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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 20대
  • 2019.12.05
  • 1119

‘국회’하면 국민 신뢰도 꼴찌, 걸핏하면 싸우는 모습, “국회 문 닫아라” 등이 떠오릅니다. 이러한 국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불신, 무관심은 국회가 내 삶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경험, 정치 참여로 인한 효능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회가 밉다고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니 국회가 일을 잘하게 만드는 것은 유권자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창립 순간부터 의정감시 활동을 해온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국회가 국회답게,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의감록’(議監錄)을 연재합니다.

 

* 본 칼럼은 10월 3일부터 격주 목요일에 <the300>에 게재됩니다.

 

 

지난 11월 29일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하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이하 공수처법) 등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본회의에 상정 예고된 199개의 안건 모두에 대해 필리버스터 신청하였다. 이로 인해 12월 10일 종료를 앞둔 제20대 마지막 정기국회의 본회의가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본회의 상정 예정인 199개 안건 모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였다. 이 중 필리버스터 제외 대상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에 관한 선출안’을 제외한 나머지 198개 법안은 재해구호법, 청년기본법, 포항지진특별법, 균형발전법, 그리고 소상공인기본법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국민생활에 영향을 주는 민생법안들이다. 이렇듯 필리버스터로 비쟁점법안이며 민생법안인 199개 안건 모두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은 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필리버스터는 국회에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와 전횡을 저지하기 위해 의사진행 및 표결처리를 합법적으로 방해하는 행위이다. 필리버스터가 국회법에 규정된 합법적인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행위는 국민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막기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생활에 영향을 주는 민생법안들을 볼모로 잡는 ‘협박’과 ‘갑질’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시정잡배의 놀이터로 전락시키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가 국민에 대해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필리버스터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199개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 신청은 국민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정당성이 결핍되어 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법에 규정된 필리버스터를 행사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지만 명백히 정당하지 못한 행위이다. 필리버스터의 정당성은 상임위원회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충분한 심의와 의결 없이 직권상정된 법안이나 쟁점법안에 대한 다수의 일방적인 의사진행을 막기 위해 행사될 때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199개 안건 모두는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합의 의결된 비쟁점법안인 동시에 민생법안이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행사는 정당성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둘째,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은 무책임 정치의 전형을 보여준다. 국민의 대표로서의 책임은 국민들의 요구를 입법과 정책에 반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서 국민을 위한 법안을 제출하고 성실히 심의하는 것이다. 필리버스터가 신청된 199개의 안건들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제출하거나 참여하여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한 법안들이다. 이와 같은 법안들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였다는 것은 법안 제출이나 상임위원회 심의과정에 성실하게 참여하지도 숙고하지도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스스로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은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자인하는 것이다. 필리버스터 신청의 궁극적 목표는 패스트트랙 법안인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을 막기 위한 것이다. 두 법안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후 90일간 정당 간 조정 및 합의 기간이 있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그 기간 동안 조정 및 합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두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된 후에야 이를 막겠다고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이다. 이는 국민의 대표로서 다해야 할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그것이 반영되지 않았을 때 마지막 거부권 행사의 방법인 필리버스터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국회 내에서 어떠한 노력도 없이 민생법안을 볼모로 두 법안을 저지하겠다는 것은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신청한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민생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선거법, 공수처법 그리고 유치원 3법 등의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대화와 합의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때 비로소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는 국회와 신뢰받는 국회로 거듭날 수 있다. 책임국회 그리고 신뢰받는 국회를 위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결단을 기대한다.

 

 

김형철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성공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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