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05-01-13   2118

희망도 비전도 주지 못한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

동반성장 구상은 종합성, 균형감, 사회적 합의 경로 부재, 외교안보는 현실추수로 일관

1. 오늘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경기활성화, 서민생활안정 및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외교안보, 인사 등에 대한 견해는 문답형식으로 다루었다.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극심한 경기침체와 서민생활의 어려움, 양극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국정운영에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오늘 발표된 대책은 사안의 심각성과 사회적 갈등요소를 고려할 때, 대안의 종합성, 균형감, 이를 가능케 할 사회적 합의의 경로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한반도 긴장고조나 이라크 파병에 따른 우려 등을 해소할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2. 노무현 대통령이 내놓은 서민생활 안정화 대책 – 기초생활보호자와 생계형 영세자영업자 등에 대한 신용불량자 해소대책 마련, 서민용 소형 임대주택에 대한 장기대출제도 활성화, 노인요양시설 확충, 40만개의 일자리 창출 등은 긍정적이나 이미 정부가 추진해오던 것으로 새로운 내용이라 할 수 없다. 반면, 양극화 대책 해소와 서민생활의 어려움 극복을 위한 보다 종합적인 대책은 제대로 제시되지 않고 있어 내용과 의제의 협소함을 드러내고 있다. 조세, 재정, 노동, 복지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분배-재분배 방안의 제시가 없다.

3.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동반성장 전략은 균형감을 상실하고 있다.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현재 우리사회의 양극화는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대기업 노조의 양보는 얘기하면서도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노동자 서민을 위해 무엇을 양보해야 하는 지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특히 양극화의 가장 밑바닥에서 고통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 문제에 대해 ‘직업교육’과 ‘대기업노조의 양보’ 그리고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법안의 조속한 처리’라는 답을 내놓는 대통령의 인식과 해법에 유감의 차원을 넘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특히 비정규직의 무차별적인 확대를 가져올 수 있어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격렬한 반대를 불러일으켰던 비정규관련법의 조속한 국회처리를 언급하고 밀어붙이려는 태도는 비정규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4. 연두기자회견은 동반성장을 위해 사회경제주체간의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루어 갈 것인가에 대해 경로와 방향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어 정부의 일방적인 구호로 전락할 것이 우려된다. 특히 노, 사, 정 간에 어떤 합의가 가능하고 이를 위해 무엇을 양보해야 하는 지 제시되고 있지 않으며, 지금까지 취해져온 노동부 등의 노동배제적 정책경향에 대한 반성이나 새로운 처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가 이 처럼 협애한 인식을 벗어나, 경제회생 및 빈곤해소를 위해 보다 폭넓은 의견 수렴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그 첫걸음으로 경제개혁 및 사회발전을 위한 노-사-정 및 여타의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사회적 대화’의 틀을 구성하는데 강력한 의지와 실효성있고 전향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

5. 또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하여서는, 이것이 결과적으로 재계가 요구하고 있는 재벌개혁 정책의 후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바이다. 특히 최근 정부 여당 일각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와 집단소송법 시행 유예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오늘 대통령이 강조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발전이나 선진경제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경제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실용노선이라는 이름 하에 개혁을 포기하고 친재벌적 정책기조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되는 것도 이런 퇴행적 정책들 때문이다. 대통령이 표방한 동반성장 전략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벌 위주의 산업 구조를 개혁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정책기조를 분명히 세워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6. 문답을 통해 확인된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방향은 극히 우려스럽다. 6자회담의 교착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문제제기가 계속되어온 터에 대통령의 답변은 아무런 비전도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해 11월 LA발언 등을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반도 긴장을 해결하기 위해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행보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는 매우 안이하고 부실한 것이었다.

이라크 파병문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연장기간 외에 더 주둔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예측하는 상황대로라면 끝까지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하였다. 도대체 예측하는 상황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미 정부가 예측한 이라크 상황은 모두 다 틀린 것으로 드러났고 이라크 상황은 크게 악화되었고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철군 시한에 독자적 검토조차 포기하고 미국과 끝까지 함께 간다고 밝힌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발언이 김선일에 이어 우리 국민 2명이 피랍되어 있는 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데 더욱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7. 인사문제에 대한 문답에서 비서실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것에 대한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다만, 민정수석실이 진행해온 인사검증의 일부를 독립적인 외부기관에 맡기고 국무위원의 경우는 국회 내 인사청문회도 추진하기로 한 것은 검토할만한 것이다.

8. 전체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동반성장의 그 원칙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내용적 충실성 면에서나 균형감, 사회적 합의의 경로 등이 크게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며, 한반도 평화를 비롯한 외교안보의 비전과 의지 역시 전혀 제시하지 못하였다. 기대 이하의 회견이었다.

정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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