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유권자운동 2020-05-05   1867

[21대 총선 후기] 모든 날들이 좋은 날들이었다

21대 총선이 끝나서 하는 이야기

 

2019년 12월 27일, 선거제도 개혁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선거일까지, 숨 가빴던 4개월여간의 많은 활동 끝에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들도 이제서야 한숨 돌립니다. 

 

선거가 끝났으니 하는 얘기지만, 지난 4개월여간은 고통스럽고 힘겨운 날들이었습니다. 동시에 기쁘고 보람있는 날들이기도 했습니다. 의정감시센터 간사들의 고난의 날들은 듣도보도 못한 선거제도가 탄생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멀게는 1997년부터 가까이는 2015년부터 시작된 선거제도 개혁 운동에 박차를 가하며, 시민들에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대체 어떻게 쉽게 알릴 것인가?라는 당면 과제부터가 난관이었습니다. 한두마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고 정치혐오와 국회불신이라는 두껍고 높은 벽으로 인해 의원정수 확대가 왜 필요한지 설명하기조차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들에게 ‘말걸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국회 안에서는 국회의원들을 쫒아다니며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던 날들이 모두 그랬습니다. 

 

20대 국회 후반기에 기적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언론사들이 선거제도 개혁안과 필요성에 대해 보도할 때도, 정치개혁이라는 단일 주제로 무려 ‘집회’를 두 번이나 주최하고, 엄동설한에 국회 정문 앞에서 농성하고 농성했던 날들도 그랬습니다.

 

△ 2019. 1. 28.(월) 14:00~1. 31.(목) 14:00  국회 정문 앞, 정치개혁공동행동 <72시간 말모이> 사진 모음 <사진=참여연대>

2019년 1월 말, 국회 앞 엄동설한에 농성하고 농성했던 날들

 

선거제도 개혁, 될 것인가? 

안 될 것인가? 

어떻게 변경될 것인가? 

누가 무엇을 고집하는가? 

어느 지점에서 합의점을 찾았을까?

 

전망하고 분석하고 기다리고 쫒아다니고 요구하는, 고통스럽고 힘겨운 날들은 2019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제도가 통과된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21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선거제도는 누더기가 돼버리고 위성정당까지 출현했으니까요. 

 

고통스러운 날들 속에서도 기쁨은 있었습니다

바로 의석수 계산기 때문이었죠. 의석수 계산기로 인해 참여연대 홈페이지의 최초, 최고의 접속율을 보였기 때문은 아닙니다. 포털에서 참여연대와 연관검색어가 됐다거나, 회원가입이 좀 늘은 것은 기뻤던 일이긴 했습니다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시민들에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설명하지? 라는 난제가 해결되어서도 아닙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연대의 힘을 재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민들은 국회혐오와 정치불신으로만 가득찬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선거제도에 매우 높은 관심을 보였고, 그 관심이 참여로 그리고 연대로 이어졌습니다. 

 

참여연대는 새로운 선거제도에 대해 힙겹게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막상 이야기를 써내려간 것은 시민들이었습니다. 간사와 전문가, 프로그래머가 만든 의석수 계산기라는 놀이터에서, 시민들은 댓글로 전화로 이메일로 참여하고 연대했습니다. 부족한 점을 채우고 더해 함께 만들어 나갔습니다. 

 

선거제도에 대해 시민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애초의 목표는, 같은 뜻을 가진 시민들의 참여로 새롭게 재탄생했습니다. 글자와 숫자로 이루어진 의석수 계산법은 시민이 보내온 이메일을 통해 시나리오 검토와 확인을 거쳐 멋진 모션그래픽으로, 돈 없어서 못 만들었던 의석수 계산기 앱은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들어주느라(!) 생업을 뒤로한 채 새로운 언어를 배워 만든 시민의 참여로 탄생했습니다. 참여연대 회원인지 아닌지 여부는 중요치 않았습니다. 우리는 같은 뜻으로, 연대했으니까요. 예상치 못했던 참여와 연대의 힘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24시간이 부족했던 의정감시센터 간사들의 수면부족과 지쳤던 날들의 보상과도 같았습니다.

 

‘선거에 나간 것도 아닌데, 간사가 왜 그리 바뻐?’라는 질문의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일 뿐 아니라, 후보자와 정당을 감시하는 의정감시센터 간사의 업무는 선거운동 전에 정점을 찍습니다. 선거운동 전에 유권자들이 알아야 할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압축, 정리해서 유권자들에게 알려야 하기 때문이지요.

 

21대 총선은 새로운 문제와 기존에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선거제도와 이로 인한 위성정당의 출현은 새로운 문제였지만, 후보자에 대한 졸속검증 등은 오래된, 그러나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였지요. 2020총선시민네트워크는 위성정당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대응해야 했고,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라는 오래된 문제 또한 과제로 삼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하게도 2020총선시민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참여연대 간사들도 두 배로 바빠졌습니다. 

 

예정했던 20대 국회 평가 보고서 두 건을 쓰느라 한 달 반이 걸렸습니다. 법안을 일일이 살펴보고,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해설을 붙이고 왜 나쁜 법안인지, 걸림돌 법안이거나 디딤돌 법안인지 평가했습니다. 패스트트랙, 일명 ‘동물국회’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후보자 정보도 조사해 발표했습니다. 원래 이런 자료들은 언론기사에 넘쳐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쉬우니 한 번 만들어 두면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리고 국회 회의록이라는 중요한 기록물에서 혼자 보기 아까웠던, 국회의원들의 주옥같은 말씀을 공유할 기회도 있었죠. 

 

 

2020총선시민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여성, 환경, 무상의료, 주거권 등 관련 단체들이 발표한 나쁜 후보 명단을 취합해서 종합판도 만들었습니다. 종합판이다 보니 후보자가 꽤 많아서 후보자 사진을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했더랬습니다. 시간은 없는데 후보자 사진을 넣으면 더 좋을 것 같고, 그런데 시간은 없고… 고민할 시간조차 길지 않았습니다. 자동으로 만들수 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그런 고급 기술이 없다보니, 결국 분초를 다투며 간사 4명이 각각의 후보자 얼굴 사진을 한땀한땀 붙여넣을 수 밖에 없었지요. 

 

아, 그 와중에 위성정당에 대한 헌법소원도 하고 기자회견도 했군요! 새로운 문제와 기존의 과제를 모두 대응하려니, 출마한 후보자는 아니지만 수면부족의 날들을 감수할 수 밖에요.

 

쓰고 또 쓰고, 밤새워 보고 또 보고, 어제 본 것을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날들이었습니다. 이제와 하는 얘기지만, 고백컨데, 쉬운 날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기쁘고 보람있는 날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에게 ‘말걸기’ 위한 참여연대의 날들, 같은 뜻을 가진 시민들과 연대하기 위한 그리고 연대한 날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선거제도가 적용된 21대 총선이 끝났습니다. 선거 전, 하루가 다르게 치솟던 의석수 계산기 접속율은 선거 후 뚝 떨어졌습니다. 딱 그때까지라고, 의석수 계산기의 생명은 선거 다음날까지로 예상했었으니 당연한 결과에 아쉬울 것도 미련도 없습니다.

 

거대 여당의 등장에 선거제도 바꾸자는 얘기는 쏙 들어갔습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는 다른 법이죠. 22대 총선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안에 대한 논의는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눈치 못챈 분이 계실지도 모르는데, 21대 국회가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22대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뤄질 예정입니다. 연동형 캡30석만 사라지지요. 왜냐하면? 연동형 캡30석은 21대 총선 한정이거든요.)

 

의석수 계산기 회의 모습

2020. 1. 22. 의석수계산기를 만들기 위해 프로그래머와 작업중인 모습 ※ TMI이겠지만, 이 일들을 하고 있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1.5명 혹은 2명 혹은 2.5명입니다. 참여연대는 부서간 협업과 지원을 수시로 진행합니다.

 

21대 국회는 개혁법안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국회 본회의 의결 정족수인 과반의석을 훌쩍넘는 의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 혼자?

20대 국회에서 발목잡기, 보이콧으로 일관하던 거대 야당은 같은 모습을 보일까요? 

한숨 돌린 의정감시센터 간사들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준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3년 검찰보고서 발간 작업을 도우면서, 21대 총선 결과를 분석하고 동시에 앞으로의 국회를 전망해 보는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21대 국회를 위해 열려라 국회 개편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뭔가 짠! 하고 겉으로 보이진 않지만 고민하고 연구하는 날들도 필요한 법이지요. 

 

21대 총선이 끝났지만, 가끔 일이 잘 안풀릴 때면 의석수 계산기 사이트에 달린 댓글을 봅니다. 비난과 비판, 응원과 지지에 힘을 얻습니다. 

 

무엇보다, 

우린 연대하고 있으니까요. 

시민과 시민단체에, 

연대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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