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4-04-29   1004

<안국동窓> 정동영 의장과 열린우리당의 위기

이 나라는 어디로 갈 것인가? 과반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의 행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주노동당이 새로운 진보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은 분명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원내 최대당의 책임과 역할이 가장 크고 중요하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16대 국회에서 지긋지긋하게 확인했다. 한나라당은 최대당의 권력을 얼마나 악랄하게 악용했는가? 만일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뒤를 밟는다면, 이 나라의 앞날은 암담할 것이다. 무엇이 한나라당의 뒤를 밟는 것인가? 다수 국민의 뜻에 눈 감고 귀 막고 당략만을 열렬히 추구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17대의 최대당 열린우리당에 16대의 최대당인 한나라당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금 커다란 위기를 눈앞에 두고도 이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 마치 타이타닉호처럼 빙산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형국이다.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무엇보다 그 선장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지금 열린우리당이 맞고 있는 위기도 무엇보다 정동영 의장의 잘못에서 비롯된다.

총선을 며칠 앞두고 정동영 의장은 말을 잘못 해서 과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열린우리당을 졸지에 위기로 몰아넣었다. 60대 이상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는 게 좋겠다는 말은 여당의 대표로서 할 말이 아니었다. 이 사건은 장년층 이상의 투표에 악영향을 미치고, 영남 지역주의의 결집에 악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정동영 의장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정동영 의장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 더욱 더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4월 26-28일에 걸쳐 열린우리당의 당선자 연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열린우리당의 성격 및 행보와 관련된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다. 사실 이 연찬회는 앞으로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 토론하고 대략적인 방향과 내용을 결정하는 자리였다. 따라서 이 연찬회에서 누가 무엇을 말했는가에 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동영 의장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정동영 의장은 ‘실용적 개혁정당론’을 내세웠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내용은 사실 ‘개혁’을 버리고 ‘실리’를 취하자는 것으로 줄일 수 있다. ‘실용’과 ‘개혁’을 모두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실용’을 일방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정동영 의장의 이런 주장은 그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 의심하게 할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성격과 행보에 대해 깊은 의심을 품게 하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큰 두가지 사례를 통해 정동영 의장의 ‘실리론’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이라크 파병문제. 정동영 의장은 이라크 파병이 줄곧 ‘실리’에 부합한다고 주장해왔다. 잘 알다시피 이라크는 아직도 ‘전쟁중’이다. 미국의 부시 정부가 일방적으로 ‘종전’과 ‘승전’을 주장했다고 해서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다. 더욱이 이 전쟁은 명백한 침략전쟁이자 약탈전쟁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전쟁에 끼어드는 것이 ‘실리’에 부합할 수 있는가? 세계 제2의 산유국인 이라크의 ‘적국’이 되는 것이 어떻게 ‘실리’에 부합할 수 있는가? 정동영 의장은 이 전쟁의 성격과 추이에 대해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가?

다음에 기업규제철폐 문제. 기업에 대한 규제가 없는 나라는 없다. 문제는 올바른 규제를 올바른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른바 재벌총수의 집안이 세계적인 대기업을 좌지우지하도록 하는 것이 ‘실리’에 부합하는 것인가? 그것은 재벌의 ‘실리’에 부합하는 것이지 국민의 ‘실리’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다. 재벌은 이 나라의 경제구조를 만성적인 취약상태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재벌은 이런 잘못은 어마어마한 정경유착을 통해 피하고 있다. 전근대적인 재벌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경제의 선진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은 없다. 정동영 의장은 경제의 선진화에 대해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가?

정동영 의장의 ‘실리론’은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이면서 그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저버리는 것이다. 탄핵과 마찬가지로 70%를 넘는 국민들이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고 있다. 재벌경제의 개혁은 대다수 국민이 바라는 해묵은 과제이다. 이런 문제들의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과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 차지라는 엄청난 역사적 결과를 자아냈다. 정동영 의장의 ‘실리론’은 이런 열망을 무시하고 있다. 이런 터무니없는 ‘실리론’을 접하면서 그의 ‘입’보다도 그의 ‘머리’가 더 큰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동영 의장은 장사꾼이 되고자 하는 것 같다. 그의 눈은 벌써 저 멀리 2007년 겨울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원칙을 깡그리 무시한 ‘실리론’ 따위로는 대통령은커녕 열린우리당의 당권도 계속 잡지 못할 것이다. 원칙을 무시한 ‘실리론’은 결국 열린우리당을 타이타닉호로 만들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기대를 올바로 읽고 앞으로 맹전진해야 한다.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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