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직전 식사제공, 노골적 부탁 “1번은 이인제 찍고, 2번 유종근”

오마이뉴스 기자·선거자금시민옴부즈만 현장포착 “이렇게 매수되고 있었다”

(편집자주)9일 제주, 10일 울산을 시작으로 국민참여경선이라는 획기적인 방식이 시도되고 있지만 곳곳에서 부정선거 조짐이 심심치 않게 포착되고 있다. 다음은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선거인단 매수 장면이다. 이 장면의 일부는 ‘선거자금시민옴부즈만’의 카메라에도 잡혔다.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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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종하체육관 인근 식당 경인아구찜에서 투표를 앞둔 선거인단이 포함된 약 30여명이 이인제 후보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손 아무개 씨로부터 26만5000원 어치의 점심식사를 제공 받았다.

이 식사대금은 이인제 후보의 울산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운환 전 의원의 운전기사 노 아무개 씨가 지불했다. 사진은 노 씨가 지불한 영수증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민주당의 울산 경선 현장 주변에서 일부 후보의 운동원이 선거인단을 상대로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우리 후보를 찍어달라”고 부탁한 장면이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목격됐다.

울산 경선이 치러진 3월 10일 낮 12시경 경선현장인 울산 종하체육관에서 약 150여미터 떨어진 식당 경인아구찜에서 투표를 앞둔 선거인단이 포함된 약 30여명이 이인제 후보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손 아무개 씨(여, 울주군) 등으로부터 26만5천원 어치의 점심식사를 제공 받았다. 이 식사대금은 이인제 후보의 울산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운환 전 의원의 운전기사 노 아무개 씨가 현금으로 지불했다.

이날 선거인단들은 민주당 선관위측으로부터 점심식사 도시락을 제공받았으나 이들은 11시30분경부터 종하체육관을 빠져나와 별도로 식사를 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경인아구찜에서 식사를 하기 직전, 같은 건물의 2층에 있는 유선다방에서 위의 손 아무개 씨로부터 “1번은 이인제를 찍고, 2번은 유종근을 찍고, 나머지는 마음대로 찍어라”는 등의 부탁을 받았다. 이 장면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민주당 선거인단 배 아무개씨(36, 주부)에 의해 목격됐다.

손 씨는 식사를 하면서도 “이인제 후보를 밀어야 한다”고 말했고 이 발언들은 오마이뉴스 기자에 의해 녹음됐다.

한 선거인단 식사대접 전후 “10만원 받았다” 당 선관위에 진술

또 이날 식사를 대접받은 한 50대 여인은 민주당 선관위 직원에게 “손 아무개씨로 부터 10만원을 받았다”고 고백했으며 이 고백장면은 정치자금시민옴부즈만(송두헌 민변 회장, 이남주 YMCA 사무총장, 박원순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등 16인)의 동영상카메라에 잡혔다. 손 씨는 오후 3시 현재 민주당 선관위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현장에서 취재한 내용을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술했고,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진상을 파악중이다.

이날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주도한 손씨는 식사를 제공받은 선거인단들에게 “이인제 후보를 찍어달라”고 부탁했으나 그가 최종적으로 이인제 후보측의 부탁을 받고 그런 일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인제 후보측의 울산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운환 의원은 오전 11시30분경 손씨가 머물고 있던 유선다방에 있다가 내려오는 것이 오마이뉴스 기자에 의해 목격됐다.

김운환 ‘이인제 울산선거대책위원장’

“노 기사가 고향사람 만나서 식사대접”

이인제 후보의 울산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운환 전 의원은 ‘운전기사가 노 아무개 씨가 맞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노기사라고 부르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노 씨가 경인아구찜에서 선거인단에게 식사대접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운전기사가 상식적으로 유권자들을 모아놓고 지지해달라고 말할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다”면서 “노 기사가 고향사람들을 만나서 식사대접한 것을 가지고 그러느냐, 당에도 공식적으로 해명했다”고 밝혔다.

정치자금시민옴부즈만 “일부 후보 금권선거 조짐”

정치자금시민옴부즈만의 전문가위원회위원장으로 현장에서 ’10만원 고백’을 목격한 정대화 교수(상지대 정치학)는 “일부 후보에 의해서 금권선거의 징후가 보인다”면서 “불법선거에 대해 당 선관위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돈 수수 문제로 당 선관위 직원과 돈 제공 용의자가 약 2시간 동안이나 현장에서 옥신각신 했는데도 공명선거감시단장(박주선 의원)이 현장을 비워서 당 실무자들이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면서 “정치자금시민옴부즈만은 오늘밤 서울에 올라가는대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내일(11일) 오전 중으로 민주당에 금권선거를 경고하는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효 기자의 <현장 목격기> “표는 이렇게 매수되고 있었다”

▲ ‘이인제 후보 울산 선거대책본부’ 김운환 위원장의 운전기사인 노아무개 씨(왼쪽)가 민주당 선관위 직원에게 식사대금 결재와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다.ⓒ 오마이뉴스 윤성효

민주당 울산 경선이 치러지는 날, 오마이뉴스 기자 4명은 아침 8시경부터 종하체육관 안팎을 취재하고 있었다. 나는 밖을 담당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후보들의 연설이 시작됐다. 11시30분 경 안에서는 연설이 계속되고 있는데 밖에서는 온갖 소문들이 오고 갔다. 한 시민은 “좀 전에 주변 다방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여자들이 앉아 선거인단을 매수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귀뜸해줬다.

기자는 곧 문제의 현장으로 향했다. 일반인처럼 행동해야 제대로 취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한 여자와 동행하기로 했다. 배아무개(36. 주부. 울산) 씨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는 선거인단의 한 사람이었다.

문제의 현장은 행사장에서 6차선 도로를 건너 150미터 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1층은 식당, 2층은 다방이었다. 12시경 2층 ‘유선다방’으로 올라가는데 김운환 전 의원 일행과 마주쳤다. 뜻밖이었다. 김운환 전 의원은 ‘이인제 울산지역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다.

“아래 식당에서 식사하고 가세요”

다방에 들어섰을 때, 가운데 탁자에 남자 한 명, 창문 쪽 탁자에 두 명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 배씨와 기자는 여성 두 명이 있는 바로 옆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가운데 탁자에 앉아 있는 남자와 창문 쪽 탁자에 앉은 두 명의 여성들은 잘 아는 사람처럼 말을 건네기도 했다. 5분 가량 지났을 때 40대 중년 여성 2명과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그들은 창문 쪽의 두 여성이 앉아 있는 탁자에 동석했다.

탁자에 전부터 앉아있던 두 여성 중에 한 명은 손아무개(울주, 나중에 당 선관위에 의해 신분 밝혀짐) 씨였다. 손씨 등 두 여성은 뒤늦게 들어온 3명과 인사를 나눈 후, 쪽지를 꺼내 적으면서 이름을 확인했다. ‘김아무개’ 등의 여성 이름과 함께 휴대전화 번호를 확인했다. 이런 과정에도 손씨에게는 계속 전화가 걸려 왔는데, “다방으로 오라” “만나자” 등의 이야기를 했다.

손씨와 또 한 명의 여성은 새로 들어온 3명에게 투표방법에 대해 일러주었다.

“1번은 이인제를 찍고, 2번은 유종근, 3번부터는 아무나 찍어라.”

그러면서 “밑(1층)에 가서 식사하고 가라”는 말을 했다. 이들 3명이 다녀간 뒤에 또 두 명의 여성이 더 들어왔다. 이들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말을 했다.

기자와 배씨는 1층 식당(경인아구찜)으로 향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20여명이 식당마루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일부는 식사를 거의 마친 상태였으며, 일부는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와 배씨는 안쪽 방에 자리잡았다. 식사를 주문해 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식사를 마친 사람들 서너명이 먼저 나가기도 했다.

12시 30분 경, 다방에 있던 손씨 일행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손씨와 다른 여성 한 명, 남자 한 명, 선거인단이라고 밝힌 한 여성이었다. 이들은 기자가 있는 방의 바로 옆 식탁에 앉았다. 이들 일행은 투표방식과 제주 경선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인제를 밀어야” 등의 이야기를 했다.

손씨 일행은 식당 종업원에게 주문을 하면서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일행이니까 같은 거 주세요”라고 말했다.

손씨 일행이 들어 온 뒤 손씨에게 휴대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최00씨냐”고 물으면서 경선을 하는 종하체육관에서 만날 약속을 했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한 남자가 “그런 데서 전달하면 되는가”라고 말했고 옆에 있던 여자는 “거기서는 안하죠. 바깥에서 할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들은 “얼마 전 00사(한 절의 이름)의 신도회에서 단체로 국민경선 선거인단 신청을 했는데 많이 뽑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식사대금 지불한 ‘이인제 선거대책위원장’ 운전기사

그러던 중 중년의 남자 노아무개씨(김운환 전 의원 운전기사, 나중에 당 선관위에 의해 신분 확인됨)가 계산대에 다가서는 것이 보였다. 기자는 식사를 중단하고 공중전화를 쓸겸 계산대쪽으로 다가가봤다.

종업원이 간이영수증을 기재하는데 흘려 쓰는 바람에 노아무개씨는 영수증을 다시 써 달라고 주문했다. 종업원은 먼저 썼던 영수증을 계산대 옆에 놓아두고 새로 써 주었다. 그래서 기자는 앞에 썼던 영수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영수증에는 30여명이 먹은 26만5천원 어치의 아구찜, 낙지전골, 공기밥 등의 내역이 적혀 있었다.

계산을 마친 노아무개씨는 식당 바로 앞에 세워둔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에 올랐다. 그 차량 번호(서울 52 xxxxxx)를 적어 놓았다.

기자는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가 배씨와 식사를 마친 뒤 나왔다. 식당 안에는 손씨 일행이 아직 식사를 하고 있었다. 기자와 배씨는 식당 건너편에서 손씨 일행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같이 식사를 한 4명이 한꺼번에 나오지 않고 각자 시간을 두고 식당에서 나왔다.

손씨 일행과 함께 식사를 했던 50대로 보이는 여성이 체육관 앞으로 걸어 왔다. 빨간색 잠바를 입은 이 여성이 체육관 앞 모퉁이에 왔을 때, 기자는 다가가 물었다.

“혹시 좀 전에 돈봉투도 받지 않으셨습니까?”

그 여성은 말을 더듬으면서 머뭇거렸다. 그러는사이 민주당 선관위 관계자 2명과 주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정치자금시민옴부즈만’ 소속 한 간사도 동영상카메라를 들고 나타났다.

선관위 직원은 그 여성에게 다그쳤고, 그는 “10만원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이 진술은 정치자금시민옴부즈만의 동영상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잠시 그 여성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30미터 정도 떨어져 손씨가 걸어오고 있었다. 기자는 손씨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손씨는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현장을 비켜서 체육관 입구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선관위직원들은 손씨의 역할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뒤쫓아가 그를 붙잡았다. 그의 신분은 확인됐고 가방 속에서 10만원이 든 봉투가 나왔다.

약 1분 가량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갔던 남자가 다시 차를 몰고 식당 앞에 나타났다. 그는 선관위직원들이 신분을 묻자 처음에는 머뭇거렸고, 나중에 김운환 전 의원의 운전기사라고 밝혔다. 선관위사무실로 이동한 노씨는 식당에서 받은 영수증을 내보이며 “강아무개씨가 계산을 하고 오라고 해서 심부름을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핸드폰으로 서울에 기사송고를 마쳤을 때는 이미 울산 경선이 끝난 후였다. 4시경 체육관 바깥에서 당 선관위 직원을 만났다.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직원들은 “다음 주 화요일 전체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기사대체 3월10일 오후 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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