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20-07-03   2355

[칼럼] 알 수 없는 정치자금 씀씀이? 이런 일 막으려면

정치자금 씀씀이는 깜깜이? 이런 일 막으려면

정치자금 공개, 유권자 알권리 위해 필요… 정치자금을 3개월만 공개하는 이유는 뭘까

 

선거를 중심기제로 하는 대의민주주의에서 정치자금의 존재는 불가피하지만 늘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자유로운 선거운동이 실현되고 후보자 및 대표자의 활발한 정치적 활동을 위해서는 정치자금이 필요하며 정치 영역에서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한편으로 부패, 정치비리, 선거부정의 문제와 깊은 관련성을 맺고 있어 규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치활동에 있어서 비용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투명성과 공정성 유지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정치자금에 관한 제규정을 담은 정치자금법을 마련하고 있으며 그 제1조에 “이 법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치계의 윤활유, 하지만…

 

그러나 투명하고 공정한 정치활동의 보장과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정치자금 공개를 규정하고 있는 현재의 정치자금법은 현실 정치의 영역에서 그 목적을 달성하기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유권자 측면에서 현행 정치자금의 운영을 정치권의 활동과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블랙박스(black box)로 남아있어 이를 공개하여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2006년 폐지된 정당 후원회 제도가 2015년 12월 헌법재판소 판결에 의해 허용되면서 정당(중앙당)은 연간 50억 원, 공직선거가 있는 해에는 2배까지 모금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정치자금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와 공개방안의 마련이 시급히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은 외국 사례와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지는데 정치자금의 유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사후의 지출정보공개에 대해 매우 엄격하고 철저하게 관리하며 인터넷을 통해 정치자금의 검색, 분류, 다운로드가 가능하도록 하는 미국·영국 등과 비교해 볼 때 우리의 정치자금에 관한 제규정들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습니다.

 

정치자금의 공개와 관련하여 현행 정치자금법의 문제점은 이의 공개시기가 지나치게 늦어 정보의 개방성과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선거가 있지 않은 연도에는 정당이나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회계보고 신고 마감일이 회계연도 이후 다음 해 2월이나 1월로 설정돼 있어 정치자금에 대한 정보 공개가 최대 1년 이상 소요되기도 합니다.

 

선거 자금과 관련해서도 선거 후 30일 이상(대통령선거 및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40일)이 지나서야 공개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정보가 유권자 선택에 중요한 정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불어 현행 정치자금법은 시민의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정치자금법 제42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42조(회계보고서 등의 열람 및 사본교부)

……

②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제40조 제3항 및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고된 재산상황, 정치자금의 수입·지출내역 및 첨부서류를 그 사무소에 비치하고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공고일부터 3월간(이하 “열람기간”이라 한다) 누구든지 볼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다만, 선거비용에 한하여 열람대상 서류 중 제40조(회계보고)제4항제1호의 수입과 지출명세서를 선거관리위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공개할 수 있되, 열람기간이 아닌 때에는 이를 공개하여서는 아니된다.

③ 누구든지 회계보고서, 정치자금의 수입·지출내역과 제40조제4항의 규정에 의한 첨부서류(제2호 및 제3호의 서류를 제외한다)에 대한 사본교부를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서면으로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사본교부에 필요한 비용은 그 사본교부를 신청한 자가 부담한다.

⑤ 누구든지 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공개된 정치자금 기부내역을 인터넷에 게시하여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여서는 아니된다.

 

 

규정을 보면 잘 알 수 있지만 각 세부조항들의 내용은 실제 정치자금에 관한 투명한 공개를 저해하고 있는 독소조항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정치자금의 투명공개를 막는 것들

 

우선 제42조 제2항의 내용은 정치자금 정보의 공개를 공고일로부터 3개월간으로 제한하고 이 기간 이외에는 공개를 금지하고 있어 투명한 공개의 취지 자체를 흐리고 있습니다. 더구나 선거자금 외 일반비용은 인터넷 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며, 임의규정이기 때문에 선관위의 판단에 따라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3항에서는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내역에 관한 사본교부를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서면으로 신청토록 하면서 그 비용을 신청자가 부담케 함으로써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또한 제5항에서는 ‘공개된 정치자금 기부내역을 인터넷에 게시하여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여 정보의 실질적인 활용과 전달을 막고 있습니다. 공정선거를 해칠 우려 때문이겠지만 이는 외국에서는 사례를 찾기 힘든 규제로서, 결과적으로 시민단체 및 일반 유권자에 의한 단순한 정치자금 정보 유통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선관위 선거비용공개

 

이러한 문제점은 2015년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정치자금의 모금에 있어서 규제가 크게 완화된 상황에서 정치자금 사용의 부정적인 폐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현행 정치자금법에 대한 개선요구는 유권자와 시민단체,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돼 왔습니다. 제도정비의 핵심은 당연히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투명하고도 시의적절한 정보의 공개를 통해 유권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 있어야 합니다.

 

특히 한국의 정치자금 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개선방안은 정치자금의 공개시기와 관련해 정보공개의 신속성 확보가 필요하며, 시민들의 접근성 관련하여 공개범위의 확대, 인터넷 공개 확대 그리고 정치자금 정보의 데이터베이스 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대안은

 

구체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첫째, 정치자금 공개시기와 관련해 신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현재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선거가 없는 경우 회계연도 다음 해 초에 1번, 선거가 있는 해에는 매년 1월 1일부터 선거일 후 20일까지의 자금내역을 선거일 후 30일까지 신고하도록 돼 있으며, 선관위는 보고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돼 있습니다. 

 

반면 정치자금법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은 평시에 각 분기 종료 후 15일 혹은 31일 이내에 정치자금 회계보고를 하도록 돼 있으며, 선거자금의 경우에도 신속보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선거관리위원회 격인 연방선거위원회(FEC: Federal Election Commission)은 보고받은 정치자금 신고내역을 수령 후 48시간 이내(전자파일의 경우 24시간 이내)로 신속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둘째, 한국의 정치자금 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미국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정책적 함의는 정치자금에 대한 시민의 접근 용이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정치자금 내역의 공개범위와 방식에 있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정치자금 정보에 대하여 3개월 동안 문서형태의 열람·사본을 원칙으로 하고, 선거자금 비용과 관련해서만 온라인 공개를 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정보공개의 범위가 모든 정치자금에 해당하고,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으며, 선거관리기관들이 정치자금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시민들에게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정치자금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을 매우 용이하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 FEC 선거비용 공개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개방성 확대는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되며 결과적으로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합니다.

 

우리의 유권자들은 선거에 임박해서도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받아 왔으며, 설령 정보를 획득했다 하더라도 이를 본인의 의사결정 이외의 다양한 정치참여에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이는 표현의 자유라는 보다 큰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정치자금 공개제도의 전향적인 개선은 이를 위한 출발점을 제공할 것입니다.

 

 

                          <부록 1> 한국과 미국의 정치자금 공개제도의 비교

 

구분

한국

미국

공개여부

O

O

공개범위

수입

· 재산상황

· 수입총액과 내역

· 기부자 기본인적사항과 금액(1회 30만원, 연간 300만원 초과)

· 그 이하 금액은 건수와 총금액

· 재산상황

· 수입총액과 내역

· 기부자 인적사항(기본정보 외에 직업과 고용주)과 금액(200달러 이상)

· 기부자, 기부일자, 기부금액

지출

· 지출총액과 상세내역(일자/금액/목적)

· 지출대상이 되는 사람의 기본인적사항

· 지출총액과 상세내역(일자/금액/목적)

· 지출대상이 되는 사람의 기본인적사항

신고시기

평시

· 연간 1회

(정당 2월 15일, 국회의원 1월 31일)

· 분기별

(4월/7월/10월15일, 1월31일)

선거시

· 선거 30일후

  (선거 후 20일까지의 신고사항)

· 선거 12일 전

  (선거 20일전까지의 신고사항)

· 수령 후 48시간 이내

  (선거일 20일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 선거 30일후

  (선거 후 20일까지의 보고사항)

공개시기

· 제출일로부터 7일 이내

· 제출 후 48시간 이내

  (전자파일 수령의 경우 24시간 이내)

공개기관

· 회계보고 마감일 후 3개월

· 제출일로부터 3년

열람방법

· 관할 선관위 사무소 방문열람

– 선관위 홈페이지(공개 가능하지만 강제규정 아님)

– 사본교부는 관할 선관위에 서면으로 신청(비용은 자기부담)

· 인터넷 열람

(FEC 웹사이트: 검색, 분류, 다운로드 가능)

 

 

 

 

※ 이 글을 작성한 유성진(이화여대) 교수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입니다. 본 글은 유성진(이화여대) 교수가 발표한 “한국 정치자금제도의 개선방향 연구: 한국과 미국 사례비교를 중심으로”(의정연구 59호, 2020)를 취지에 맞게 축약,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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