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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 유권자운동
  • 2020.02.17
  • 1075

아무도 안 만들어서 우리가 만든 '21대 총선 의석수 계산기'

모두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선거... 모든 시민이 최대한 간편하게 알아야 한다

 

 

2019년 12월 27일, 만 18세 선거연령 하향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내용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96년, 당시 선거연령을 20세로 제한한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 패소한 이래 18세 선거연령 하향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왔던 참여연대로서는 23년간의 숙원이 이뤄진 날이다. 

 

또한 이날은 1997년,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수를 배분하자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한 후 지금까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 활동을 해왔던 참여연대뿐 아니라 비록 '준'연동형이지만 어쨌든 공고했던 한국 선거제도에 변화가 생긴 날이기도 했다. 

 

'수포자'에게 닥친 시련

그리고 수포자인 내게 큰 시련이 닥친 날이기도 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부칙에 담긴 '연동형 캡' 30석의 계산 공식은 큰 벽이었다. 간단한 덧셈 뺄셈조차 손가락을 동원해야 하며, 심지어 그마저도 틀리는 수포자 주제에 생전 처음 보는(?) 어려운 공식을 이해한다는 것은 수학 9등급(실제 그랬다)이 하루만에 1등급(못해봤다)으로 거듭나는 일과 같았다. 

 

공직선거법 부칙

 

흰 것은 종이, 검은 것은 글씨

참여연대는 공익적 목적의 제도 개선 활동을 한다. 의정감시센터는 선거제도와 관련한 제도 개선을 하는 부서이고 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을 다룬다. 따라서 공직선거법은 의정감시센터 간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법이다. 의정감시센터 간사인 내가 '연동형 캡' 30석을 모르겠다며 회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정독하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뭔가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동료에게 물었다. 새로운 선거제도에 따른 결과를 계산해주는 뭔가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나마 선거제도에 대해 조금 아는 나도 이렇게 어려운데, 시민들이 바뀐 선거제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하겠지'라는 동료의 답에 수긍한 것은 제도를 만든 국회와 제도에 따라 집행하는 선관위가 바뀐 선거제도에 대한 설명의 책임이 있다는 측면에서였다.

 

그러나 국회나 선관위가 무엇을 하든, 의정감시센터 간사가 알아야 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수학은 포기했지만 국어는 좀 했다

수포자인 내가 지금껏 무탈하게 일해온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엑셀을 '1인치' 정도 다룰 줄 안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함수와 엑셀의 기능을 더해가며 하나씩 서식을 만들어가던 중 또 난관에 부딪혔다.

 

바로 잔여의석, 초과의석 배분시에 정수 우선 배분 후 의석이 남을 경우 소수점 큰 자리 순서대로 배분한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자동 도출하기 위해 고민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이런 경우 내가 아는 답은 하나였다. 바로 코딩이다.

 

초기 엑셀 작업

 

엑셀을 겨우 '1인치' 정도 아는 내가 코딩을 알리는 만무했다. 내가 지금껏 무탈하게 일해온 또 다른 이유는 제법 주제 파악을 잘 해서 도움을 청할 줄 안다는 것이다.

 

이 일의 적임자는 바로 프로그래머이자 지금은 참여연대를 퇴사한 YG선배다. 참여연대 홈페이지를 담당하는 그는 내 아이디어를 듣고는, 내가 그를 알고 지낸 10여간 일관되게 보였던 흔들림없는 태도로 말했다.

 

"좋은 아이디어네. 그게 있으면 시민들이 좀 더 쉽게 알 수 있겠네."

 

나의 상상을 우리의 현실로

지금은 참여연대를 떠났지만, 참여연대가 시민들의 참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는 사람과의 작업은 YG선배의 성품 만큼이나 평온하고 순조로웠다.

 

물론 수포자인 나의 개떡같은 설명을 찰떡같이 이해한 YG선배의 탁월한 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세 번의 '공직선거법 이해' 수업을 가졌고(도대체 누가 누굴 가르친 건지), 수없이 오류를 점검했으며 끝없는 대화를 나눴다. 한편으로, 나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받았다. 디자이너의 열성적인 지지와 전문가들의 조언이 힘을 보태줬다.

 

헬스장의 트레이너들이 '한 번만 더'를 외치며 계속 운동을 시키듯, 나는 YG선배와 전문가들에게 '한 번만 더'를 요구하며 3주가 넘는 테스트 기간을 가졌다. 수포자인 내가 상상(계산이 아니라)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대입하면서 마지막 오류를 해결하던 YG선배는 이런 말을 남겼다. 

 

YG선배의 험한 말

 

YG선배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그가 화가 났다고 말할 때뿐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라며 갖가지 세상 일에 감정을 소모하는 나와 달리, YG선배는 '이해하긴 어렵지만,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해'라는 성인같은 답으로 나의 속을 긁기도 했다. 내가 그를 알고 지낸 10여 년뿐 아니라, 아마 태어났을 때부터 흔들림없는 평온함을 보여왔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 그가 저런 험한(!) 말을 썼다. YG선배가 욕을 하게 하다니, 공직선거법이 잘못했다(...).

 

의석수 계산기를 만든 이유?

나는 사실, 화가 났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비록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아니고, 유권자의 표심을 50%만 반영하도록 바뀌어 아쉽더라도, 연동형 캡 30석과 복잡한 계산법도,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 괜찮았다.

 

화가 났던 것은, 그래서 무엇이 바뀌고 바뀌지 않았는지를 국회도, 선관위도, 누구 하나 나서서 쉽게 설명하지 않고 손 놓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물론 선관위는 10여 분 정도의 동영상해설집, 카드뉴스를 내놨다, 안타깝게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우리 중 누군가는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아동수당비를 받는 부모이거나, 청년수당을 받는 청년일 것이다. 이는 누군가는 당사자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당사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참정권은 만18세 이상의 시민 누구나 행사할 수 있다. 만 18세 이상이라면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부모이거나 청년, 노인, 장애인, 여성, 남성을 가리지 않는다. 직업, 성별, 계층 그리고 심지어 나이에 관계없이 우리 시민 모두가 직접적 이해관계인이고 당사자다. 선거가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국회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도 그 이유와 목적과 방향을 설명하지 않고, 선관위는 무엇이 달라지고 같은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가? 

 

몰라도 되기 때문에? 몰라야만 되기 때문에?

그래서 만들었다. 아무도 만들지 않아서.

스스로에게 '이것이 과연 시민단체가 해야 하는 일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는 던지면서, 수포자 주제에 감히 수학을 이해하려 애써가며, 남의 힘을 빌어 만들었다. 없는 시간 쪼개어, 몇 안 되는 자원을 총 동원해 공을 들여 만들어도 어차피 선거 후에는 아무도 찾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21대 총선 의석수 계산기는 공직선거법 부칙을 옆에 두고 밑줄 쳐가며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포기하지 않도록, 시민들이 최대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각 정당의 예상 득표율의 합산이 총 100%가 되고, 각 정당(무소속 포함)의 예상 지역구 의석수 합산이 총 253석이 되도록 숫자를 입력하면 된다. 연동형 캡 30석 계산 후 잔여의석일 경우와 초과의석일 경우의 수를 모두 자동으로 계산(YG선배 만세!)해 결과를 보여주고, 병립형 의석수도 함께 나타낸다. 즉, 숫자를 입력하고 계산하기를 누르면 끝이다. 

 

참여연대가 만든 의석수 계산기 캡처화면

 

다 포기하지 마

이제 우리 시민들은 정확한 공식을 몰라서 새로운 선거제도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한두 번 계산을 반복해 보면 '정당득표율이 새로운 선거제도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시민들이 그 변화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든 국회도 아닌, 집행하는 선관위도 아닌, 시민단체가 만들었다.

 

우리는 모두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먼 곳의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 여기, 나의 일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80% 이상의 남성, 50~60대, 전문직과 고위공직자 출신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국회를 바꿀 기회다. 다양한 우리를 대신하는 다양한 정당들이 국회에 들어가 대표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가 바뀌었다. 성에 차지는 않지만 준연동형 50%에 비례대표 30석 만큼, 막힌 숨통이 트였다. 유권자가 바뀐 선거제도를 반드시 알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직은 아쉬운 조건이지만, 그래도 국회를 바꿀 수 있는 희망이 있다. 희망이 있는 한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잘 보고, 잘 뽑자.

 

 

▶️ 21대 국회 의석수 계산기 : http://bit.ly/count300

▶️ 선관위도 감탄할 21대 총선 의석수 계산기 - by 참여연대 (사용법 안내 동영상)

 

 

본 글은 2020년 2월 17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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