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9-11-27   2573

한국의 해외군사개입 촉진할 트로이목마, 3권분립 훼손하는 PKO 법안에 반대한다


『국회동의를 ‘전제’로 한 유엔과 사전합의』는 『사후심의』와 다를 바 없어
유엔 PKO 파병의 핵심은 신속성이 아니라 갈등해결 적합성
국회심의 지체되어 문제된 PKO사례 全無! 신속파견 조항·전담부대 불필요


지난 11월 2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는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하 PKO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국회 사전동의권을 크게 훼손하는 조항을 삽입하는데 합의하였다. 국회가 왜 헌법적 권리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법안에 그토록 열심인지 납득할 수 없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는 변칙적인 신속파견 조항을 포함하는 PKO 법안이 국회는 물론 국민의 헌법적 권한을 훼손, 무력화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외통위를 통과한 PKO 법안 제6조는 정부는 병력 규모 1천명 범위에서 파병에 대한 국회의 동의를 전제로 파견지 선정, 부대편성, 병력규모, 보유장비 등에 관해 국제연합과 잠정합의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당초 정부와 송민순 의원 측은 선 파병 후 국회가 파병의 타당성 여부를 사후심의 하도록 하는 조항을 관철하려 하였으나 이 조항이 명시한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 확실해지자, 박진 위원장이 조정안을 내서 국회가 동의해 줄 것을 전제로 정부가 무언가를 한다는, 3권 분립에 위배되는 비합리적, 위헌적 조항이 삽입되게 된 것이다. 

정부가 헌법상 견제기관인 국회의 동의를 전제로 하여 집행을 잠정합의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치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런 문구를 굳이 법조문에 넣어야 할 이유가 없다. 사실 일정한 범위의 외교적 실무협의는 국회의 사전 동의권을 존중하고, 국회에 논의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고하면서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은 PKO 파병 정책결정 절차와 대외협력 절차에서 행정부에 그 이상의 재량을 부여할 것을 의도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PKO 파병은 유엔이 인정하는 다국적군 파견, 예컨대 아프가니스탄 파병과는 구분되는 유엔의 공식적인 평화유지군 파견으로서 통상 1000명 이내로 파견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1000명 이내의 파병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전제’로 유엔과 교섭을 진행해나간다는 것은 사실상 모든 PKO 파병에 대해 행정부 재량을 확대하고 국회의 사전 동의권을 위축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의 파병 사전 동의권은 헌법 제60조 2항에 명시된 국회의 배타적 권리이자 의무이다. 그런데 국회는 명확한 근거 제시 없이 ‘1천명’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범위를 스스로 정함으로써, 국회의 배타적 권리를 포기함과 동시에 국민에 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외통위는 PKO 파병의 신속성과 기동성을 이유로 국회의 사전 동의권을 축소하는 자학적 조항과 전담부대 설치 조항에 합의하고 말았지만 PKO 활동은 그 속성부터가 정부가 주장하는 신속파견, 속전속결과는 거리가 멀다. 통상 유엔 평화유지군의 파견은 해당 지역의 분쟁갈등 조정 작업이 유엔 주도로 이루어지고, 교전 혹은 무장 갈등의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유엔군의 주둔을 요청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언제나 외교적 행동을 취할 충분한 논의기간이 주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우리 국회가 심의한 어떤 PKO 파병도 정부 의사결정 절차나 국회 동의절차가 지체되어 문제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따라서 적어도 유엔 PKO에 한정한다면, 신속성과 기동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논리는 국회 사전 동의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허구적이고 선동적 논리에 불과하다.

PKO 만능론을 경계해야 한다. 평화유지군 파견은 분쟁 해결과정의 최종적인 그리고 가급적 피해야 할 최후의 선택이다. 통상 국제 무장갈등은 매우 긴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있고 종종 자원의 고갈과 배분의 형평성 문제, 구조적인 빈곤과 차별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긴급구호와 인도지원, 분쟁당사자와 주민들이 주체가 되도록 돕는 개발원조와 잘 고안된 화해 프로젝트 등이 선결 되지 않을 경우 유엔군의 파견이 갈등을 해결해준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PKO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사례를 찾기는 쉬운 반면, 문제해결에 기여한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섣부른 군사적 개입보다는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한 노력과 분쟁원인 해소에 초점을 맞춘 외교적 인도적 노력이 정책우선순위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이 점에도 PKO법은 그다지 급하지 않은 법이고, 전담부대니 국회 사전동의권 축소니 하는 논의들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기존 PKO 활동의 투명성과 책임성이라는 차원에서 보더라도 국회가 정부에게 파병절차를 간소하도록 해주고, 전담부대도 만들도록 허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의 PKO 파병 사례를 보면, 해당 분쟁에 대한 이해나 정책적 노력도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따라서 문제를 풀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거의 기울이지 않은 상태에서 유엔 요청이라는 이름으로 군대만 보내는 일이 허다했다. 해당 분쟁갈등의 조정을 위한 사전적인 외교적 노력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그 연장에서 왜 PKO가 필요했는지, 활동 결과 갈등해결에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지 등 허다한 쟁점들에 대해 국회와 국민에게 투명하고 책임 있게 보고된 바도 없다. 한마디로 사전의 외교적 정책적 노력에 대한 공유도, PKO 사후 평가도 거의 없었다. 이 점에서 보면 한국군 파병의 역사는 파병절차를 간소화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에 사전 보고와 평가의무를 더 강력히 부과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진정으로 유엔 PKO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PKO 파병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이 아니라 국제주요 분쟁의 원인과 해결방법에 대한 우리 외교당국의 입장과 태도부터 제대로 정하고, 이에 대한 국민과 국회의 동의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부터 선행해야 한다. 군대를 보내기에 앞서 해당 분쟁당사자들과 만나고, 실질적인 원조와 인도지원을 제공하며 갈등당사자들을 중재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PKO파병은 그 후에 논의할 일이다.

따라서 신속파견절차를 담은 PKO법은 불필요하다. 법사위는 이 불요불급한 반면 기존 파병의 문제점을 극대화하고 이미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국회의 헌법적 기능과 권한을 더욱 더 훼손할 동 법안을 부결시켜야 한다.

성명원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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