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기타(pd) 2008-07-14   3659

[2008 평화학교⑦] 국제분쟁에 대한 국제법 대응과 한국의 역할

평화학교가 어느 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벌써 여덟 번째 만남으로, 강연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강사는 국제법을 전공하고 있는 건국대학교 조시현 교수다. 오늘은 ‘국제 분쟁,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왔나’를 제목으로 강의를 듣게 된다.


국제법이란 무엇일까


법은 도덕의 연장이다. 합의된 사회적 규범을 정밀한 논리로 세공한 사회의 운영원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평화는 지극히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갓 동의받기 시작한 권리다. ‘평화’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행동으로 부정하는 주체들은 많이 있다. 강력한 행동원리가 필요할 터다. 국제법이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면서 강의가 시작되었다.



“평화에 있어서 법은 구체적인 행동이 어떻게 나타나야 하는지 의견을 내 놓아야 할 것입니다. 즉, 단순히 규범적인 도덕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 정책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국제 분쟁에 대해서 국제법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같이 살펴 봅시다. 법이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쉽다면 쉬운 것도 법입니다.”


참가자들의 긴장이 조금은 풀린 것 같았다. 정치학은 이 세상을 갈등과 상황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그러나 법학은 그 대립항을 권리, 의무와 관계의 대립으로 치환한다. 정리하면, 서로 의무와 권리를 주고 받음으로써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법적 문제 해결의 요체이며, 그것은 국제법에서도 다르지 않다.


보다 구체적으로 그 분쟁을 해결하는 원리인 국제법이란 무엇인가? 먼저 국가 간의 약속, 조약이 국제법이다. 그것은 국제법의 대상이 바로 국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로 국제 사회에서 인정된 관습도 국제법에 해당한다. 이것 역시 정부가 중요한 행위자이지만, 정부를 움직이게 하는 인민(People)들의 힘도 굉장히 중요하다.


국가 행위자와 유엔헌장의 문제


국제기구는 어떤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조직체이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활동의 원칙을 결정하게 된다. 유엔헌장은 유엔의 활동원리를 가장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조시현 교수는 오늘날 국제정치질서에 있어 평화의 원칙 중 많은 것은 이 유엔헌장에 담겨 있다며 이 헌장의 내용을 찬찬히 설명해 주었다. 국가간 주권평등의 원칙, 평화적 수단에 의한 분쟁 해결 원칙, 평화에 대한 위협 및 침략행위에 대한 원칙 등 다양한 원칙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유엔헌장에도 한계가 있다.


 “내정 불간섭 문제를 한번 살펴봅시다. 식민지 문제에 대해, 그것은 국가 내부의 문제인가요, 혹은 국제적인 문제인가요? 그 경계가 모호하고 흐립니다. 이러한 문제를 진단하는데 유엔 헌장은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시현 교수는 유엔헌장이 지나치게 국가중심적으로 디자인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과 같이 민간 행위자가 늘어나고 국내 문제와 국제 문제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한계는 ‘풀어야만 하는’ 난제다.


이러한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 현재 유엔에서 가장 강력한 기구는 바로 안전보장이사회이다. 안전보장이사회의 판단에 따라 유엔이 국제분쟁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권고, 그리고 그보다 구속력 있는 결정 등을 통해 유엔은 구체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국제분쟁과 유엔의 군사적 대응 사례


이어서 UN의 행동준칙이 무엇인지 안보리 관련 규정을 중심으로 살펴보게 되었다. 이 준칙에 기초하여 유엔은 다양한 방법으로 국제분쟁에 개입하게 된다. 1990년, 제1차 걸프전쟁에서 안보리는 쿠웨이트를 위해서 군대를 파견할 국가들을 결정했다. 본디 헌장에 따르면 ‘자기 방어 전쟁’만이 가능하지만, 다른 나라의 방어를 위해 군대를 파병하는 것이 가능한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유엔은 위임을 통해 파병을 결정했고 이것은 ‘집단 안전보장체제’ 이자 ‘집단적 자위권’의 예가 되었다.


이후 1991년 소말리아 내전 상황에도 유엔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소말리아의 내전 상황은 그야말로 실패한 국가의 전형적인 예였다. 정부기능이 마비되면서 식량과 의료물자가 부족하게 되었다. 국가의 실패가 인도적 위기 (humanitarian crisis) 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군대’였는데, 어느 선진국도 선뜻 이 곳에 군대를 파견하려 하지 않았다. 여기서 결국 PKO가 필요하게 되었고, 인도적 지원을 목적으로 소말리아에 파견된 PKO는 국경 수비와 평화유지 뿐 아니라 수송 부대를 호위하는 업무를 띠게 되었다.

이제 PKO는 더 큰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UNOSOM (유엔 소말리아 평화유지작전) 이 처음에는 경무장을 하고 소말리아에 갔지만, 그것으로 임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UNOSOM2가 재차 파견된다. UNOSOM2는 헌장 7장 42조에 입각하여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받았다. 즉 정당 방어의 권한을 뛰어넘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군대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안전보장이사회도 국제 분쟁에 완벽하게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는 못하다. 그 강제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현실 국제정치의 논리로 무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2003년의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그것의 단적인 예다.


“미국은 당시 9.11테러를 당했기 때문에 위협을 받은 상황이라는 이유로 언제든지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어요. 그대로라면 미국은 어떤 국가를 상대로 하든지 간에 정당한 전쟁을 하고 있다는 논리가 가능해집니다.”


안보리와 충돌하고 많은 국가들이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위해 NATO를 동원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테러와의 전쟁’이며 수행할 이유가 없는 전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과 안보리는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국제분쟁 개입의 원칙과 문제


한편 조시현 교수는 국제분쟁에 대한 군사적 대응의 요건을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로 들었다. 개입의 정당성 문제, 개입과 국제 무력의 충돌 여부,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 국제 인권법의 국내적 적용, 그리고 인도지원(hymnitarian assistance) 혹은 인도적 개입 (humanitarian invention) 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 요건은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다.


“이 모든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티벳 사태로 이해해보면 쉬울 것 같습니다. 티벳이 중국이 일부이기 때문에 유엔은 개입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중국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엔이 중국을 누르고 개입을 하게 된다면 인도주의적 개입이 그 이유가 되겠네요. 그러나 그 실현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될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소말리아 내전에서, PKO는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과연 유엔헌장의 준수와 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나아가 우리나라는 국제분쟁에 어떻게 개입해야 할까. 나아가 어떻게 국제 평화에 기여해야 할까.


2008년 2월25일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기여 외교’를 천명했다. 이를 위해 ODA 증액과 PKO 활동의 확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ODA 확대와 PKO 확대에 관해 국익을 넘는 철학이 부재하다. ODA 확대, 혹은 국제 평화에 기여와 같은 원칙적인 수사의 반복은 큰 의미가 없다. 때로 실용외교와 함께 맞물린 ‘기여 외교’는 진정한 보편적 가치, 그리고 평화가 아닌 국익을 위한 ‘구두선’과 다름없어 보인다.


평화학교의 마지막 강의는 바로 법과 제도의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가 지난 강의에서 고민한 평화의 이상을 구체적인 정책 프로그램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세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우섭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자원활동가/ 평화학교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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