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금 협정, 내용도 절차도 문제투성이

분담금 예산 이미 책정 해놓고 협정안 심의하다니

국민세금 함부로 처리한 정부와 국회,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재협상해야

오늘(2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주한미군 주둔경비지원금(방위비 분담금) 특별 협정에 대한 비준 동의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권영길 의원에 따르면 방위비 분담 협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전인 지난해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을 예산에 책정했고 국회는 이를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 정부와 국회가 내용상 타당성 없는 방위비 분담 협정을 법적 근거도 없이 처리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런 문제가 발생한 데에는 국회 예산심의권을 무시한 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지난 십 여년간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협정안을 비준동의한 국회의 무책임한 태도에도 기인한다. 국회는 특히 미군기지이전사업이나 방위비 분담금 등 주한미군 주둔에 관한 한미간 협상에서 그 어떤 견제, 감시역할을 하지 않는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 국회는 협상과정과 결과에 대한 타당성을 따져 묻기보다는 정부의 협상결과를 그대로 추인해왔으며, 심각한 하자가 드러나도 나서서 책임지지 않았다. 이번처럼 방위비 분담금이 예산으로 미리 반영된 상황에서 협정안을 심의하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된 것도 이러한 국회의 태도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방위비 분담금 협정안이 이런 철차상의 하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수 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방위비 분담금 협정 내용 중에서도 이번 협상결과가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주한미군 병력 감축과 역할변경에도 불구하고 미 측이 ‘동맹의 징표’ 운운하며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것에 대해 정부가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주한미군에게 지원되는 각종 간접지원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국민세금 7255억원이 주한미군에게 직접 지원될 예정이고, 향후 매년 지원되는 비용이 1조원에도 이를 수도 있게 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주장이나 기지이전협정과는 배치되게 방위비 분담금이 미 측의 기지이전비용으로 전용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군의 한반도 주둔비용을 ‘방위비 분담’이라는 명목으로 한국 국민들에게 부담지우는 것 자체가 온당치 못하다. 특히 지난 해 한미간 합의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한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를 넘어 세계분쟁에 개입하는 신속기동군으로 탈바꿈하였고 동북아를 포함한 세계군사전략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이 운용된다는 사실은 미군의 주둔비용을 한국 정부에 요구할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리어 미 측이 한반도 주둔에 대한 비용을 자체 부담하거나 한국 정부에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도 미 측은 주둔비용에 대한 한국 측의 직, 간접 지원 외에 미국의 세계안보전략에 동참할 것과 그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있고, 한국 정부는 이를 수용해왔다.

그 결과 지금껏 한국 국민들은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으로 총 64억 달러를 지원한 것을 포함해, 일본도 지원하지 않는 카투사, 한국노무단(KSC) 등 각종의 인력을 지원하고 있으며 10조원 이상의 미군기지이전비용마저 부담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정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한국군을 파병해 미국의 대테러전을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이 내용상 타당성 없고 절차상 심각한 하자가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정안은 바로 정부와 국회가 만든 합작품이다. 미군주둔 비용 지원을 위해 내용도 절차도 다 무시한 이런 협정안을 국회가 비준 동의해주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이미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 측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한국 정부와 국민을 무시하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러한 행태가 계속되는 것은 정부와 국회가 잘못된 협정을 갖가지 명분과 이유를 대면서 국민들에게 본질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이런 식으로 국민들을 모욕해서는 안된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세금을 함부로 처리한 것에 대해 국민들에 즉각 사과하고 방위비 분담금 관련 예산을 무효화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가 진정 국민들을 대리하는 것이라면 협정안에 대한 비준동의를 거부하고 정부의 재협상을 요구해야 마땅하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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