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나봅니다.
손이 시려워지고 옷깃도 다시 여미게 되는군요.
따뜻한 공간과 따뜻한 차 한잔이 아쉽기 시작합니다.
지난 겨울도 그랬을겁니다.
지금보다 몇배는 더 추웠을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효순이 미선이를 추모하기 위해 초한자루를 손에 들고 광화문에서 많은 날들을 지새웠고.
오로지 석유를 위해 이라크를 침략하는 부시정권에 항의하기 위해, 어떻게든 전쟁을 막아보기 위해 우리는 국회 앞에서도 거리에서도 많은 싸움을 해왔습니다.
전 세계 시민들이 “전쟁반대”를 외쳐도, 부시는 이라크를 침공했고
온 국민이 “파병반대”를 외쳐도,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에 파병을 하고 이제는 2번째 파병을 하자고 합니다.
외쳐도 소용없다는 마음에, 거리에서 지친 피곤함에, 우리들은 꽁꽁 얼었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뜨거운 여름이 지나 다시 겨울의 문턱까지 왔는데도
우리의 마음 속에 있던 얼음은 그대로 남아 심장을 찔러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심장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서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전쟁도 파병도 막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다시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총과 군인이 아니라 의료품과 식수를, 무기가 아니라 생명을 이라크에 보내자고 그래서 3차전으로 치닫고 있는 전쟁을 어서 멈추라고 외치기 위해, 우리 심장을 짓누르는 얼음조각을 깨내기 위해, 다시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계절을 모두 돌아 다시 겨울의 문턱입니다.
여전히 전쟁중단을 외칠 수 밖에 없는 우리들, 지난 겨울은 추억이 아니라 바로 지금 모습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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