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2-09   661

파병안 ‘졸속’ 심의… 파병반대국민행동, 낙천낙선운동 적극 검토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이하 파병반대국민행동)은 9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파병동의안 처리에 대한 모니터내용과 이후 계획을 밝혔다.

파병반대국민행동 모니터단에 따르면, 오후 2시에 다시 열린 국방위원회는 파병반대국민행동 대표진의 저지로 출석하지 못했던 장영달 위원장에 대한 성토와 고함으로 정회와 속개를 거듭했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이 “장 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시민단체들과 짜고 치는게 아니냐”며 윽박질러 국방위원회는 논의가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또한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 등이 “시민단체가 방청하는 상태에서는 위원회를 속개할 수 없다”며 항의해 국방위 각 당 간사들의 협의를 거치느라 다시 정회를 하는 소동이 계속되었다.

결국 3시가 다 되어서야 이라크 추가파병안에 대한 찬반 토론이 이뤄졌고, 파병안이 가결된 4시48분까지 100여 분 동안 의원들은 차례로 질문과 정견발표를 했으나, 대체로 파병찬성이라는 입장을 갖고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질문과 입장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쳤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구체적인 예로 몇가지 사안을 제시했다. 우선 키르쿠크 지역의 안전상태에 대해 질문했을 때, 국방부 장관은 그동안 해왔던 답변을 반복해 “다른 지역보다는 안전하다”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국방부장관의 이러한 의례적인 답변에 대해 추가질의나 반박을 하는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또한 예산안이 여전히 누락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제출하겠다”는 국방부장관의 발언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논란이 계속되어 온 부대성격에 대해서도 성의없는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이번 파병이 “전투부대 위주가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으나, 이에 대해 국방부장관이 “본질적으로 군대는 전투부대일 수 밖에 없다”며 특전사 위주 파병 근거로 “민사작전 경험이 많다”고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

심지어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소재한 해병대 부대들을 파병부대에 추가해 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해 국방위를 참관한 이들은 물론 참석 의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또한 질의과정에서 국방부장관은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의 요청이 없었으며, 편성이 확정되지 않아 파병부대 편성 자체가 유동적이라는 점”을 시인했으나, 이에 대해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가 대외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될 6월 이후 그들의 공식적 입장을 듣고 파병문제를 결정하자든가, 편성문제를 구체화하고 결의안을 확정하자는 등의 의견을 낸 의원은 없었다.

위와 같이 2시간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의례적인 토론이 오간 후 파병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참석한 14명 의원중 단 2명만이 반대한 채 파병동의안이 가결되었다.

추가파병에 찬성한 의원들은 모두 12명이다. 박세환(한나라당), 천용택(열린우리당), 최명헌(민주당), 강창희(한나라당), 유한열(한나라당), 이경재(한나라당), 이상득(한나라당), 이연숙(한나라당), 김기재(민주당), 이만섭(민주당), 이용삼(민주당) , 김종필(자민련) 의원 등이 그들이다.

장영달 국방위원장(열린우리당)과 한충수(민주당) 의원만이 반대표를 던졌고, 강삼재(한나라당), 강창성(한나라당), 서청원(한나라당) 의원 등은 불참, 최병렬 한나라당 총재는 표결 전에 퇴장했다.

논의과정에서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노무현 정부가 이를 설득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아 오늘 처리하기 어렵겠다”고 정견발표를 한 이연숙 한나라당 의원이 정작 표결에서는 “찬성”표를 던져 참관인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파병안 가결 후, 국방위원회를 참관했던 파병반대국민행동 모니터단은 기자브리핑을 갖고 부실 토론과 무책임한 결정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 모니터단은 “2차 추가파병안 역시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졸속 처리됐다. 파병이라는 국가적 사안을 2시간이 안되는 시간 동안 토론하고 결정까지 했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된다”라며 국방위원회를 비난했다.

이어 “키르쿠크 안전성 여부, 예산규모, 구성과 편성, 국민동의, 다시 추가요청 우려가 있는 3차 파병문제, 이라크 파병에 대한 정당성 문제 등 국민의 우려와 의문을 해소할만한 성실한 의정활동은 어디에도 없었다”라고 평가하고 “오늘 찬성한 의원들에 대해 낙천낙선운동을 할 것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이번 주 안에 실무준비에 돌입할 계획이라는 것도 덧붙였다.

모니터단으로 활동했던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당일 국방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기 위해 복도에 노트북을 들고 도열해 있던 20여명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국방위원회 회의 동안 까다로운 질문이 전혀 없었다며 좋아했다”는 풍경을 전하는 것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최현주 기자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