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4-12-13   951

<안국동窓> 아예 국회 담장을 부숴 버리자

정치란 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의견의 충돌을 합리적으로 협의하여 최선이 안되면 차선책을 통해서라도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다. 현실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미리 해결하기 위한 법제적 장치를 만들어내는 역할 또한 정치에 주어져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핵심기관이 바로 국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회가 이러한 역할을 방기한지 너무 오래되어 국민들은 국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교과서적인 정의가 아닌 현실로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그저 오래된 희망으로 ‘정치의 소생과 국회의 회복’ 이라는 국회의 제 역할을 기대하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바램이 ‘정치’라는 것은 너무나 모순적인 말이다. 정치의 핵심기관인 국회에 우리는 ‘정치’를 바라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국민들은 한가닥 기대를 걸어보았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나름대로 성숙하길, 그 과정에서 국민이 보여준 성숙한 민주주의에 부응하려는 각오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그렇게 17대 국회는 큰 기대와 희망을 받으며 출발했다.

그러나 그 바램과 희망은 채1년도 되지 않아 ‘국민적 분노’로 바뀐 상태다. 17대 국회도 이젠 이전의 국회와 다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역대 최악이라고 비난받는 16대 국회보다 더하다는 비판을 받는 지경이다.

한국사회에서 국회 안에서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바램인가. 정치는 선거과정에나 존재하는 것이 되어버렸는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이 용납할 수 없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통해 보면, 외국의 국회나 대통령 집무기관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시위의 형태를 통하여 각자의 의견을 피력한다. 국회나 대통령 관저 앞의 이러한 모습은 국회와 대통령 관저 안에서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노력이다. 비록 울타리를 통하여 안과 밖이 구분되어 있지만, 정치과정을 통하여 항상 소통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국회는 어떤가. 우리의 국회는 접근조차 어렵다. 지금 여의도 국회 앞에는 100미터에 가까운 천막행렬이 펼쳐져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비정규직 철폐로부터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대책마련 촉구 등 온갖 사안에 대한 처절한 호소가 벌어지는 것이다. 단시간 피케팅으로 의견을 전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길거리에 나앉아 외치는 것이다. 엄동설한 천막을 치고 거리에 앉고 한달 이상의 단식투쟁을 벌일 만큼 절절한 호소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눈물젖은 호소는 국회의 담조차 넘지 못한다. 이들 집회나 시위가 이뤄지는 공간도 국회 앞이 아닌 상당히 떨어진 곳이다. 공전과 파행으로 얼룩진 정기국회에 이어 이제는 반쪽 임시국회를 열고 있다. 개혁과 민생에 대한 절박한 민의는 국회의 담장에 가로막혀 전해지지 않고, 민의의 무풍지대인 국회 안에서 여야는 자신의 정략적인 이해관계에만 얽매여 볼성사나운 추태를 다시 연출해 내고 있다. 당연히 해야 할 법안처리나 예결산처리조차도 당리당략에 의해 파행과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

정치가 상실된 국회, 민의는 찾아볼 수 없는 국회를 언제까지 두고 보아야 할 것인가. 앉아서 비난하고 분노만 하지 말고 아예 국회 앞으로 몰려가자. 아예 국회를 에워싸 버리자. 차라리 국회의 담장을 부숴 버리자. 이래도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할 것이냐, 이래도 들리지 않느냐고 소리 질러주자. 그래서 이제는 제발 국회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자.

진영종(협동사무처장,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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