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7-08-03   836

<안국동窓> ‘무차별적 민주대연합’은 잘못이다

6월 하순부터 시작된 장마가 8월 초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말 길다. 실비 바르땅의 Rhythm of the rain도, CCR의 Who’ll stop the rain?도 더 못 듣겠다. 비가 오면 파전이 잘 팔린단다. 파전을 지질 때 나는 소리와 빗소리가 비슷해서 빗소리를 들으면 파전을 떠올리게 된다는 과학적 설명도 있다. 그러나 파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지칠 정도로 장마가 길어지는 것 같다. 이 와중에 날이 몹시 더워져서 말 그대로 무더위의 나날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르고, 사실 숨만 쉬어도 땀이 흐른다.

이렇게 장마가 지루하게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인의 시끄럽고 혼란스런 이합집산이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범여권의 움직임은 너무 어지러워서 따라잡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아니, 사실 따라잡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것 같다. 협상을 하네 어쩌네 해서 어렵게 뭔가 발표를 하는가 보다 하면 며칠 지나지 않아 그 발표는 이미 휴지조각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런 자들이 정치인입네 하고 행세하고 다녔으니 원내 최대당이 불과 3년만에 강시당이 되고, 자신이 이룬 개혁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사학법 개정과 같은 업적조차 스스로 물거품으로 만들었으리라.

정치에 관심을 가지느니 차라리 파전을 한 장 더 구워 먹는 것이 건강에 더 이로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가 지금보다 더 망가지면 파전을 구워 먹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빗소리를 들으며 파전을 먹으며 정치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며칠 내로 장마는 끝날 것이다. 사실 입추가 며칠 남지 않았다. 머지않아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정계의 혼란도 크게 정리될 것이다. 참으로 짜증스런 장마 속 무더위 정국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첫째, 무엇보다 한나라당을 중심에 두고 살펴볼 수밖에 없다. 현재의 정국을 주도하는 것은 단연 한나라당이다. 박근혜와 이명박 두 사람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가장 유력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경선이라는 이름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양 쪽 진영에 각각 수 만명의 사람들이 ‘대박’을 바라며 참여해 있다. 한나라당은 사실 이미 ‘두나라당’이다. 이 상태가 표면화될 것인가, 아니면 봉합되고 말 것인가? 이 점에서 한나라당의 후보가 확정되는 8월은 2007년 대선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다.

둘째, 이른바 ‘범여권’의 변화이다. 이 세력은 한나라당에 뒤이은 가장 강력한 현실정치 세력이다. 그러나 지난 4년 반 동안 이 세력은 배신과 무능의 정치를 펼쳐서 결국 국민적 환멸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이 세력이 아직도 살아남을 수 있는 까닭은 사실 반민주적 보수세력 때문이다. 반민주적 보수세력이라는 최악을 피하고자 하는 ‘차악의 논리’가 이 세력을 지탱하는 버팀목인 것이다. ‘대통합’ 또는 ‘민주대연합’을 외치고 있는 이 세력은 여전히 최대의 정치적 지분을 가지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크게 세 세력으로 나뉜다. 친노, 비노, 반노가 그것이다. 그러나 그 내부는 또 다시 여러 갈래로 나뉜다. 친노에서는 예컨대 이해찬과 유시민의 경우처럼 자기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분열이 시작되었고, 비노에서는 김근태, 천정배, 정동영 등이 역시 여전히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반노에서는 박상천과 같은 전통적 지역주의 세력이 재등장해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더욱 주의할 것은 예비후보만 10명이 훨씬 넘게 나선 이러한 ‘범여권’의 대혼란이 2007년 대선에 바로 이어지는 2008년 총선을 노린 저마다의 얕은 정략적 셈속의 결과라는 성격을 크게 갖고 있다는 것이다. ‘범여권’이라는 세력은 겉으로는 대선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미 대선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일부 시민사회 인사들이 이들을 개혁해서 희망을 만들고자 애쓰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아직 대단히 낮아 보인다.

세째, ‘실질적 민주개혁연합’의 형성이다. 이 세력은 이른바 ‘민주대연합’이 ‘반한나라당연합’ 또는 ‘반보수세력연합’으로서 일정한 의미를 가지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정치개혁과 사회발전을 이룰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가장 개혁적 정권으로 자타가 공인했던 노무현 정권은 ‘민주대연합’의 문제를 명확히 입증했다고 본다. 따라서 ‘무차별적 민주대연합’이 아니라 시대적 개혁의 과제를 추구할 수 있는 ‘실질적 민주개혁연합’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력에는 일부 시민사회의 인사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기도 하지만 역시 그 핵심은 민주노동당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사실 성장주의, 노동자주의, 전근대적 파벌주의 등의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실질적 민주개혁연합’을 위해서나 민주노동당의 발전을 위해서나 이런 문제들의 공론화와 개혁이 적극적으로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네째, ‘탈근대 민주개혁연합’의 형성이다. 이 세력은 한국의 민주화가 올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치세력의 교체 즉 정권의 교체를 넘어서 성장과 개발을 제1의 가치로 추구하는 현재의 사회체계(social system)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체계를 그대로 둔 채로 행위주체를 바꿔보아야 바뀐 행위주체도 사회체계의 한 요소로서 규정되고 말뿐이다.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통해 형성된 토건국가형 정부조직과 재정구조, 산업구조, 고용구조, 생활방식, 시민의식, 투기사회, 학벌사회 등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에게 절박하게 필요한 것은 ‘정권교체’나 ‘정권유지’가 아닌 ‘체계개혁’이다. 그러나 이 세력은 아직 일부 환경운동 인사들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은 아직도 지역주의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태우 정권부터 역대 정권들이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주의를 악용한 결과로 지역주의와 개발주의가 결합되어 ‘토건국가형 지역주의’가 위세를 부리고 있다. 아마도 이번 대선도 ‘영남+강남 대 호남+a’의 토건국가형 지역주의 구도에 따라 일차적으로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화’를 위해서는 실질적 민주개혁연합과 탈근대 민주개혁연합의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무차별적 민주대연합’은 이미 그 문제를 충분히 입증했다. 올바른 의미에서 민주대연합을 이루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무차별적 민주대연합’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홍성태 (부집행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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