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들리 ‘북 정권변형’ 발언과 6자회담 (연합뉴스, 2004. 12. 8)

스티븐 해들리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7일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비록 한국 국회 방미단과의 면담에서이기는 하지만, 그는 “우리가 북한 붕괴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굳이 표현한다면 `정권변형’ (regime transformation)이 될 것”이라고 말해 공개적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차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내정된 마이클 그린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경제적 변형이 그 하나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해들리 내정자는 북핵 문제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확고하게 6자회담 틀내에서 해결한다는 생각이며 대북 정책은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언급은 8일 귀국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 달 LA연설을 시작으로 칠레 한미정상회담, 라오스 아세안+3 정상회의, 유럽 순방 등 한달 가까이에 걸쳐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해 강하게 천명한 ▲전쟁 불가 ▲북한 붕괴 불가 ▲대북봉쇄 불가 등 ‘3대 불가론’에 대한 부시 정부 고위인사의 첫 반응인 셈이다.

해들리 내정자의 발언이 내년 1월 20일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을 전후로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기조로 자리잡는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북한은 다른 5개국의 집중적인 설득에도 불구, 제4차 6자회담에 응하지 않는 이유로 무엇보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인터뷰에서 “6자회담이 개최되려면 응당한 조건과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기본은 미국이 대화 상대방의 `제도전복’을 노린 적대시 정책을 그만 두고 우리와 공존하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라고 현 시점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갈망’하는 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부시 2기 행정부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의 교체(regime change)를 겉으로나 속으로나 더 이상 추구하지 않을 것인지는 좀 더 두고볼 일이다.

일부 고위관리들의 `말’로만이 아니라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으로 구체화될지 여부가 더 중요하고, 북한이 원하는 것도 그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10월 제2차 북핵위기 이후, 6자회담이라는 대화의 틀이 마련되고 당시 첨예한 대결분위기가 일부 완화되기는 했지만, 2년이 넘도록 실질적 진전이 없는 데는 `북한 체제’에 관한 북-미 양국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자리잡고 있다.

부시 1기 정부의 경우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나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 제임스 켈리 동아태 차관보 등 온건파 인사들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 내부에서는 김정일 체제의 교체를 추구하는 물밑 흐름이 지속됐던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동안 부시 1기 정부는 김정일 체제의 `교체’라는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었다면, 북한은 북핵 문제를 김정일 체제의 `생존’을 위한 카드로 사용해왔던 점이 6자회담의 실질적 진전을 막는 `병목’이었다.

다시 말해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핵 폐기는 겉으로 내세우고 있는 목표이고 그 내막은 김정일 정권 교체에 맞춰져 있는 데 반해, 북한의 입장에서는 김정일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을 해나가려면 대미 관계의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보고 북핵 카드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날 해들리 내정자의 발언은 그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그의 발언이 만약 부시 2기 정부의 대북 정책방향 전환을 예고하는 것이라면 4차 6자회담 시기가 다소 늦춰지더라도 북핵 문제의 진전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체제 변형'(regime transformation)이 정권교체(regime change) 의도를 일시적으로 가리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거나,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를 통한 대북 봉쇄로 북한 체제의 변형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 노 대통령의 `북핵 메시지’는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병목’을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주요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진정으로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함으로써 북핵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시대를 열겠다는 강한 의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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