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5-03   1353

학살과 인권유린은 이라크 전쟁의 본질 그 자체

각계인사 파병철회 1만인 선언

이라크 저항군 포로에 대한 미·영군의 인권유린이 알려지면서 미국과 부시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더욱 고조되는 가운데, 각계인사 1만인이 17대 총선 이후 새롭게 조성된 정치지형에 맞춰 파병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3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각계 인사 1만여명의 이름으로 정부와 각당 대표, 17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향해 파병철회를 촉구했다. 국민행동은 오늘 1만인 선언을 기점으로 이라크 파병철회 국민청원운동, 파병철회를 위한 대중집회 등에 나선다고 밝혔다.

인권유린은 전쟁의 다른 이름

이날 각계를 대표해 인사말에 나선 인사들은 최근 미·영군에 의해 자행되는 이라크 민간인 학살과 저항군 포로에 대한 인권유린에 주목했다.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은 “분명한 침략전쟁을 저지른 미군은 죄없는 민간인들을 학살하고, 포로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끔찍한 야만을 자행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와 국회는 그 자리에 우리 아들들을 보내려 하고 있다”고 정부와 정치권의 파병 방침을 성토했다. 오 의장은 “17대 총선으로 새로 구성된 국회와, 새롭게 복귀할 대통령은 심기일전해서 범죄전쟁에 파병을 중단하고, 이미 파병한 국군은 철군시키며, 이라크 국민과의 선린우호의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정광훈 민중연대 상임의장은 “석유전쟁, 곡물전쟁, 지적재산권전쟁 등 미국의 초국적 자본이 지휘하는 펜타곤 전쟁 프로그램으로 인해 제3세계 민중들이 피를 흘리고 있다”면서 “파병철회는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학살과 야만에 반대하는 의미도 있지만, 미국이라는 전쟁국가에 반대하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노동, 여성, 정당을 대표하는 인사들도 나와서 이라크 파병철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왜 피같은 정부예산을 복지에 쓰지 않고 이라크 파병에 써야 하는지, 이제 노동자들도 이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면서 “노동조합 역시 이 나라 국민의 한 사람,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조직으로서 국익과 동맹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범죄행위를 막고, 인류평화의 미래를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정현백 한국여성연합 상임공동대표는 “최근 언론을 통해 이라크 포로에 대한 성희롱, 성폭력을 봤다”면서 “성폭력은 본질적으로는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에게 가하는 학대의 방법으로서 전쟁과 함께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라며 전쟁의 본질을 폭력으로 설명했다. 정 대표는 “권력과 힘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비인간적인 행위가 사라질 때까지 여성들도 힘차게 싸워 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이영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당선자는 “얼마전 우리는 17대 총선 결과를 보고 새로운 정치를 여는 기회가 왔다고 기쁨에 차 있었다”면서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보수정당은 이라크 파병 문제에서 발을 빼려 하고 있다”고 기존정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당선자는 “보수정당이 국민을 기만, 배신하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민주노동당은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를 보냈다.

파병철회 촛불집회 다시 연다

국민행동은 앞으로 파병철회를 위한 대정치권 압박과 대중집회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5월 14일(토)부터 매주 파병철회 촛불집회를 열고 6월 12일에는 이라크 파병철회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범국민대회를 연다고 발표했다.

정대연 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은 “앞으로 파병철회를 위한 국민행동의 계획은 국민청원운동과 파병철회 촛불집회 등 크게 2가지 운동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향후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청원운동은 지역별, 부문별 ‘1만인 청원운동’을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한다. 6일 오후 1시에는 명동성당 부근에서 파병철회 국민청원운동 첫 캠페인을 갖는다. 국민행동은 또한 민주노동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의원 중 파병철회 의원그룹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파병철회 결의안을 국회에 상정시키고, 국회의원 당선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명운동도 벌인다.

5월 14일 열리는 촛불집회는 시대와 공간이 다르지만 학살과 인권유린이라는 동일한 아픔을 겪고 있다는 의미에서 ’80년 광주와 2004년 팔루자’라는 주제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6월 12일을 ‘이라크 파병철회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범국민행동의 날’로 잡아 전국 동시다발적인 군중집회를 연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홍근수 목사는 ‘대통령과 여야정당대표, 17대 국회의원 당선자들께 드리는 공개서한 낭독’을 통해 “정부는 이라크인의 환영을 받는 재건지원의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파병추진 일정을 전면 중단해야 하며, 여야 정당은 파병에 동의했던 16대 국회의 잘못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처리한 파병동의안을 철회할 것을 천명해야 한다”고 정부와 정치권에 파병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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