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09-07-21   1890

핵재처리, 경제성 없고 국제사회 비확산 노력에도 역행


토론회 ‘한미원자력협정 개정과 한반도 비핵화 위기’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한국에 대한 미국 핵우산의 재확인, 일각의 한국의 핵주권론 주장 등으로 한반도 핵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무효화되었다며, 이제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시민·평화·환경단체들이 긴급하게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 자리에는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박정은 참여연대 정책실장,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대안정책국 부장,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대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석하였다.




한미원자력협정과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이명박정부와 보수언론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미원자력협정’이 무엇인지 먼저 짚고 넘어가자. 한미원자력협정의 공식명칭은 ‘원자력의 민간이용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간의 협력을 위한 협정’이며, 1973년 만들어져서 2014년까지 유효하다. 미국으로부터 인수하는 특수 핵물질의 재처리, 또는 형태나 내용에 변형을 가할 경우 양국이 공동으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으며, 미국산 핵연료의 제3국으로의 재이전에 대해 미국의 사전동의권을 인정하고 있다.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1991년 남북한이 공동발표한 것으로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사용을 하지 아니한다’,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 ‘남과 북은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사용후핵연료를 둘러싼 쟁점과 과제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대표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핵주권 논란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주도하고 있다. 교과부는 파이로프로세스(pyroprocess) 기술은 사용후핵연료로부터 우라늄 등 성분을 회수해서 고속로의 연료로 재활용함으로써 우라늄 활용도를 높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양을 줄일 수 있어 환경친화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헌석 대표는 교과부를 비롯한 정부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5가지 관점에서 반박하였다.(이헌석 대표 글 http://eco-center.org/zbxe/56819)


첫째, 사용후핵연료가 과연 재활용가능한 것인가?
사용후핵연료란 핵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를 의미한다. 이것을 재처리할 경우 핵무기에 사용가능한 플루토늄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과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자국의 전력난 해결을 목적으로 한다고 주장함에도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것과 동일하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무조건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가능한 자원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다. 오히려 한국정부는 2004년 우라늄농축사건이 터지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천명한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4원칙 – 핵무기 개발, 보유 의사 없음, 핵투명성 원칙유지 및 국제협력 강화, 핵비확산에 대한 국제규범 준수, 핵의 평화적 이용범위 확대-을 준수해야 하며,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에 대해 “wait and see” 태도를 버리고 ”직접처분“으로 태도를 전환해야 한다.


둘째,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경제적인가?
설사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그리고 국제사회의 동의를 이끌어내더라도 과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경제적인가는 별도의 중요한 문제이다. 핵연료를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경제적이라고 성급하게 판단해서는 안된다. 일본의 경우 일본 로카쇼무라의 재처리공장은 1992년부터 수차례 시험가동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해 현재까지도 가동이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그동안 투여된 돈만 2조 3400억엔에 달하며, 이후 조업 및 폐지조치에 따른 예상비용까지 합하면 30조 5200억원에 달한다. 또한 OECD의 ‘The Economics of the Nuclear Fuel Cycle’에 따르면 오히려 직접처분이 재처리에 비해 15~25%의 경제성이 있다고 한다.


셋째,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고속로 순환주기)는 친환경적인가?
미래원자력시스템 연구개발 액션플랜에 따르면 2100년에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직접처분시 약 7만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며 이를 위해 5㎢의 지하저장공간이 필요한데, 2040년 연소로를 도입한다면 누적량을 100톤 정도로 감소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액션플랜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7만톤 저장하는데 필요한 부지는 500만㎡인데 이는 경주방폐장의 2배정도인 공간이다. 또한 ESPF 33만㎡, KAPF 99만㎡, SFR과 AFC(선진핵연료) 연계시 SFR 요구면적 이외에 132만㎡의 임해지역부지가 필요해 총 764만㎡의 부지가 필요한 것이다. 만약 오로지 친환경성을 위한 것이라면 천문학적 비용(AFC 사업 2030년까지 2조 1413억원 소요)을 다른 재생에너지 관련 R&D에 투자하는 것이 더 경제적 선택일 것이다.


넷째, 파이로프로세스(pyroprocess)는 재처리(reprocessing)작업인가? 재활용작업(recycling)인가?
교과부는 파이로프로세스가 재처리가 아니라 재활용작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파이로프로세스를 재처리의 일환으로 간주하는 시각이 더 보편적이다. 그 이유는 이미 언급하였듯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의 비경제성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가들이 군사적 목적으로 재처리를 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다섯째, 미국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정인가?
한미원자력협정은 과학기술계의 한미SOFA협정(주한미군 지위에 관한 협정)으로 불린다. 한미원자력협정은 재처리뿐만 아니라 사용후핵연료의 운반 및 관련 연구과정까지 미국과의 협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원자력협정이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1970년대부터 미국의 승인하에 재처리를 하고 있는 일본을 예로 들며 한국도 미국의 속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일본의 예는 일반적이라기보다 하나의 특혜 사례이다. 물론 자국의 주권을 지키고 연구 범위를 타국에 의해 제한받는 불공정 협약의 문제는 시정되어야 하겠지만, 이 때문에 핵확산의 가능성이 증대된다면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것이 되어버릴 것이다.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대표는 비록 한반도 갈등 상태에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이슈가 공론화되었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관해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대안정책국 부장은 최고층 빌딩과 같은 최고에 대한 열망이 이제 최고로 강한 무기 소유로 나타나고 있다며 핵주권에 대한 향수를 가진 국민적 감수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경우 얼마만큼의 핵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단순한 도식적 접근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핵에너지는 일반 쓰레기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건식이든 습식이든 핵에너지 사용 자체로 인해 핵폐기물의 총량은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재처리공장은 핵발전소 1년분의 방사능을 하루 만에 방출한다고 한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북한이 핵을 보유함으로 한반도비핵화선언은 무력화되었고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핵주권론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한반도가 핵 vs 핵 대결시대로 진입한다면 평화 없는 냉전시대가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반도 갈등이 고조되어 열전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해서는 미국의 입장변화를 근거로 개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즉 부시정부는 처음에는 파이로프로세스가 재처리가 아니라고 하다가 핵물질통제 강화 정책에 따라 재처리가 맞다고 입장을 수정하였다. 아직 오바마정부의 관련 공식적 입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핵 없는 세상’을 천명한 상태에서 부시정부보다 후퇴된 입장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한국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여론몰이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제스처로 보인다고 하였다. 핵주권론이 득세하는 한국사회의 모습은 국제사회의 의구심만 초래해 오히려 한국사회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도 주장하였다.


박정은 참여연대 정책실장핵주권론, ‘핵을 통한 억지’를 통해 한반도 갈등을 잠재우려 하는 정부의 행태는 냉전적이고 대결적인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주장하는 자들은 경제적·상업적 이득, 평화적 핵주권, 농축과 재처리를 하는 일본과의 불평등 등을 그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러한 근거들이 과거 핵무기 개발 의혹으로 갈등을 빚었던 북한, 이란과의 주장했던 것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하였다. “한국의 핵무기 개발이 걱정된다면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될 일”로 치부하기에는 정부가 사실상 한반도비핵화원칙을 사문화시키고 있고, 핵확산의 가능성도 원천적으로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비핵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재처리, 농축시설을 갖춘 일본의 사례는 핵확산에 대한 미국의 이중잣대를 보여주는 ‘특혜’로써 국제사회로부터 비판받을 일이지, 일본과 비교하여 불평등하고 자존심 상할 문제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2005년 NPT 검토회의에서 IAEA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핵재처리 모라토리움을 제안했을 정도로 국제 핵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핵재처리를 통제할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어 왔다는 사실도 강조하였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오히려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지 제공을 재확인하고, 북한이 이미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위배했기 때문에 한국정부도 비핵화 선언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발상은 정부가 북핵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매우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향후 북핵 협상이 추진될 경우 핵우산이나 남한의 재처리 문제가 협상테이블에서 쟁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는 나라들이 핵보유 국가들의 핵무기 사용금지 등에 소극적인데, 핵군축의 의무는 핵보유국들만의 의무가 아니라 이들로부터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는 국가들의 의무이기도 하다며, 한국정부는 핵보유를 시도해서는 안 되며 국제사회의 핵군축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은 정책실장 글: http://blog.peoplepower21.org/Peace/30847)


마지막으로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해서 정치적 공방을 떠나 우선적으로 경제적 손익을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은 스위스, 프랑스, 일본, OECD 등이 경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또한 건식 또는 습식이라는 기술적 방식의 차이가 핵투명성과 핵비확산을 담보해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황주호 교수는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불능화 원칙에 따라 북한 핵시설의 완벽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해체를 요구했었는데, 관련해서 북한의 핵시설 해체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플루토늄 생산시설 문제보다는 우라늄 농축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있었지만 외면당했었다고 한다. 파키스탄으로부터 이란과 북한이 샘플을 가져갔는데 북한이 농축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애써 문제를 외면해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금 농축문제가 불거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과 한반도 비핵화 위기’에 관한 토론회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 가능한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실현을 위해 과연 타당한 정책인가, 동시에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의 경제성, 환경친화성, 기술력이라는 측면에서 실용성을 따져본 자리였다. 뿐만 아니라 이번 토론회는 국민들의 핵주권에 막연한 환상을 깨야 하며, 시민사회운동 진영에서 비핵화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정의할 필요가 있으며,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비핵화 선언, 동북아 (핵)군비경쟁 중단 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을 요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북한의 핵공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청중의 질의는 핵문제를 핵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노력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지 최악의 시나리오 발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엄청난 재원을 투여하고 핵군축이라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 과연 최상의 길인지 다시 한번 따져보는 계기가 되었다. 즉 북한의 핵보유 동기를 제거시키는 길이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타당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연 한국이 핵무장에 나선다고 한반도 평화가 과연 도래할 것인가? 핵무기를 통한 전쟁억지력을 추구한 나라들은 대신 재래식 부분의 축소를 가능할게 할 것이라고 보았지만, 역사는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이 억지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더 많은 핵무기와 재래식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끝없는 군비경쟁의 트랩에 갇히고 말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핵무기 보유는 더 이상 경제적 안보정책이 될 수 없음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작성 김희순(평화군축센터 간사)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