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04-03   538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겠다”

이라크 반전평화팀으로 활동하다 귀국한 임영신 씨

대롱대롱 매달려 좀체 떨어지지 않는다.

“엄마 한마디만 하고, 잠깐만….”

“싫어. 저 아줌마들 다 가라고 그래∼.”

큰아들 늘봄이는 임영신 씨의 팔을 붙잡고 자기와 먼저 놀아달라고 응석을 부린다. 엄마 품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마주친 눈을 떼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늘봄이의 심정이 백 배는 이해됐다.

열흘 간의 단식으로 얼굴이 퍽 야윈 임영신 씨는 검정 때가 묻은 낡은 청바지에 검은 티셔츠 차림으로 귀국했다.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참여연대 사무실. 짐도 풀지 않은 채, 참여연대를 찾은 그의 눈빛은 한국 NGO가 지금 이라크 민중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하고 있었다.

UN 난민구호사업 감시의 눈 없다

“이라크평화팀으로 활동해온 사람으로서 미국주도로 이뤄지는 이라크 재건사업을 그대로 묵과할 수는 없다. 평화의 눈으로 또 시민사회의 힘으로 이라크재건사업에 동참하자고 제안하기 위해 귀국하게 됐다. 지금 UN 중심의 구호사업을 감시하는 데가 없다. 이라크 민중을 돕는 것보다 UN 조직유지비용이 더 드는 이 기이한 방식을 그대로 볼 수 없어서 올바른 배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한다. 세계의 구호단체들이 현재 난민촌에서 구호사업을 벌이고 있다지만, 그들 역시 UNDP에 돈을 전달하고 배분에 형식적으로 참여할 뿐 구체적인 집행내용을 감독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이라크에는 1세계 중심으로 응급구호가 치러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한국 NGO도 구체적으로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평화의 눈으로 벌일 난민구호사업’을 제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27일 요르단 한국대사관앞 촛불시위에서의 임영신씨(사진 : 한국이라크반전평화팀)

국가가 저지르는 불법 묵과 못해

현재 논란중인 국적포기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한 뒤 “그동안 군대 빼기 위해 또는 돈을 벌기 위해 내 나라 국적을 포기하고 다른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은 많았다. 그러나 이라크평화팀으로 활동했던 나와 배상현 씨는 공익의 관점에서 세계평화에 기여하겠다는 이유로 국적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전쟁의 참상을 보면서 평화를 주장해온 사람으로서 파병을 결정한 대한민국에게 항의하지 않을 수 없고, 명분 없는 전쟁에 한국이 참여한다는 데는 더욱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 국가가 저지르는 불법에 대해 이대로 묵과할 수 없으며 평화를 거스르는 국가주의의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귀국 기자회견 뒤 그는 청와대에 들러 ‘파병결정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했고, 오는 5일로 예정된 반전평화집회에서 그동안 벌인 활동을 종합해 발언할 계획이다.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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