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TV Photo 2006-07-11   792

주말농사꾼 이야기4

FTA협상 문제로 심란하고 평택 평화행진단에 대한 평성지역 상인들의 행패에 마음아픈 지난 주말, 이번 주초입니다.

시작은 봤으니, 끝맺음을 하기위해서라도 한 두편만 더 주말농사 이야기를 할까합니다. 서서히 지루해지시는 독자(?)분들께 죄송합니다.

드디어 애호박이 열렸습니다. 6월 18일이었습니다. 그 전 주말에 갔을 때 호박꽃 아래에 열매가 맺힐 정도였는데, 1주일만에 세 배 이상 커졌습니다. 애호박이라고도 하고 ‘마디호박’이라고도 하는데, 정말 쑥 자란 모습에 놀랬습니다.

호박 잎들 사이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한 순간은 저도모르게 놀랬습니다. 크기도 얼마나 큰지, 제 아들에게 쥐어주고는 ‘왕호박~’이라고 소리질러 보라 했더니 아들녀석도 공감을 했는지 아주 크게 입을 벌리고 따라하지 뭡니까..

근데 모든 호박열매들이 다 잘 여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절반까지는 아니지만, 열매가 생긴 후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만큼 자라다가 뚝 떨어져 버리거나 저절로 물러져버리는 것들이 여러개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주에는 호박 모종 3개심은데서 호박을 2개쯤 수확하기도 하고, 그 어떤 주에는 8개 정도 수확하기도 했지만 어떤 주에는 하나도 수확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말마다 호박전에 호박넣은 된장찌개 먹을만큼은 나옵니다.

오이 자라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저는 잘 듣지 못한 말이지만, 오이처럼 자란다는 말이 있다면서요?.. 오이 열매가 쑥쑥 잘 자라는 것을 빗댄 말이라 하시는데, 정말 그렇더라구요.

사실 호박은 적당한 크기보다 조금 작으면, 음..다음 주에 따도 되겠다 싶어 1주일을 기다리지요. 그러면 정말 큼지막하게 잘 자라있어서 수확의 기쁨이 두 배이죠.

근데 오이는 참 사람을 갈등에 빠지게 합니다. 분명히 수확하기에는 좀 작다 싶은데, 예를 들면 20센티미터 정도이면,,,이걸 1주일 후에 따야해..아니면 지금 따야해 고민이 빠집니다. 주말에만 올 수 밖에 없는 사정인데, 1주일 후에 오면 크기가 조금 커지기는 하지만, 색깔이 약간 노래지기 시작하거든요…

그상태로 아주 오래두면 ‘노각’이라고 해서 또 다른 요리용으로 써먹을 수 있다지만, 그래도 저는 그냥 오이가 좋으니… 그래서 좀 작다 싶어도 그냥 따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랍니다.

그리고 호박은 그나마 모양새가 이쁘게 자라는데, 오이는 농부의 기술때문인지 좀 이쁘지가 않아요.. 배불뚝이 모양이 좀 많아요…농장주인님이 가르쳐주셔서 알았는데, 크기가 20센티 미만이더라도 꼭지부분이 조금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다 자란 거니까 작아도 수확하라고 하시더군요.

지난 이야기에서 감자수확한 제 아들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6월 24일에는 감자를 수확했습니다. 좀 이른 수확이구나 생각을 했지만, 장마철이 시작되는데다가 혹시라도 주말마다 비가오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비가 오지 않은 6월 24일에 수확작업을 감행했습니다. 사실 작년에는 7월초에 제 처가 수확을 했는데(제가 그 때 부서 엠티를 떠난 주말이었죠..), 하필 그날 가랑비가 내려 젖은 감자 말리느라고 제 처가 아주 고생을 했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햇볕 좋은 날 캐기로 마음먹고 이른 수확을 감행했죠..그래서 사실 아주 조그만 녀석들도 많았습니다. 감자조림에 적당한 크기말이죠.

엊그제 그러니까 7월 9일에 농장에 가니, 농장주인님께서는 이제 감자를 수확하시더라구요. 저보다 2~3주 더 늦어서 그런지 감자크기도 좋기만해보였구요.

비록 크기가 작은 녀석들도 좀 있었지만, 꽤 캤습니다.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둔 모습을 보시면 대충 짐잠하시겠죠..(죄송합니다. 이것도 사무실에서 나누어 먹지 않고 독식해서…). 간식용으로, 요리용으로 써먹기도 하지만, 아침 식사용으로 삶은 감자가 꽤 좋더군요.

그전에는 바나나 1개에 우유 1잔이나 삶은 고구마 1개에 우유 1잔이었는데, 사실 고구마는 잘 넘어가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삶은 감자는 아주 부드럽게 넘어가더라구요. 감자 2개에 우유 1잔..아침 식사용으로 좋습니다.

감자가 뿌리에 어떻게 달려있는지 모르는 분을 위해 사진도 준비했습니다.

감자를 수확할 때에도 순전히 아들을 위해 키우는 방울토마토는 따먹지를 못했습니다. 방울토마토 열매는 6월 중순부터 이미 열렸는데, 빨갛게 익지 않은체 초록색으로 3주쯤 사람을 기다리게 하더군요. 겨우 지난 주(7월 9일)에서야 10개쯤 따먹었답니다. 그런데 순지르기를 워낙 해주지 않아서 제 방울토마토는 완전히 줄기와 잎들이 무성한데, 옆 밭 아저씨거는 아주 깔끔하답니다. 본줄기 1개만 남겨두고 과감히 곁가지를 치셨는데, 비교되어서 참 쑥스럽더군요. 그래도 뒤늦게나마 중간중간 나오는 곁가지들하고 더 키가 크지 말라고 제일 윗 가지들도 자라고 순지르기하고 뒤늦은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그 덕분인지 열매수는 옆 밭 아저씨네하고 비슷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제 아들녀석은 농장에 갈때마다 “방울토마토가 익었을까” 노래를 부른답니다. 농약을 전혀 안치니, 그 자리에서 먼지만 닦아서 바로 먹기도 하고 농장 한 켠에 있는 지하수물에 씻어 차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먹었답니다.

이제 대충 봄에 심은 것들은 수확이 막바지이거나 아니면 수확만 남은 시기입니다.

고추하고 방울토마토, 오이, 호박은 8~9월까지 계속 수확할 수 있답니다. 상추하고 청경채, 치커리는 이제 왠만큼 자랄만큼 자라서 수확은 막바지 단계입니다. 여름 장마철 끝나고 나서 조금 쉬었다가 새 씨앗을 뿌려 가을 채소 준비해야지요.

감자를 캔 곳에는 약간은 늦었지만, 고구마를 심으면 딱입니다. 어떤 분들은 그 자리에 여름 지나면서 가을 배추를 심어시지요. 가을배추는 김장용이라 꽤 많이 심어시더군요.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이제는 여름 휴가철 지나고 나서의 농장모습으로 인사드릴까 합니다. 근데 잘 모르겠습니다.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박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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