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4-12-30   913

<안국동窓> 분노의 2004년, 희망의 2005년

2004년이 저문다.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것이 시간의 흐름이니 해가 바뀌는 것은 그 자체로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해가 바뀔 때는 나름대로 감상에 젖게 마련이고, 또 새해에 대한 기대를 품어 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아쉬움과 즐거움이 뒤섞인 다소 복잡한 감정으로 가는 해를 보내고 오는 해를 맞는 것이다.

그러나 2004년을 보내고 2005년을 맞는 지금, 우리의 가슴은 감상도 기대도 없고 오직 생생한 분노로 부글부글 끓는다. 그 이유는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몰상식하기 짝이 없는 정치권의 행태 때문이다. 17대 총선으로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이라는 커다란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보수정당의 반민주적 행태는 이 나라의 정치를 여전히 후진적 상태에 잡아두고 있다. 돌이켜 볼수록 분노는 더욱 더 깊어지지만, 희망을 위해 잠시 돌이켜 보도록 하자.

한국의 정치를 이토록 몰상식하고 혐오스럽게 만드는 주범은 바로 한나라당이다. ‘수구본당’으로서 한나라당은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에 맞서서 2004년을 분노의 한해로 만드는데 주력했다. 그 시작은 2004년 3월의 이른바 ‘탄핵국회’였다. 한나라당은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의회권력으로 몰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나라당이 획책한 것은 명백히 ‘의회쿠데타’였다. 수많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아직은 추운 거리로 몰려나왔다. 한나라당의 ‘쿠데타’를 저지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그 촛불의 힘으로 한나라당의 ‘쿠데타’를 막고 민주주의를 지켰다.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다시 태어나겠다’고 읍소했다. 민주정당으로,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결국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의원들이 바뀐다고 해서 정당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을 한나라당은 잘 보여주었다. 전여옥과 주성영은 그 좋은 예이다. 바뀌겠다는 소리는 그저 촛불의 힘에 놀라 외친 비명일 뿐이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태도는 한나라당의 변화를 따질 수 있는 시금석이다. 잘 알다시피 국가보안법은 ‘독재보안법’으로서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반민주악법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 법을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주장하며 그 폐지를 막기 위해 온갖 생떼를 다 쓰고 있다. 법사위 점거농성에 이어서 국회법에 따른 의사일정의 진행마저도 ‘날치기’라고 우기고 있다. 심지어 의원을 간첩으로 모는 ‘간첩공작’마저도 서슴없이 저질렀다. 이런 반민주적 방식으로 박근혜는 ‘유신공주’에서 마침내 ‘국가보안법 여왕’으로 등극했다.

2004년 4월의 17대 총선은 수구세력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자민련과 민주당의 몰락, 한나라당의 지역당화,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 차지로 나타난 국민의 뜻은 명백했다. 수구세력이 더 이상 정치를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열린우리당의 책임이었다. ‘수구본당’ 한나라당의 전횡을 막고 이 나라의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국민의 뜻이 열린우리당을 과반의석당으로 만든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러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개혁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한나라당이 2004년을 분노의 해로 만든 주범이라면, 열린우리당은 분명히 그 종범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두 의장’, 곧 김원기 의장과 이부영 의장의 행태는 명백히 규탄의 대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반민주적 주장과 행태조차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고 협상의 형식을 갖추는 데에만 급급했다. 그 결과 과반의석당으로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수구본당’ 한나라당과 치열하게 싸우기보다는 협상의 탈을 쓴 야합의 길로 열린우리당을 이끌고 갔다. 이제 그 누구도 열린우리당이 개혁을 하리라고 믿지 않는다. ‘4인회담’이라는 초법적 방식으로 한나라당의 수구적 주장과 행태를 정당화하고 국회와 정당의 정상화를 막은 열린우리당에게 ‘수구야합당’이라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1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엄동설한의 날씨를 무릅쓰고 여의도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이 엄중한 투쟁의 소식을 언론은 제대로 전하지 않고 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죽음의 경계로 몰아넣은 주범은 ‘수구본당’ 한나라당이요, 종범은 ‘수구야합당’ 열린우리당이다. ‘유신공주’가 ‘국가보안법 여왕’이 되는 것이야 당연하다고 하더라도 열린우리당은 도대체 무슨 득을 보겠다고 한나라당과 야합하는가?

수많은 사람들의 분노 속에 2004년이 저물어간다.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더 심해지고 있는데 정치는 수구세력의 반민주적 발악으로 좀처럼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봄의 촛불을 떠올리노라면 우리 가슴 속에서 분노의 불길은 더욱 더 뜨겁게 타오른다. 이 분노의 불길이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낳기를 바랄 뿐이다. 수구본당도 수구야합당도 모두 사라진 나라, 우리의 상식 속에서 2005년의 희망은 자라고 있다.

홍성태(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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