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K 추락 진상, 국방부와 보잉사에게만 조사를 맡길 수 없다

사고원인 및 결함에 대한 검증까지 F-15K 나머지 36대 도입 중단해야

– 기체 결함이라면 보잉사 책임, 엔진 결함이라면 국방부 책임

– 국내 기술도입생산업체와 연계되지 않은 국내 전문인력 진상조사에 참여시켜야

– F-15K 도입과정과 계약사항 일체에 대한 총체적 재검증 필요

– 사고원인 및 결함에 대한 완전한 검증까지 F-15K 나머지 36대 도입 중단해야

2002년 계약이 체결된 F-X사업에 따라 공군이 보잉사로부터 도입한 F-15K가 동해상에서 추락했다. 먼저, 한창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故 김성대 중령과 이재욱 소령의 명복을 빌며, 고인들의 유가족들에게도 애도를 표한다.

F-15K의 추락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엇갈리고 있다. 군은 추락 전후의 정보에 대해 충분히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락원인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조종사가 위급상황을 알리지 못한 채 추락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이 추락전후 정황의 전부인지도 불분명하다. 군은 보다 자세한 추락정황을 공개해야 한다.

사실, 한국이 구입한 F-15K는 검증되어야 할 몇 가지 구조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기체와 조종 장치 문제이다. F-15K는 제공기인 F-15A(혹은 C)를 전폭기인 F-15E로 바꾼 것을 다시 전자식으로 보강한 전투기다. F-15계열 전투기는 기본적으로 70년대에 개발된 기계식 전투기로서 F-15계열 전투기에 전자식 조종계통을 설치한 사례는 F-15K가 최초다.

F-15K 도입계약 체결 당시 구세대 전투기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사고가 새로 시도된 전자식 조종, 항법장치의 이상을 비롯한 기체의 결함이라면 이는 보잉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엔진문제는 좀 더 복잡하다. F-15K에는 통상 F-15에 장착되는 플랫 앤 휘트니사의(P&W) 엔진 대신 GE사의 엔진을 사용했는데 GE엔진은 F-15 전투기 엔진으로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엔진이다. 한국이 F-15K 기종을 계약했던 2002년 현재, 미군 F-15 계열 기종에 GE엔진을 장착하고 시험비행한 시간이 총 1500시간에 불과했다. 또한 미국 내 F-16 기종 추락사고 중 엔진 결함의 사례는 예외 없이 GE엔진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사고 원인이 엔진결함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미 보잉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GE엔진을 선택한 것은 보잉사가 아니라 국방부이기 때문이다.

2002년 F-X 사업 당시 국방부는 전투기 엔진의 국내 기술도입 생산을 조건으로 전투기와 별도로 엔진에 대한 입찰을 실시, GE엔진을 선택했다. 당시 군은 미국의 F-15K를 구매할지, 라팔 등 유럽 기종을 구매할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F-15 엔진인 P&W사와 GE사에 대한 엔진 입찰을 실시함으로써 F-15K 구매를 전제로 한 일처리라는 구설수에도 오른 바 있다. 당시 엔진선정을 별도의 입찰로 하는 방식에 대해 공군은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방부의 선택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로 알려진) 권력층의 로비의혹, 기술도입생산을 목적으로 엔진선정을 보잉사 대신 군이 직접 선정하도록 요구한 국내업체의 로비의혹의 진상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여하튼 이로 인해 F-15K는 매우 불안한 엔진으로 하늘을 날게 되었고 보잉사는 이에 대한 책임을 면하게 되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조종사의 비행착각에 대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를 거론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그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게다가 국방부가 자랑하던 F-15K에는 첨단 전자식 비행헬멧이 포함되어 있고 야간 항법장치도 장착되어 있다. 만에 하나 비행착각이 생겼다면, 이들 전자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상황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이 역시 기체결함의 문제이지 조종사 책임 때문이라고만 볼 수 없다.

지난 주말 이후 F-15K 프로그램 총괄책임자인 스티븐 윙클러 등 보잉사 관계자 2명이 방한하여 국방부와 함께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이 조사가 안보관련 사안이라는 이유로 비밀리에 조사되고 불투명하게 마무리 될 것을 우려한다. 특히 보잉사와 군 모두 이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해당사자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앞서 엔진 문제에서도 살펴보았듯이 F-15K 사고에 대해서 군과 보잉사가 단순한 ‘갑을관계’가 아니며, 기체(무장 포함)과 엔진이 각각 달리 계약되었고 각 계약에 대한 책임과 권리가 정확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군이 사고의 진실을 덮을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F-15K 도입과 계약 이행 과정에서 군이 여러 차례 국민을 속여 왔다는 점도 우리가 이번 사고의 조사과정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의 조사대상인 군과 보잉사 차원의 자체조사로 마무리되어서는 안되며, 국방부와 관련 국내 기술도입 업체와 연계되지 않은 국내 전문인력이 조사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감사원, 국회 차원의 검증도 추가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범위도 단순히 사고 원인뿐만 아니라 F-15K 도입과정과 계약 내용 일체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과 조사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사와 점검이 마무리되기까지 앞으로 도입될 36대의 도입은 중단되어야 한다.

참여연대는 지난 2002년, “F-X사업의 시험평가 과정에서 특정 기종(F-15K)이 선택되도록 하라”는 압력을 국방부로부터 받았다고 양심선언한 조주형 공군대령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F-15K 도입 과정을 모니터한 바 있고, 다른 평화단체들 및 누리꾼들과 함께 F-15K 도입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펼친 바 있다. 그 상세한 경과와 F-15K도입의 문제점은 ‘종이비행기-차세대전투기(F-X)시민백서’(문규현 외, 나남출판)와 캠페인 사이트 ‘F-15K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네티즌 행동 https://www.peoplepower21.org/campaign/fx/’에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모니터 자료들을 바탕으로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F-15K 도입 사업의 공과를 철저히 검증해 나갈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국방부가 이번 사건의 조사와 그 결과의 발표를 이전의 항공기 사고와 마찬가지로 의례적인 자체조사로 마무리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다. 국방부 자신이 조사의 대상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당연히 전투기 사업에 세금을 낸 국민이지만, 직접적인 피해자는 베테랑 조종사를 잃은 채 앞으로도 안전성이 의심스러운 전투기를 몰아야 할 공군이다. 그러자면 공군 스스로가 F-15K 도입과정에서 숨 죽였던 제 목소리를 정확히 냄으로써 진상조사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말 못하는 고인이 된 조종사들을 잠시 추모하다가 잊혀지도록 놔두어서는 안된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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