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뜻을 거스른 여야 합의
청와대, 한나라당, 국회의장 압박에 민주당 무릎 꿇어
국민이 반대하는 법안, 결국 제자리 찾아올 것

연말부터 이어져온 국회 입법전쟁이 결국 국민의 뜻을 거스른 채 종결되고 있다. 오늘(3/2)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극적으로 타결했다는 합의안의 내용은 ‘쟁점법안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심사’라는 국민적 요구를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국회의장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집요한 압박에 굴복했고, 청와대와 한나라당, 국회의장이 삼각편대를 이뤄 민주당의 목을 죄면서 결국 민주당도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작년 연말부터 지금까지 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 정부와 여당은 수를 앞세워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법안을 강행처리하겠다며 의회민주주의를 유린했고,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밀어붙이기에 굴복하여 악법 들러리를 자처하고 나섰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미디어법 처리를 100일간 보류한 것이 마치 대단한 성과인양 선전하고 있지만, 이 협상안은 100일 후에도 한나라당이 국민의 반대나 우려와 무관하게 원안대로 표결처리할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법을 반대해 온 국민 다수의 뜻을 거스르고 있다. 설령 협상안대로 100일간 논의를 했다 하더라도 국회는 미디어법을 국민의 뜻과 무관하게 다수결로 표결처리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 관련법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금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경제관련법 처리를 위해 오늘 중에 여야정 협의체에서 합의안을 만들고, 내일 정무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결정했다. 금산분리 관련 법안은 한국경제의 구조를 바꾸고,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법안이다. 따라서 완화의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검토, 부작용에 대한 대책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세계 각국이 경제위기를 맞아 금융규제 강화를 추진하는 마당에 왜 우리만 정반대의 정책을 펴려고 하는지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여당의 들러리가 되어 국회를 거수기로 만들었다는 역사적 심판을 받고 싶지 않다면 경제 관련법 졸속 처리를 포기해야 한다.

서민경제가 파탄이 난 마당에 재벌과 특권층 특혜법안을 놓고 국회가 몇 개월 간 의미 없는 전쟁을 치루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지금은 서민 생활을 살리고, 고용위기, 경제위기를 극복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 국민의 뜻과 무관한 정치적 법안들이 어떤 최후를 맞았는지 경험했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책, 지지하지 않는 법안은 결국 다시 제자리를 찾아오게 되어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바로 그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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