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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 20대
  • 2020.01.03
  • 691

‘국회’하면 국민 신뢰도 꼴찌, 걸핏하면 싸우는 모습, “국회 문 닫아라” 등이 떠오릅니다. 이러한 국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불신, 무관심은 국회가 내 삶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경험, 정치 참여로 인한 효능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회가 밉다고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니 국회가 일을 잘하게 만드는 것은 유권자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창립 순간부터 의정감시 활동을 해온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국회가 국회답게,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의감록’(議監錄)을 연재합니다.

 

* 본 칼럼은 10월 3일부터 격주 목요일에 <the300>에 게재됩니다.

 

2020년 새해를 앞두고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최종 합의안이 애초에 정개특위에서 상정됐던 ‘준연동형 비례제’ 원안에 비해 다소 후퇴했고,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와 저항이 큰 흠집으로 기록돼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앞으로의 정치 개혁을 위한 의미 있는 첫 걸음으로 평가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향적 평가의 전제는 금번의 선거제 개혁이 결코 최종안이 아닌 궁극적 종착지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도기적 과정이란 사실에 있을 것이다. 금번 선거제 개혁 과정에서 비단 복잡한 계산식뿐만 아니라 ‘준연동형,’ ‘석패율제,’ ‘이중등록제’ 등 전문적 용어들이 난무했던 배경엔 역시 정치적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다양한 정파와 소속 정치인들이 선거제 개혁으로 손익이 엇갈릴 수 있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새로운 선거제도가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정족수를 요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혁안의 직접적 적용대상이 되는 정치인들의 반대를 되도록 줄이고 동참 인원 수를 늘리려다보니 최종 통과안이 원안에 비해 실망스러워 지고, 또 뜻하지 않게 일부에 의해 ‘누더기’라는 오명도 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일단 새로운 선거제가 통과된만큼 이제부턴 이후의 정치개혁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하고, 또 어떻게 ‘무늬만’ 연동형이란 오명을 벗어버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그 고민의 시작점은 물론 본래 선거제 개혁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취지에 대한 복기(復碁)부터다.

 

당초 선거제 개혁의 취지는 대표성의 증진과 비례성 제고에 있었다.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2004년 1인2표제를 도입했음에도, 높은 사표(死票) 발생비율과 낮은 비례대표 비중으로 좀처럼 낮은 비례성(유권자의 의사가 선거제도를 통해 의회 의석수로 잘 반영되는 비율)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물론 영미권 등 일부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선거구 단순다수제(FPTP)와 양당제가 그런대로 잘 운용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한국의 경우 민주화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이름만 바꾼 채 명맥을 유지해 온 거대 양당(민주당과 한국당)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정당 지지율에 대한 다수의 조사 결과를 보면, “갈 곳 잃은 표심”을 나타내는 부동층 또는 무당파의 비중이 꾸준하게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한국 정당 정치와 대의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새로운 대안 정당들의 원내 입성과 이를 통한 정당들의 건전한 대표 경쟁을 유도해 내기 위한 선거제 개혁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화와 정보화 그리고 고령화 등 급격한 사회 변동과 함께 갈수록 세대, 계층, 성별 등으로 사회 갈등의 양상이 다원화되는데 반해 전통적 지역 중심의 한국 정당이 이렇게 다변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정치적 목소리들을 제대로 반영해내지 못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존재했다.

 

한마디로 말해 민주화 이후 지난 30년 간 강력한 지역주의와 더불어 거대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해 온 선거제를 기반으로 한국 정당 정치를 좌지우지해 온 양대 정당 중심의 정치 과정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내와 신뢰가 한계점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경험적 증거들이 도처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런 배경과 취지를 이해한다면 여러 현실적 난관을 뛰어넘는 과정에서 비록 정치 공학적 논리의 개입으로 본래 취지가 다소 훼손되기는 했어도 그간 신생 대안정당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했던 선거제도에 개혁의 칼날을 들이밀고, 소수 정당에겐 높기만 했던 국회 문턱을 낮췄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제 개혁은 첫 삽의 의미를 갖는다.

 

새로운 선거제도의 도입으로 낮춰질 문턱을 바탕으로 전보다 많은 수의 젊고 참신한 인재들이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면, 후속 선거제 개혁이나 나아가 보다 근본적인 국회 개혁에 대한 전망이 제고될 가능성도 크다. 다만,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크게 반발했던 한국당 등을 중심으로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 설립 논의가 공식화되고 있는 만큼, 제도개혁의 허점을 공략해 이번 선거제 개혁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물론 그 대비책의 첫걸음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선거제 개혁을 주도한 정당들이 차별화된 우수한 정책 공약들을 제시하고 또 투명하고 공정한 인재 충원과 심사 과정을 통해 경쟁력 있는 비례대표 후보자들을 공천하는데서 시작할 것이다. 개정 선거법을 바탕으로 새롭게 등장한 정당들이 기성정당들과 차별화하지 못하고 구태한 정치행태를 답습하는 모습을 반복하게 된다면, 이번 개혁의 의미는 퇴색되고 앞으로 이어질 정치개혁의 희망은 위협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 개혁 이후에 남겨진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대표성 증진과 비례성 확대라는 본래 취지에 더 잘 부합하는 선거법 개혁을 완수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달려있다.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높이고 사회경제적 대표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선 일정 정도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현재 우리 국회의 비례대표 의석 비중은 300석 중 47석으로 16%가 채 되지 않는다. 이번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도 애초에 비례의석을 75석까지 늘리는 안이 제시됐고, 또 2015년 중앙선관위 권고안이었던 비례 100석을 고려해 본다면 과연 47석(그 중 30석에만 연동률 50%)만으로 얼마나 선거제 혼합과 연동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제기될 수 있다.

 

의석수 증대에 회의적인 국민 여론으로 인해 전체 의석 수를 300석으로 고정해 둔다면, 비례의석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역선거구 통폐합 등 현역 지역구 의원들의 ‘손해’와 양보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이 문제는 결국 향후에도 선거법 개혁 과정에서 큰 난관으로 남는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본격적으로 의원 정수 증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실시해야 한다. 일부에선 인구감소 문제를 이유로 의원수 증대에 회의적 시각을 피력하기도 하지만, 여기서 결코 간과돼선 안 될 사안은 우리가 1948년 제헌의회 당시 인구 2000만 대비 200명에서 시작한 국회 규모를 지난 70년 간 인구가 5000만 명으로 증가하는 와중에도 크게 늘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 인구 감소가 결코 지역에 따라 균등하게 진행된다기보단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불균등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지리적 거주 여건이나 환경에 의해 국민대표성이 차별화되지 않으며, 또한 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확대된 문호를 통해 국회에 진출할 길이 열리고, 소수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확대된 다수로 배분하게 하고,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비례성과 대표성이 증진된 선거제도 개혁의 작업을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원 정수는 지금 보다 늘어날 필요가 있다.

 

 

이재묵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한국외국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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