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TV Photo 2003-12-16   1330

[포토에세이] 아름다운 사람들, 나눔의 이야기

“제가 뭘 사진 찍을 게 있다고 너무 부끄럽네요.”

유난히 수줍음이 많으신 이선문 씨는 아직도 12살 소녀의 순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녀는 현재 피아노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초등학교 4학년, 6학년 두 딸 아이를 키우고 있다.

과로사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남편을 생각할 때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감이 들지만 그녀 곁에는 힘이 되어 주는 친구와 이웃들이 있다. 사진촬영을 하는 그 날도 멀리 의정부에서 친구가 와 함께 하는 것을 보면서 좋은 사람 곁에는 늘 좋은 사람이 함께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남편에 대한 추억이 쌓여 가면 쌓여갈수록 그녀의 나눔도 더 깊어지고 오래 될 것이다.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당당하게 살자’라는 가훈처럼 거친 세상에 당당히 맞서며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살고자 하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발견할 수 있는 건 그 이유에서일까?

“세탁소여서 그런지 향기로운 냄새가 나네요”

“아니지요. 아름다운 나눔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향기가나는 것이지요”

이것이 김광호 씨와의 첫 만남이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시는 김광호 씨는 꿈이 있는 사장님이시다. 그 꿈이 무엇인고 하니 바른 인성과 나눔을 가르치는 교육자이다. 언뜻 들으면 세탁소와 교육자는 잘 연결이 되지 않지만 김 사장님의 이력을 들어보면 금새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김광호님은 삼년 전까지는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학원의 학원장이었다. 97년 IMF를 겪으면서 점점 학원이 어려워져 결국 문을 닫게 되었고 그 후 세탁소로 새 삶을 시작했다. “왜 세탁소로 시작 했냐구요? 가장 밑바닥의인생부터 하나하나 다시 배우며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잠시도 쉴 수 없을 만큼 일은 고되고 몸은 힘들지만 김광호 씨는 이 일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며 많은 인생공부를 한다고 한다.

“나를 통해 나눔이 전해지고 그 나눔을 전해 받은 사람이 또 나눔을 전하면 결국 이 지역, 이 나라가 더 아름다워지지 않겠습니까?”라는 말처럼 김광호 씨의 작은 정성이 널리 퍼져 온 세상이 나눔의 세상이 되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이렇게 거창하게는 안할라꼬 했는데, 민망하네’

초등학교 3학년 우창 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수업중인 교실로 향하면서 연신 부끄럽다는 얘길 하신다.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 미소를 짓는 아들을 보면서는 흐뭇함을 감출 수가 없다.

최우창 군은 경북 경산에 사는 최연소 기부자다. 부모님과 함께 기부단체를 찾던 중에 <아름다운 재단>을 알게 되었고, 오전에 수업이 마치는 작년까지는 매달 수업이 끝나고 엄마와 은행에 가서 직접 입금을 했다. “그냥 부모가 기부를 해버릴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것보다는 본인이 나누고 있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지금은 부모님이 주는 용돈으로 하지만, 자기가 크면 더 많이 나누지 않겠어요. 우창 군은 지금도 심부름하고 남는 돈도 판매대에 놓인 모금함에 넣고 와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은근히 아들 자랑을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동행한 사람들이 절로 유쾌해진다.

3학년이 되면서 수업이 오후까지 있어서 직접 은행을 가지는 못하지만, 크는 만큼 자기가 나누는 1%가 커지는게 뿌듯하다고 한다. 벽에 표시하는 키높이 만큼이나 우창 군이 나누는 희망의 1%도 커질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사진 한 장으로 담을 수 없는 이야기들

<아름다운 사람들, 나눔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재단>의 ‘나눔을 실천하는 1%기부자’들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전이다. 사진 한 장에 한 사람의 이야기도 모두 담아낼 수는 없지만, 나눔을 실천하는 그들이 삶이 뿜어내는 향기를 만끽하기엔 부족함이 없을 것. 다른 사진을 통해 또다른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서울시 종로구 공평아트센터 1층을 찾으면 된다. 단, 12월 17일부터 23일까지.

사진 김용호 사진가, 글 오혜진 아름다운 재단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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