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까운 내 한 표, 버려지지 않았을까? 국민 4명 중 3명은 투명 유권자

아까운 내 한 표, 버려지진 않았을까?

국민 4명 중 3명은 투명 유권자!

 

413 총선이 있던지 어느덧 2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투표를 참여한 58%의 국민들과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42%의 국민들을 포함해 국민들은 주어진 결과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대표자를 가지고 있는 유권자는 얼마나 될까?

내 가족이 먹고 사는 일부터, 삶의 터전을 둘러싼 입법 정책과 예산 등을 결정하는 국회이지만, 전체 유권자 4명 중에 3명은 자신의 삶을 대변해줄 대표자를 갖지 못한 셈이나 마찬가지이다. 20대 국회의원 총선의 사표 비율을 보면 유권자 4명 중 3명의 표심이 버려졌고, 사표를 양산하는 선거제도로 인해 다양한 민의가 의석에 반영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 사표(死票) : 의석에 반영되지 않는 표

 

 

1등 승자독식으로 유권자의 버려진 표를 양산하는 선거제도

 

국민 전체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든 유권자는 지역구에 한 표, 정당에 한 표, 1인 2표를 행사한다. 정당 투표로 선출되는 비례대표는 지역구 선거에서 생기는 다수의 사표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이자, 청년과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한 자리이다. 그러나 19대 국회는 아무런 보완책 없이 비례대표 7석을 줄여 지역구 의석을 늘렸다. 총 300석 중에 지역구 의석수를 먼저 정하고 남은 수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배정한 것인데, 경제적 불평등과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는 우리 사회에서 비례대표 축소는 거꾸로 나아가는 정치를 보여준다.

 

 

현행 선거제도는 지역구에서 1등만 당선되어, 2등과 3등의 낙선자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표는 모두 의석에 반영되지 않고 사표(死票)가 되는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양산해왔다. 이러한 제도 하에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지 않도록, 좋아하고 지지하는 후보보다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표를 주게 된다. 유권자가 스스로 차선을 선택하게 만드는 선거제도가 과연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민주주의를 온전히 실현할 수 있을까? 표심이 최대한 반영되는 선거제도에 대한 고민 없이는 대의민주주의의 온전한 실현도 요원하다.

 

 

 

 

유권자 표심 반영되지 않는 선거제도, 비례대표제 확대로 보완해야

 

20대 총선 투표율은 58%. 2030 유권자의 투표율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유권자의 절반가량은 투표하지 않았거나 하지 못했다. 투표한 58% 중에서도 지역구 선거에서 1등 후보를 지지해 의석에 반영된 표는 48.28%이고, 투표는 했지만 사표가 되어 의석에 반영되지 않은 표가 50.2%에 이른다. 유권자의 절반이 투표하고, 그 가운데 절반의 표만 의석에 반영되는 구조, 결국 20대 국회는 유권자 4분의 1의 지지로 구성되었으며, 유권자 4명 중 3명은 자신의 정치적 대표를 갖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투표는 했지만 버려지는 표가 많은 지역구 선거의 문제점은 투표율대로 의석 배분에 반영되는 비례대표제가 보완해야 하지만, 현재 47석에 불과한 비례대표 의석은 그 효과를 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의 비율이 최소한 2:1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20대 국회는 5.38:1 의 비율을 보인다. 지역구 선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표 양산의 문제를 보완하기에 너무도 부족한 숫자다.

 

 

유권자의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로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장 많이 꼽힌다. 독일은 지역구 따로, 비례대표 따로 산출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당의 총 의석수를 우선 배정한다. 또한 독일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은 1:1 비율로, 1등 승자독식 지역구 선거에서의 문제점을 비례대표제가 충분히 보완할 수 있도록 해 유권자 표심이 왜곡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있다. 유권자의 동등한 표의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 득표율과 비례하지 않는 의석 배분

 

20대 총선 결과, 정당 득표율과 의석은 비례하고 있을까? 20대 총선의 전국 정당 득표율과 실제 의석 점유율을 비교해보면, 현행 선거제도가 거대 정당에게 유리하고 소수 정당에게 불리한 제도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33.5%의 전국 정당 득표율을 얻고도 전체 의석은 122석(40.6%)을 차지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25.54% 득표율로 300석 중 123석(41%)을 가져갔다. 이에 비해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실제 얻은 득표율에 한참 못 미치는 의석 점유를 보이고 있다.

 

<표> 20대 총선, 전국 정당별 득표율에 따른 의석 배분과 실제 의석

* 총 300석

 

이런 정당 득표율과 의석간의 불균형은 지역별로도 강하게 나타나는데, 20대 총선 결과로 보면 영남 지역(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에서 새누리당은 45.49%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으나, 영남 지역의 65석 가운데 48석을 차지하며 73.85%의 의석 점유율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당은 영남 지역 유권자들에게 17% 넘는 득표율을 얻었지만, 당선자는 1명도 내지 못했다. 국민의당을 지지한 17%의 영남 유권자의 표심은 의석배분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호남(대전·충북·충남) 지역의 경우에도 어떤 정당은 이득을 보고, 어떤 정당은 1석도 갖지 못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호남 지역에서 국민의당은 46.08%의 득표를 얻었으나, 실제 호남 의석 28석 중 23석을 가져가며 의석 점유율 82.14%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지역에서 29.58%의 득표율을 얻었지만 28석 중 3석만 차지했다. 호남에서 정의당은 6.85%를 득표해 새누리당 득표율보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호남 지역에서 의석 1석도 가져가지 못 한 반면 새누리당은 2석을 확보했다.

 

더 악화된 불공정한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 법개정이 시급하다

 

불공정한 선거제도의 문제점은 20대 총선에서 여지없이 드러났고, 또한 더 악화되었다. ‘유권자의 표심과 일치하는 의석 배분’을 기본 방향으로 근본적인 선거제도 개혁이 절실하다. 또한 이 과정은 유권자의 의견 수렴과 동의가 필수적이다. 선거제도는 유권자의 정치적 기본권과 직결되는 사안인데도, 그동안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서 유권자의 의견 수렴 과정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정당과 국회는 국회의원 적정 수, 정수를 정하는 바람직한 기준, 비례대표의 규모 등에 대해 유권자가 직접 토론하고 개혁의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유권자 공론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7월 8일,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국회 시민정치포럼의 국회 토론회도 진행되었다. 20대 국회 임기 초반에 ‘유권자의 표심과 일치하는 의석 배분’ 등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뜨겁게 시작해야 한다. 불공정한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또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장소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덧붙이는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 열려라국회 사이트에도 중복 기재되었으며, 아래 이슈리포트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참고 : [토론회] 7/8(금), 20대 국회에서 개정해야 할 선거법 과제는? –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제도 개혁

          [이슈리포트] 20대 총선, 유권자 지지와 국회 의석배분 현황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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