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6-25   1360

“‘미국 대 이라크’ 전을 ‘이라크 대 세계’ 전으로 확장하려는 의도 아닌가”

[인터뷰]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 “미국 의도에 말려들지 말아야”

고 김선일 씨 피살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의혹의 중심에는 미국과 한국 정부가 있다. 특히 한국군 추가 파병을 이끌어 내기 위해 미국이 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 주장이 많다. 중동정치 전문가인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는 <인터넷참여연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이러한 음모론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 대신 “미국이 미국 대 이라크 전쟁을 이라크 대 세계로 확장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편집자 주>

파병찬성 여론이 증가하는 추세다. 평화운동가는 물론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이 김선일 씨의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을 한국정부의 파병강행으로 지적하며 파병철회를 촉구하고 있지만 일부 국민들의 분노는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유 교수는 테러의 피해당사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911 테러 이후의 미국 국민들의 반응을 떠올려 보세요. 세계는 ‘이성’을 말했지만 당사자들은 그럴 수 없었던 측면이 있잖아요. 우리 현실도 그럴 수 있습니다. 직접 파병을 해서 대응하자는 식의 주장이 대표적이죠. 당한 테러에 대한 복수, 그에 대한 반작용 등으로 악화될 우려는 있는 것이죠. 단기적으로는 테러 피해자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경향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이번 주말에 최고조에 달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는 테러 피해자가 겪게 되는 경향은 인정하지만 이것이 계속되거나 실행에 옮겨지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히 경계했다. 그는 테러에 대한 대응을 논하려면 무장단체 만이 아니라 국가주도의 테러도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치권이 나서서 파병강행은 물론 전투력 강화 등을 촉구하고 나서는 것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했다. 이해찬 총리후보는 ‘방어력과 경계력 강화’를 주장했으며,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 등 다수 의원은 전투부대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실 그동안 외국인에 대한 납치 사건은 많이 있었습니다. 이번 경우는 우리 동포의 문제라 국민 전체가 말할 수 없는 큰 충격을 받은 것이죠. 테러에 대한 대응을 논한다면 무장단체에 의한 것만이 아닌 국가테러리즘도 포함해야 합니다. 국가테러리즘 중 대표적인 것은 전쟁이죠. 전쟁은 가장 광범위한 테러입니다. 군인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떠올려 보세요.”

유달승 교수는 무장단체의 극단적 행동에는 정치적 목적과 메세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장단체의 극단적 행동은 정치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우선 한국에게는 파병반대를 말하고 싶었고 세계차원으로도 알리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고 봅니다. 이라크 내부적으로도 복잡한 요인이 있었을테구요.

그러나 1차적으로는 미군에 의해 자행된 팔루자 학살에 대해 복수하려는 면이 있습니다. 팔루자 학살은 제대로된 정보가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만행이었습니다. 이라크 저항세력이 그토록 극단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은 팔루자 학살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엄청난 울분과 분노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으로 인해 극단적인 저항이 나오는 것이예요.”

또한 고 김선일 씨가 선교의 목적도 갖고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이 문제를 종교간 갈등과 대응으로 치환하려는 시도도 경계했다. 그러한 경향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 시민사회가 한국에 있는 이슬람인과 연대하는 등 다양한 차원으로 접근하고 연대를 시도하라고 충고했다.

1년이 넘은 종전선언이 무색하게 지금 이라크 땅은 전쟁 상황보다 더한 테러와 인명살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6월 30일로 예정된 정권 이양을 앞두고 이라크 저항세력의 총공격이 예측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는 더해가고 있다. 유달승 교수는 이들 저항세력의 대규모 공격에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고 해석한다.

“우선 ‘주도권 확보’로 볼 수 있습니다. 요인암살, 자살폭탄테러, 외국인 암살 등 무장단체의 극단주의적 행태들에는 주권 이양을 둘러싸고 다양한 종파들이 주도권을 쟁취하려는 쟁탈투쟁의 측면이 있죠. 다른 면은 미군이 주권이양을 주도하는 것에 대한 부당성과 불법성을 항의하려는 것이죠. 미군이 주권이양의 실제 권한을 행사하게 되어 정통성과 합법성을 점유하게 될 것에 저항하는 것입니다.”

고 김선일 씨 피살사실이 알려진 직후, 팔루자는 다시 미국의 대규모 공습을 겪었다. 그로 인해 팔루자와 바그다드 인근에는 한국 때문에 무차별 폭격이 다시 시작됐다며 노골적인 반한 감정을 나타내는 이라크인들이 발견되고 있다.

실제로 바그다드에서 취재를 위해 팔루자로 진입을 시도하던 한 기자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타고 있던 차량 유리창이 깨지는 일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알려지면서 미국과 이라크 간의 전쟁이 한국과 이라크로 옮겨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에 대해 유 교수는 먼저 원인과 결과를 연관지어 생각하라고 충고한 후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다.

“먼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원인과 결과를 연관지어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태의 근본 원인은 이라크 전쟁입니다. 올 4월 미국이 팔루자를 무차별하게 공격한 이후에 미국인들이 납치되고 참수되는 등 이라크인들의 극단적인 저항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에 김선일 씨가 피살되고 난 후, 미국이 즉각적으로 팔루자를 폭격한 것에 대해 의도된 전술이 아니냐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대 이라크의 전쟁을 이라크 대 세계로 확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죠. 이러한 전술은 단기적으로는 한국군의 추가 파병을 얻어내는 것이 목표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추가 파병군의 성격까지 바꿀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구요. 일본에게도 더 큰 규모의 자위대 파병을 요구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행동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가. 유 교수는 어려운 문제라고 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한다.

“이러한 전술에 말려들면 안됩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까. 어려운 문제입니다. 특히 우리가 얻는 정보는 한계도 많고 취약하기까지 하죠.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겠죠. 빨리 파악하지 않으면 미국의 의도에 말려들어가게 될지 모릅니다.”

최현주 기자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