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6-18   465

“당론으로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여야의원, 23일 이라크 파병 재검토 결의안 발의키로

이라크 파병에 관해 당론과 다른 입장을 가진 여야의원들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함께 모여 ‘파병일정 중단을 위한 국회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들 의원들과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오는 23일까지 ‘국군부대의 이라크 추가파견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을 발의하기로 하였다.

결의안의 법률적 효력 유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나, 결의안이 발의되면 최소한 이라크 파병에 관한 국회 차원의 논의를 여는 데는 일정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파병반대국민행동 역시 다음 주부터 집회를 포함한 총력투쟁에 나서, 국회 차원의 파병 재검토 논의에 힘을 실어준다는 전략이다.

이날 논의는 이라크와 국내를 오가며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평화운동가 임영신 씨의 현지상황 보고로부터 시작됐다. 임영신 씨는 “국내에서 파병 찬반 논쟁은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의 논쟁처럼 진행되고 있지만, 현실주의자들이 말하는 또 다른 현실은 누락되고 있다”면서 미군에 의해 자행되는 이라크에서의 야만과 폭력을 고발했다.

임영신 씨의 보고에 따르면, 이라크 현지는 지금 미군에 대한 분노가 다른 동맹국 일반에 대한 분노로 확대되고 있고, 이라크 저항군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미군의 양민에 대한 무차별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국민통합실천위원회 위원장인 이미경 의원은 이라크 파병에 관한 열린우리당의 그간 논의를 보고했다. “마음이 무겁다”는 말로 시작한 이미경 의원은 “이 자리는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보고만 마치고 자리를 뜨겠다”고 하면서, 정부의 파병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미경 의원은 “기본적으로 16대 국회에서 이미 결의가 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파병에 따른 결정적 위험이 따른다는 상황판단이 아니고서는 (입장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정부여당의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는 국회 동의 없는 파병부대의 이동 불가 정도를 얻어낸 것이 최대한이었다”면서 “열린우리당 원내총회에서는 명시적 당론은 아니었지만 파병부대의 성격, 규모, 시기를 분명히 할 것, 그리고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파병할 것 등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그건 이미경 의원 개인의 의견이죠?”라고 물으며 “당론 차원에서 추가 파병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대연 국민행동 기획단장은 결의안의 내용을 낭독했다. 각 당은 당 차원에서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을 규합해 결의안을 발의하기로 했는데, 이날 발표된 결의안 초안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결의안의 내용은 대통령과 정부가 일체의 추가파병 실무추진을 중단하고, 국회에 파병 결정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보고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어 각 당의 파병 반대 및 재검토 의견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차례로 발언을 이어갔다.

이광철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라크 문제에 이라크가 없다’는 자료를 통해 “유엔의 이라크 결의안은 추가파병의 명분과 조건이 될 수 없다”면서 “파병의 시점, 규모, 장소 모두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특히 “일부에서는 열린우리당이 17일 정책의총을 열어 당론으로 추가파병을 지지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17일 의총은 16대 국회에서 인준한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에 대한 지지 여부를 당론으로 확정하지는 않되, 이라크 파병에 대한 당론 여부는 추가파병, 파병 연장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입장을 연말 연장동의안 제출시 재론키로 한다는 것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고, 재검토 논의가 열려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나라당에서는 고진화 의원이 발언했다. 고진화 의원은 “파병에 관한 논의가 흐트러진 것은 이 문제가 한미동맹, 미군 감축 등과 같이 나오면서 건강하고 본질적인 논의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라며 “미군감축을 오히려 남북간의 상호긴장완화와 군축으로 이어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현재로서는 추가파병을 연기하는 것이 마지노선”이라고 하면서 “16대 국회의 무책임한 백지위임식 파병 동의안은 재검토되어야 하며, 4개월 뒤에 재검토할 것이 아니라 4개월 동안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부는 이라크의 평화재건을 위해 파병한다고 하면서 이라크에서 새마을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새마을운동하러 군대를 보낼 이유가 무엇이며, 그것도 특전사를 보낼 이유가 무엇이냐”며 특유의 어법으로 정부 입장을 공박했다. 노 의원은 “결국 파병을 하는 실제 논리는 따로 있으며 그것은 미국과의 관계 문제”라면서 “50년 넘은 낡은 동맹, 냉전의 산물인 한미동맹을 위해 파병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궁지에 몰린 미국 정부의 정치적 입지만 강화시켜는 것 외에 아무런 실익도 명분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에서는 손봉숙 의원이 참여했다. 손 의원은 “한미동맹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시각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운을 뗀 뒤 “민주당은 추가파병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한미동맹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 의원은 “추가파병은 이라크 내전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고, 국제 여론과 파병국가들의 철군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더구나 시기적으로 지금 파병을 해도 미국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상황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의원들과 시민단체 인사들은 23일을 결의안 발의일로 잡고, 그 때까지 의원들을 규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광철(열린우리당), 고진화(한나라당), 노회찬(민주노동당), 손봉숙(민주당) 의원 외 정청래, 송영길, 임종인, 김원웅, 유승희, 장경수, 김재윤 (이상 열린우리당), 배일도(한나라당), 이영순, 권영길, 조승수, 현애자(이상 민주노동당) 의원이 참석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박석운 민중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합동민원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같고, 추가파병을 추진하는 정부여당을 규탄했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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