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11-30   587

파병연장 동의안 통과를 위한 ‘수박 겉핥기’식 조사를 우려한다

국민의혹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조사단 파견이 이루어져야

1. 열린우리당 조성태 의원을 단장으로, 열린우리당 임종인, 안영근, 한나라당 황진하, 박세환 의원 등 5명으로 구성된 국회 국방위 이라크 현지 조사단이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중인 자이툰 부대의 파병연장동의안 처리를 위한 현지실태 조사를 위해 어제(29일) 오전 출국했다.

조사단은 자이툰 부대에서 3박4일간 장병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현지 분위기와 주민의 반응, 부대의 사기 등을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국회 조사단도 조사단의 구성절차와 조사기간, 조사단 구성원 등을 보았을 때 이라크 추가 파병을 위해 파견되었던 이전 조사단과 마찬가지로 파병 연장 동의안 처리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2. 우선 이번 조사단의 구성 과정을 보았을 때 사전에 충분히 국민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파견되어 국민의 의혹과 비난을 불러일으켰던 지난번 조사단과 마찬가지로 부실한 조사가 이루어 질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지난해에도 정부와 국회는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해서 이라크에 현지 조사단을 파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절반 이상의 국민이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와 국회는 무엇을 조사해야 할 지에 대한 국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조사단을 파견하였다.

당시 조사단은 미군의 일방적인 브리핑과 짧은 현지 답사 등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현지 조사를 마치고 귀국하여 파병예정지의 상황이 생각보다 안전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여 많은 국민들의 의혹을 낳았다. 이번에 파견된 국회 조사단도 이라크 파병연장과 같이 주요한 국가적 결정 사항을 조사하는데 충분한 사전준비도 없이 파견되어 부실한 조사를 했다는 비난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국회의 본분을 망각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되었다.

3. 조사단의 이라크 현지 일정을 보면 이 조사단에 대해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라크 파병과 같이 중대한 문제를 다루는 조사단이 이동시간 등을 제외한다면 겨우 이 삼일 일정으로 현지 상황을 파악한다는 것은 이 조사단이 파병연장을 위한 요식행위 이외에 무슨 목적이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낳는다. 이라크는 현재 내년 1월 30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각 종파와 민족간의 이해와 갈등이 점차 첨예화되어 반쪽 선거 또는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총선을 방해하려는 이라크 내의 저항세력의 공격과 총선을 앞두고 저항세력을 약화시키려는 미군의 소탕작전으로 곳곳에서 전투와 충돌이 격화되어 양측의 사상자와 미간인 희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재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아르빌은 향후 이러한 종파간, 민족간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뇌관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어 자이툰 부대의 안전이 위협받고 한국에 대한 이슬람권의 적대감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현재 이라크 상황은 ‘제2의 베트남’,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현지 상황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수집하여 최대한 소상히 밝혀야 할 국회 조사단이 이 삼일 일정의 ‘수박 겉핥기’식 조사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4. 이번 국회 조사단이 우려되는 또 다른 이유는 조사단의 구성에 있다. 지난 16일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 등이 중심이 되어 구성된 ‘이라크 파병 반대의원모임’은 김원기 국회의장을 만나 6-9명선의 의원으로 조사단을 구성하되 이 중 절반을 모임 소속 의원으로 채우며 2-3명의 이라크 전문가를 동행할 것 등의 이라크 현지에 대한 국회차원의 조사단 파견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이번에 파견된 조사단의 구성을 보면 이러한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대부분이 이라크 파병에 찬성했던 의원들로 구성되었다. 따라서 이번 조사단은 국회내에서의 다양한 의견 조차도 반영하지 않은 졸속적인 구성으로 밖에 볼 수 없다.

5. 국회는 지난번 국회 조사단이 주로 파병에 찬성하는 의원들로 구성되었고, 이에 따라 조사마저도 부실하게 진행되었다는 의혹으로 국민적 비난이 증폭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만약 이번 조사단도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정부의 파병연장 동의안을 합리화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비난만을 면하기 위한 요식 행위로 파견했다면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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