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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의 올해 수상자는 피터 핀레이다. 멕시코계 호주인인 마흔 두 살의 이 남자는 자신의 처녀작으로 일약 세계적인 작가들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살만 루시디, 마가렛 애트우드, 그리고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JM 쿳시 등이 부커상 수상자였다는 점을 주시한다면 이 사나이가 거머쥔 행운이 상당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해마다 부커상 수상자가 미디어의 초점을 받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지만 그의 경우는 좀더 유별나다. 자신의 부끄러운 전력을 고해성사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일랜드에 틀어박혀 소설을 쓰기 전에는 주로 대륙을 오가며 사기 협잡꾼 노릇을 한 것으로 털어놓았다. 젊은 날 그의 행적 중에는 친한 친구를 꼬드겨 친구 집을 자기명의로 팔아치운 뒤 그 돈을 착복하고 줄행랑을 친 일도 들어간다. 믿고 지내던 그 친구는 충격을 받아 그 뒤로 병석에 들어 누워 수십 년 고생 중이며 그의 일가친척들은 이 '천하의 나쁜 놈'을 아직도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마약중독자에다가 도박꾼에다가 아마 웬만한 나쁜 짓을 두루 섭렵했음직한 인물로 보인다. 주위에서는 아직 떠오르지 않은 그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면 굉장한 '꺼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눈치다.

'그랬던' 그가 필명을 DBC 피에르라고 내세워 소설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연유는 딱 한가지라고 이 화려한 전력의 작가는 고백한다. '지나간 내 인생이 너무나 후회스러워서'. 그는 덧붙였다. ' 소설을 쓰게끔 한 단 한 가지의 압력이 있다면 그것은 회한이다. 그 힘이 로켓엔진처럼 나를 몰아부쳤다.'

상금으로 받은 돈 5만 파운드를 모조리 빚 갚는데 쏟아 붓고 있는 이 작가를 보며 그의 필명을 DBC(Dirty But Clean)로 지은 연유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영문학 성장소설의 한 전형으로 귀여운 악한을 다룬 <톰 존스>가 떠오른다. 갈팡질팡 함부로 살았지만 마침내 후회하고 반성할줄 아는 용기와 지혜를 갖게 된 전직 악한 출신의 작가를 보면서 비로소 '성장'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도 된다.

이 갱생 탈골한 먼 나라 작가의 이야기가 우리나라 정치판인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들릴까? 이 나라 정치판에서는 후회나 반성이라는 단어가 과연 존재하는가? 설사 존재한다하더라도 과연 그 의미가 우리가 아는 그대로인지도 미심쩍은 일이다.

땡전 한 푼 받은 일이 없다고 선서하다시피 한 국회의원은 자동차 뒤 트렁크가 무너져 내릴 정도로 돈을 실어 나른 사실을 한마디 설명도 없이 '공표'한다. '아는바 전혀 없다'고 하던 정당의 책임자들도 결국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책임질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정치판에서는 같은 인물이 같은 사건에 대해서 전혀 상반된 언행을 하면서도 설명하거나 책임지거나 반성하지 않는다. 분명히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그들은 재빨리 '스스로 용서'를 했는지 국민들 앞에 선 모습이 당당하기 조차 하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반성이라는 중요한 '중간단계'가 완전히 빠져 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할줄 모르고 자라는 인간에게 진정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정치인들에게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는 일은 순전히 운이 없거나 '희생양으로 제단에 바쳐진 억울한 경우로 생각될 뿐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잘못에 버금가거나 더 넘치는 상대방의 잘못을 짚어서 '당리당략'으로 이용하는 게 최상책이다. 잘못은 반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다른 이의 잘못을 들춰내는 데 쓰일 뿐이다. 남의 잘못으로 자신의 잘못을 덮어버리는 얄팍한 속임수를 언제까지 계속해 나갈 것인가.

정치인들은 뇌물 단위를 '수억 수십억 수백억'으로 하여 우리 국민들의 돈의 개념을 확 바꿔놓았다. 이제는 부끄러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아리송하게 만들고 있다. 좀처럼 부끄러워하지 않는 그들을 과연 '후안무치'라는 말이 부끄러워해야하는 말인지, 우리도 어리둥절할 뿐이다.

'dirty but clean' 새삼 참 좋게 들리는 말 아닌가.
권은정 (인터뷰 전문기자, 번역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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