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14-11-28   1989

[후기] 국회 상임위 시민방청단 체험기③ 방청이 보장 안 되면 허울뿐인 대의제로 전락할 수 있어

20명의 ‘국회 상임위 회의 시민방청단’이 11월 10일부터 28일까지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방청을 시도했습니다. 헌법과 국회법이 국회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회의 방청은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국민의 알권리와 국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체험기를 연속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체험기 ①] 국회 회의 방청의 높은 벽, 소개의원 제도 (시민방청단 이영아)

[체험기 ②] 시민과 담쌓고 있는 시민의 대변자, 국회 (시민방청단 주선하)

[체험기 ③] 방청이 보장 안 되면 허울뿐인 대의제로 전락할 수 있어 (시민방청단 David Lee)

[체험기 ④] 회의 당일까지 방청 허가 여부 통보 않는 상임위 (시민방청단 박병찬) 

[체험기 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공개해 국민 신뢰 회복하길 (시민방청단 윤보름)

[체험기 ⑥] 안건을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소위원회 회의도 공개해야 (시민방청단 이정혜)

[체험기 ⑦] 국회는 시민들에게 개방적이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시민방청단 이조은)

 

국회 회의 방청의 기본 목적은 ‘견제와 감시’

[국회 상임위 시민방청단 체험기 ③] 방청이 보장 안 되면 허울뿐인 대의제로 전락할 수 있어

David Lee ( 시민방청단 )

2014년 11월 18일 나는 국회로 향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방청하기 위해서였다. 그 동안 본회의나 국정감사는 TV와 인터넷을 통해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국회 내 작은 단위의 회의들은 쉽게 접할 수 없었다. 직접 경험에 대한 바람을 갖고 있던 차에 좋은 계기가 생겨 참여하게 되었다.

방청은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실제 방청으로 이어지는 명확한 절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시도했던 기획재정위원회 행정실에서는 상임위원장실에 먼저 연락하여 직접 허가를 얻으라고 했다. 하지만 상임위원장실에서는 되레 행정실에 먼저 연락해야 한다며 정반대로 안내했다. 절차가 명확히 정비되어 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보건복지위원회는 행정실을 통해 위원장실의 허가를 얻을 수 있었다. 기재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만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최종 허가가 이루어지기 전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회의 전날인 11월 17일 밤 10시 50분경에서야 전화로 허가통보가 왔다. 학생이 아닌 직장인이었다면 충분히 시간을 비우기 어려워 참여하지 못했을 것이다.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회 사무처 측은 방청을 의외의 일로 생각하는 듯 했다. 국회의원과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주가 되는 자리에 일반 시민이 굳이 방청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느낌이었다.

일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방청이 명목적 차원이 아닌, 실질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당일 회의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의 방청은 말 그대로 구경일 뿐이다. 또, 우리나라가 대의제와 직업공무원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작은 단위의 협의 절차에까지 일반 시민들이 개입하게 되면 ‘될 일도 안 되는’ 비효율이 초래될 수 있다. 상임위 전체회의는 회의록 뿐 만 아니라 회의 영상도 공개되기 때문에 시민의 제한된 참여를 보완하는 절차를 국회 차원에서 이미 두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원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흔쾌히 보여줄 수 있는’ 인식과 절차의 확립은 필요하다. 이미 <헌법>에서는 국회의 회의는 공개하되,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나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만 비공개(제50조) 하도록 하고 있다. 또 <국회법>에서도 상임위 회의는 위원장의 허가를 받아 방청할 수 있으며(55조), 소위원회 회의는 공개하되, 소위원회 의결이 있을 때만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57조)고 규정하고 있다.

굳이 법조문을 들추지 않더라도 각 상임위의 법안심사소위 같이 작은 단위의 회의가 규모는 작지만, 의미는 크다는 점에서 방청의 당위성은 충분히 마련된다. 법안소위나 예산소위 같은 회의에서는 정책과 법안의 큰 틀과 구체적인 내용이 모두 만들어진다. 또 발언권 같은 적극적 권리가 아닌 방청 같은 소극적 권리마저 온전히 인정되지 않을 경우, 허울뿐인 대의제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대의제의 핵심은 견제와 감시다. 견제와 감시가 없는 대의제는 국민의 의견 대신 진영의 의견만을 대리할 뿐이다.

허가를 얻기 위한 제출 양식도 문제가 있었다.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의 신상명세와 방청 목적 등을 상세히 적어야 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개정에 따라 개인정보 수집을 위해서는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신청서에는 그러한 동의를 얻기 위한 칸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오래 전에 만들어진 양식이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개정된 법을 정작 국회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소개 의원을 적도록 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국회의원과 아무런 친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도 마찬가지다. 방청의 기본적인 목적은 관람보다는 감시다. ‘소개’라는 명목의 빚을 지게 되면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회의를 방청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의원을 객관적 시각에서 바라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방청을 위한 신청 양식은 필요한 정보만 최소한으로 요구하도록 하고, 절차 역시 연고에 따른 도움 없이 규정만 지키면 가능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절차는 아쉬웠지만, 회의 현장은 만족스러웠다. 보건복지위원회 법안 소위는 최근 쟁점 법안들을 많이 다루고 있는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외부에서 접했던 피상적 인식과 달리 국회의원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법안 심사에 임하고 있었다. 방청인들에 대한 이질적 시선도 거의 없었다. 각자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국가의 중요 과제가 진지한 자세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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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시민방청단 David Lee님 ©, 2014년 11월 18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자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방청인임을 밝히자 국회 직원이 관련 회의 자료를 일괄해서 주기도 했다. 절차에서와는 달리, 현장에서는 이 같은 배려를 통해 주권자로서 존재를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국가 기관에서는 민감하지 않은 자료라도 시민에게 직접 공개하길 꺼려한다. 앞으로 이 같은 예외적 상황이 꾸준히 누적되어 보편적 상황이 되었으면 한다.

회의 현장에서 느꼈던 행정부와 입법부 간 수직적 관계는 아쉬웠다. 국회에서 정부는 확실히 을의 위치였다. 입법권과 예산권의 권능 앞에서 행정부의 의견 개진은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회의 중 지엽적 사항을 근거로 전면적 검토를 주장하는 부적절한 지적이 있었지만, 그에 대한 반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헌법에 명시된 각자의 기능과 역할은 서로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토의 과정에서 만큼은 양자 간의 관계가 대등해졌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일방적이면 합리적인 안이 나올 수 없다.

이번 방청단 활동은 국회 상임위 소위원회의 입법 논의 과정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책으로만 배웠던 국회의 토론과 협의 현장을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국회 방청을 다양한 성향의 많은 단체가 함께 한다면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더 좋은 국가로 거듭나는 데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다.

◎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은?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은 국회 개혁을 위한 시민 행동을 기획하고, 추진하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국회의원 연구단체 시민정치포럼이 함께 결성한 그룹입니다. 국회 공간 및 회의 개방․국민 청원권 보장․의원윤리 강화를 위해 2013년 6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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