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회담, 낙관할 수만은 없다”

[인터뷰/박순성 교수] 한국 정부, 독자적인 안으로 북ㆍ미 설득해야

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갈등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2차 6자 회담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에 세계의 눈이 모여 있다.

이번 회담은 지난 해 8월에 열린 1차 회담과는 달리 회담기간에 융통성을 두고 있다. 사흘로 예정되어 있지만 필요하면 연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이번 회담을 통해 성과를 이끌어내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으며,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 또한 정부가 그동안 북-미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왔다며,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성급한 낙관론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 주 한국측 회담 대표인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만난 박순성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으로부터 2차 6자회담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박 소장은, 낙관만 할 것이 아니라 주도적인 입장에서 회담을 끌고 가야 한반도 위기 해소가 가능하다며, 정부의 적극성과 한·미·일 공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입장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리비아식 해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로 ‘동결 대 보상’원칙을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지난 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과 함께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만난 느낌은 어떠했나?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높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고,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치에는 못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한-미-일 공조’라는 원칙으로 인해 북미갈등 해결에서 주도권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걱정이다. 남북경협 등 남북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더라면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한결 쉬웠을 것이다.

-2차 6자회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동의하는가?

북한이 핵폐기를 전제로 한 핵동결을 제안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관련해서 미국을 설득했다고 판단해서 한국 정부가 그런 평가를 내리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실제로 2002년 10월 2차 북한핵 파문을 일으킨 것도 미국이며, 지금까지도 ‘악행에 대한 보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미국의 태도에 의문이 간다. 특히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이하 HEUP)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가 미국에게 정보공개와 같은 일정한 압력을 가해야 함에도 미국과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걱정이다.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전제 조건 없는 핵의 완전폐기’를 북한에 요구한다면, 이것은 힘들게 성사된 2차 6자회담을 무위로 돌아가게 만들 수도 있다.

– ‘리비아식 해법’을 말하는 것인가?

‘리비아식 해법’에 대하여 세간의 오해가 심하다. ‘리비아식’은 단순히 리비아가 미국의 압력에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힘든 협상과정을 거쳐서 완전한 폐기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으며, 미국도 이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다. 제대로 된 ‘리비아식’이란 북한이 요구하는 ‘동결 대 보상’의 다른 표현이며, 실질적인 리비아 모델을 북미 양측이 채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 의혹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북한의 핵폐기 의사 발표 이후 미국이 다시 제기하고 있는 HEUP 의혹은 그 실체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이 시인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권리의 차원에서 “가지게 되어있다”고 말한 것일 뿐이다. 먼저 미국이 납득할 만한 증거를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북한의 HEUP 폐기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삼아 2차 회담을 좌초시켜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월 북한은 전문가 회담을 제안했으며, 남한도 이와 비슷한 형태인 워킹그룹안을 내놓았다. 6자회담에서 이를 논의하는 데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이후 전문성을 갖춘 이들의 실무협상을 통해 협의하고 조사하도록 하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 그렇다면 이번 6자 회담에서는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가? 또,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나?

가장 중요하면서도 최소한 이루어져야 할 일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 전혀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자틀 안에서 서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공식화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것이다. 북한은 모든 핵물질의 폐기를 전제로 한 동결을 약속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불가침을 약속하고 관계개선 의지를 밝혀야 한다. 이 정도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북한과 미국이 6자회담이라는 다자틀을 계속 유지하기로 약속하면서 쟁점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실무회담에 합의한다면, 이는 현 단계에서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북한 김정일 정권과 미국 부시 행정부 사이의 상호불신을 고려할 때, 이 정도 결실을 맺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된다.

현실적으로 볼 때, 3차 6자회담을 약속하면서, 상대방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는 공동성명 정도가 나온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회담은 아직도 합의도출을 위해 서로간에 분명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단계인 것 같다. 그렇지만 위에서 말한 정도의 대타협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북한이 회담에 임하는 적극적인 태도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쪽에서도 완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이번 6자회담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 한국 정부는 독자적인 안을 가지고 미국과 북한을 설득하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미관계가 잘 유지되도록 노무현 정부가 노력했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이번 회담에서 그 성과가 거두어지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 6자 회담 이후 한국 정부의 역할은?

사실 우려하는 것은 회담 자체가 결렬되는 것이다. 이 경우 조만간 닥쳐올지도 모르는 한반도 위기와 관련하여 한국 정부가 과연 어떠한 일을 하고 한국 시민사회가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 정부는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와 관련하여 다자틀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외교안보정책을 펴야 한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한국 외교안보정책의 원칙으로 평화외교와 협력안보를 주장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이러한 우리의 제안을 잘 받아들여주기를 바란다.

끝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힘을 많이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북 미 갈등 해소에서도 한국 정부의 발언권이 높아진다는 점에 대해서도 정부가 유의하기를 바란다. 북한에 대한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에너지 지원 및 경제지원 방안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6자회담이 좋은 결실을 거두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한다.

홍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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