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10-23   492

<파병반대의 논리> 도대체 WMD는 어디에 있습니까?

각계전문가와 세계지성이 말하는 이라크 파병반대의 논리

날이 갈수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VX, 겨자가스, 그리고 기타 신경가스 등 이라크가 비축하고 있다는 대량살상무기들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수천 리터나 저장돼 있다는 보툴린 독소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미국이 이라크와의 전쟁에 돌입한 것은 이러한 무기들의 급박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미군 병사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무릅쓰고 전장에 부름받은 것은 바로 이것들 때문이 아니었습니까?

이라크 공격을 명령하기 직전인 3월 17일의 대국민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전쟁의 명분을 미 국민들에게 설득했습니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수개월 전 유엔에서 행한 연설과 동일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수개월간 기회 있을 때마다 국내연설에서 주장해 왔던 것과 똑같은 것이었습니다. 사담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를 파기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라크는 미 국민들에게 즉각적인 위협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와 다른 외국 정부들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가 아직도 인류 역사상 가장 추악한 무기들을 보유, 은폐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바그다드가 함락된 지 두 달이 다 돼가는 지금, 미국은 그 무시무시한 무기들의 존재를 입증하는 구체적 증거를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 무기들은 지하에 묻혀 있거나 아니면 우리 눈에 띄지 않게 위장된 채 숨겨져 있는 걸까요? 전쟁이 나기 전에 파기된 걸까요? 아니면 이라크 국외로 반출된 걸까요? 도대체 그런 무기들이 과연 있기는 했던 걸까요? 의혹들은 계속 쌓여만 갑니다. 몇 주전 이라크에서 조용한 수군거림으로 시작됐던 의혹은 이제 전 세계적인 혼돈의 아우성으로 증폭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근본적인 의문은 이런 겁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미국에 명백하고도 즉각적인 위협이 된다는 대통령 및 고위 관리들의 주장이 과연 믿을 만하냐는 것입니다. 이 엄중한 위협의 제거야말로 우리가 이라크와 전쟁에 나선 유일한 명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의원들은 전쟁 전,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될 것이라는 장담을 (정부로부터) 들었습니다. 또 의원들은 이같은 정부측의 장담에 근거해 압도적 다수로 행정부에 전쟁수행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이제 의원들은 난처한 입장에 빠졌습니다. 혹시 ‘우리가 속은(misled)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품게 됐습니다. 언론은 해명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보가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사실이 조작된 것인가? 이러한 의문들은 매우 엄중한 의문입니다. 즉각 해명돼야만 합니다. 우리는 이 의문들을 외면할 수도 없고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국민들에게 대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본 의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정부에 대해) 대답을 요구해야만 합니다.

상원 군사위원회와 정보위원회가 이라크전쟁의 근거가 됐던 정보들의 신뢰성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고무적입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철저하고도 투명하게 조사해야만 합니다. 그것도 신속히 완료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행정부 전체의 신뢰성이 걸린 문제입니다. 시간을 끌며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려선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대통령 자신은 조사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그의 성실성(integrity)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의 진실성이 의심받고 있습니다. 그의 지도력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아무런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라크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데 대해서도 전혀 이상해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오도됐을지도(misled) 모를 가능성에 대해 분노하지도 않습니다.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의 위험성에 대해 그토록 진지한 관심을 보였던 대통령이 어떻게 대량살상무기의 소재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백악관은 전쟁 전 우리가 들었던 내용과 전쟁이 끝난 후 우리가 발견한 것, 아니 발견하는 데 실패한 것 사이의 차이를 규명하는 데 앞장서기는커녕 행정부의 누군가가 이라크의 위협을 과장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일축하면서 자기변명에만 급급합니다.

지난 주 대통령은 폴란드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라크에서 2대의 트레일러를 발견했으며 미 정보기관은 이를 이동식 생물학무기 제조연구실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트레일러들에서는 화학무기나 생물학무기에 쓰일 물질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대통령은 “우리는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은 그 정도의 빈약한 증거로 만족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한편 조지 테넷 CIA 국장은 촤근 이라크에 관한 자신들의 정보를 옹호하는 강경한 어조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우리의 정보수집 과정상의 성실성은 시종일관 지켜졌으며, 그렇지 않았다는 주장은 단연코 틀렸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는 그토록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습니까? 국방부에서는 더글라스 페이스 정책담당 차관이 이번 주 예외적으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국방부 내의 고위 정보팀이 자료를 조작하고 CIA에 대해 자신들의 전쟁필요 주장을 뒷받침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보도를 부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압력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압력이라고 느꼈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도리가 있는가.” 이 행정부는 다른 사람들이 기만당했다고 느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우려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까?

그리고 파월 국무장관, 지난 2월에서 유엔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던 파월 장관은 이번 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당시 연설을 옹호하면서 행정부의 신뢰도에 금이 갔다는 주장을 부인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유엔에서 연설할 때보다는 지금은 좀더 우려의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계속 커져만 갑니다. 당초의 장담은 의혹의 늪 속에서 익사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워싱턴에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주장이 나올 때마다 현장에서는 이와는 반대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빈 껍데기, 막다른 골목 뿐입니다.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 고위 해병 장군이 최근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아직까지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예전에도 지금에도 나에게는 경악스러운 일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를 믿어달라, 우리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쿠웨이트에서 바그다드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모든 탄약보급창을 수색했다. 하지만 아무데에서도 대량살상무기는 찾을 수 없었다.”

미국 국민들은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합니까?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합니까? 사실 저는 이라크전쟁에 반대했습니다. 선제공격 독트린이라는 것이 대외정책의 수단으로서는 결점이 많고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사담 후세인이 화학 및 생물학무기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이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현실은 저의 생각대로 나타났습니다.

언젠가 대량살상무기가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더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호전적 태도 때문에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이라크 외부의 어둠의 세력들에게 팔았거나 확산시켰을 가능성입니다. 행정부가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진정으로 믿었다면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현재 사담 후세인의 종적은 묘연합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자취도 찾을 길이 없습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도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수색 중’이라는 대통령의 뜨뜻미지근한 발언으로는 저는 안심이 안 됩니다. 지금은 일단의 유엔 사찰단원들이 이라크 전국 방방곡곡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지거나, 대량살상무기의 해외반출 흔적을 찾고 있어야 할 때입니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까? 밝혀지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까? 아니면 진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까?

우리나라, 나아가 세계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은 물론 지구공동체에 즉각적 위협이 된다는 이유 때문에 이라크와의 전쟁에 끌려들어갔습니다. “위험은 명백합니다. 테러분자들은 이라크의 도움으로 확보한 화학, 생물학, 그리고 언젠가는 핵무기들로 자신들의 공개적인 야망을 채울 것이며 미국과 다른 나라의 수십만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을 것입니다.” 라는 3월 17일 대통령의 대국민연설 때문에 전쟁에 동참한 것입니다.

물론 이같은 우려는 아직도 유효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라크와의 전쟁이 테러리스트로부터의 위협을 진정 경감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 일어난 테러공격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제테러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이라크상황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한편 대통령은 이라크침공 명분을 둘러싼 논쟁에 무관심한 듯 보입니다. 지금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뢰도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행정부가 현상유지만을 고집하고 있는 동안, 의원들은 이라크 관련 정보와 이라크전쟁의 필요성에 대한 행정부측 주장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언론들은 정보기관에 대해 정보가 단순히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고의적으로 조작된 것인지를 공개적으로 묻고 있습니다. 일부 정보전문가들은 그동안 체니 부통령이 수도 없이 CIA를 방문한 것은 ‘압력’을 넣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보통사람들은 도대체 워싱턴의 으슥한 어둠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대답을 들어야 할 때가 됐습니다. 행정부가 미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행동을 더욱 강화할 때가 됐습니다. 세계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자신들이 주장했던 그 무기들이 테러분자의 수중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 솔직해져야 할 때가 됐습니다. 사태의 진실을 알아야 할 때가 됐습니다.

우리는 이라크와 값비싼 전쟁을 치렀습니다. 우리는 이겼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이라크에서는 미국인들의 목숨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이라크의 골치 아픈 상황의 안정은 아직은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입니다. 아마도 미군은 그곳에 수년간 주둔해야 할 것입니다. 이라크 재건을 위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미 국민의 혈세가 그곳에 계속 투입돼야 할 것입니다.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의 운명을 결정지을 때까지, 아니 사실은 그러한 무기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결정을 내릴 때까지 우리는 편히 쉴 수 없습니다. 승리를 선언할 수 없습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는 미스테리로,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그것들은 도대체 무엇이었으며, 어디에 있으며, 과연 얼마나 위험한 걸까요? 아니면 이라크 장악에 안달이 난 행정부가 만들어낸 거짓 명분이었을까요? 이제 이러한 의문들에 대답할 때입니다. 행정부가 미 국민들 앞에 솔직해져야 할 때입니다. 아니, 지금보다 훨씬 이전부터 솔직해야 했는지 모릅니다. 대통령이 자신의 행정부에 대해 어떻게 해서 우리나라가 왜곡된 경로를 통해 이라크와의 전쟁에 이끌려 들어가게 됐는지를 소상하게 설명하라고 요구해야 할 때입니다.

원문보기 http://www.commondreams.org/views03/0605-13.htm

이기사는 2003년 6월 7일자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의 기사입니다. ⓒ 2001-2003 PRESSian. All right reserved. (원문보기)

로버트 버드 (미 상원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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