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쟁억지력? 중국 겨냥한 동북아 MD체제용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의 주한미군 증강계획의 노림수

이틀 간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출국한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이 연일 쏟아낸 대담한 발언들에 대해 우려 섞인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방한 직전 북한을 겨냥해 경제제재 뜻을 밝힌(31일) 월포위츠 부장관은 방한하자마자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증강계획을 이례적으로 공개(1일)한 데 이어 한국군 측에 국방비 증액을 요청(2일)한 바 있다.

선제공격의 가능성 확대

우선, 주한미군 증강과 국방비 증액요청의 근거로 월포위츠 부장관은 ‘전쟁 억지력 강화’를 들고 있지만 이는 명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동국대 이철기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이번 발표는 이제껏 유지되어왔던 전쟁 억지력이 오히려 파괴된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군의 군비증강은 선제공격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억지력이란 보복공격이 두려워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 것인데 이런 미국의 행보로 오히려 선제공격의 가능성이 확대되는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한미군의 해·공군력 강화에서 보듯이 이번 발언 역시 미국의 세계전략 일환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정책으로 해석된다. 그 중에서도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강화는 동아시아 인근 지역 간의 신속대응체제를 마련하고 MD구축으로 이으려는 것”이라는 이 교수의 분석은 2일 일본을 방문중인 월포위츠 부장관의 “주일미군 재배치” 발언과 함께 연관지어 볼 수 있다.

무기강매 강요는 수순

대북 경제제재 발언과 맞물려 대북압박용으로 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이처럼 ‘다른 노림수’를 짚고 있는 것. 함태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당장에는 남쪽을 안심시키고 북쪽을 압력하려는 것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중 하나로 중국견제에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월포위츠 부장관의 국방비 증액 요청은 무기구매강요로 이어지는 것 역시 당연하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철기 교수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MD체제 편입을 부인하고 있지만 구매를 강요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 체제에 말려드는 것은 곧 군사적 대치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한반도의 긴장고조를 우려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발표한 “한미동맹의 현대화”는 이번 월포위츠 부장관의 방한을 통해 입증된 셈이지만, 이같은 상황들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것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가 이에 합의하고 따라가는 형편에 대해 못마땅해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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