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정당(법) 2004-02-09   838

유권자혁명 시작되다

열린 우리당 안성 국민경선 참관기

맑고 경쾌한 열린우리당 당가를 들으며 많은 시민들이 시민회관으로 입장하고 있었다. 거의 정시에 맞추어 도착한 우리 일행도 서둘러 들어갔다. 안은 벌써 통로까지 시민들로 가득했다. 양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외치는 구호가 강당 천정까지 울려 퍼지며 열기를 한층 더하고 있었다.

유시민 국회의원과 이우재 국회의원의 기조연설에서 두 가지가 공통으로 강조되었다. 하나는 이번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후보 국민경선제도가 민주주의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노예와 여성이 시민에서 제외된 채 직접 민주주의를 실행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노예와 여성의 노동을 바탕으로 소수의 남성 시민만이 민주주의의 주체가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성과 계급간의 불평등이 전제된 제한된 민주주의 였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성인 남녀노소가 계급 혹은 계층간의 차별 없이 경선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진정으로 모든 시민이 주인이 되기 시작한 날이다. 다른 하나는 두 후보 중 누가 되더라도 경선결과에 승복해야 할 것이며, 더 나아가 탈락한 후보가 선대위원장이 되어 4.15총선에서 당선 후보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된다면 이것이 선의의 경쟁의 표본이며 정정당당한 경쟁의 상징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후보자 연설이 시작되었다. 김선미 후보가 먼저였다. 젊고 시선함이 드러나는 연설이었다. 기존의 정치꾼처럼 입에 발린 소리도 하지 않았으며, 지키지 못할 거대 약속도 하지 않았다. 지연이나 학연도 내세우지 않았다. 두 번째로 홍석완 후보의 연설이 이어졌다. 패기와 자신감이 돋보이는 연설이었다. 하지만 은연중에 학벌이나 가문을 강조했다. 500년 토박이니, 양반이니, 미국 00대학 박사니……. 시민들의 성숙한 민주의식은 후보자 연설중에도 나타났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연연하지 않고 양후보자의 연설 중간 중간에 박수와 환호를 모두 보냈다. 단 한 차례의 야유나 방해도 없었다. 오랜만에 참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이번 경선에서 또 하나 긍정적으로 강조되어야 할 특징이 있다. 경선관리를 지역시민단체가 주도한 점이다. 중앙선관위의 개입 없이도 얼마든지 지역에서 자치적으로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경선 내내 단 한건의 소란도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새내기 선거권자부터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까지 아무런 불편과 불평 없이 경선에 참여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처럼 깨끗하고 아름답게 진행된 경선이었지만 한계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현행 선거법에 의한 한계였다. 현행 선거법상 법정 선거운동을 선거일 기준 60일 이전부터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선 후보자가 당원 이외의 다른 시민에게는 선거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당원에게 하는 선거운동도 3일 정도밖에 못했다고 하니 선거인단에게 세세한 정보를 제공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양기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