 수 있는 국제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무기거래조약은 생산된 재래식 무기가 중대한 인권침해에 사용되거나 그러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거래되는 것이 확인된다면, 어떠한 형태의 국제이전도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 조약이 국제적으로 법적인 구속력이 가지게 되어, 한국산 재래식 무기가 비인도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확인되면 국제이전을 중단시킬 수 있는 법적인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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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무기거래조약 최종회의.
ⓒ 국제앰네스티

조약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려면 필요한 3단계

무기거래조약이 체결된 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조약이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보통 ‘서명-비준-발효’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2013년 10월 기준으로 한국을 포함해 조약에 서명한 국가는 114개이며, 비준국은 단 8개국에 그친다. 50개국이 비준해야 조약이 발효가 되므로, 조약의 실질적인 적용을 위해 시민사회가 무기거래조약 비준 캠페인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

무기거래조약이 발효되기까지 필요한 3단계
1.  서명(Signature)
조약에 서명하게 되면, 당사국은 아니지만 조약의 대상과 목적(object and purpose)을 침해하는 행위를 삼가야 하는 의무를 가지게 된다(1969년,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 제18조(a))

2. 비준(Ratification)
무 기거래조약 당사국이 되기 위해, 국가는 반드시 공식적으로 조약의 법적 구속을 받겠다는 동의표시(기속적 동의, consent to be bound)가 필요하다. 이 같은 절차는 1) 조약에 관해 국내에서의 논의와 2) 정부가 조약의 비준서를 기탁 하는 단계로 나누어진다. 각 국가는 해당하는 법을 확인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국내법개정 등이 필요한지 확인하는데, 이는 주로 국회 안에서 의원 또는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논의가 진행된다.

3. 조약의 발효(Entry into   force)
무기거래조약의 경우, 50번째 국가가 비준을 한 90일 이후부터 조약이 법적 효력을 가진다.

무기거래조약이 체결되면서 환영하기도 했지만, 비판의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았다. 통제범위가 재래식 무기로 정해져 있고 화학무기나 최첨단 무기 등은 통제할 수 없고, 탄약은 통제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조약이 발효가 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이유가 지배적이다.

비판의 이유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있지만, 무기거래조약 자체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실 재래식 무기야말로 불법거래가 손쉽게 되고 있으며 전 세계 인권침해 60% 이상이 소형·경무기로 인한 것이다.

한국, 무기거래조약 비준 시급

지난 10월 15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방위사업청에 한국산 최루탄이 바레인으로 수출되는 것에 대해 질의했다. 고무적인 답변 중 하나는, 앞으로 방사청이 무기거래조약 비준과 연계하여 국제인권 위반 국가에 대핸 수출제한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외교부와 협의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요구한다. 이미 한국은 무기거래조약 서명국으로써 조약의 대상과 목적에 침해하는 행위를 삼가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에 따라 바레인뿐만 아니라 중대한 인권침해가 자행되는 국가로의 한국산 무기류 수출 인허가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또한 하루 빨리 조약 비준에 관련한 정부부처는 국내법 재검토와 이에 맞는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유엔 회의장에서 조약 체결을 위해 보여주었던 그 ‘적극성’을 다시 한 번 ‘국회’에서도 보여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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