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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 칼럼
  • 2003.12.09
  • 630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미덥지 못하다는 이유로 제출된 특별검사법이 우여곡절을 거쳐 제정되었다. 대통령과 국회는 모두 국민의 직선을 통해 선출되고 따라서 국민적 정당성을 분점하고 있으므로 두 기관 사이의 분쟁은 제도적 절차를 따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원내 제 1당 대표가 대통령의 자신의 헌법상 권한인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던 최근의 사태는, 한국 정치판이 이러한 제도적 해결에 익숙하지 않음을, 또는 익숙하려 하지 않음을 잘 보여주었다.

그런데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의회의 맹렬한 공격 의지는 국회의원 개인의 비리가 문제가 되면 갑자기 사그라지고 만다. 지난 6월 이후 현재까지 국회에는 여야 의원 6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돼 있다. 국회의원이 현행범인이 아닌 한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것이 헌법의 요구이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의 요구는 행정권력의 의회권력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정당하고 합리적인 법집행으로부터 비리·범법 국회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해석될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 전체가 겪은 혹독한 구조조정으로부터 정치권은 면제되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각종 비리와 부패의 근원지로 작용해 왔을 뿐만 아니라,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특권과 지위를 유지하는 데 급급해 왔다. 그동안 수도 없이 열렸던 ‘방탄국회’는 이런 행태의 대표적인 예이다.

체포동의안의 지연이나 불처리가 법적 하자를 갖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것은 정치도덕의 중대한 위반 행위이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에게는 증거인멸이나 도피의 우려가 없으니 불구속재판을 하라고 항변하겠으나, 그 우려에 대한 판단 주체는 법원이 되어야 한다. 만약 이번에 또 체포동의가 거부된다면 각 정당의 지도자들은 그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남의 눈의 티는 비난하면서 왜 자기 눈에 박힌 들보는 뽑지 않고 있는지 말이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미국에서 살았던 재치있는 저널리스트 암브로스 비어스는 자신이 편찬한 <악마의 사전>에서, 통렬한 풍자적 단어 해설을 하고 있다. 그가 정의한 ‘정치’는 “우리네 범죄집단 중에서 보다 저급한 족속들이 즐기는 생계의 수단” 또는 “사리를 위해 공리를 운영하는 것”이다. 또 ‘정치인’은 “조직사회라는 건물을 세울 토대가 되는 진흙 밭 속에 사는 뱀장어”이다.

요즘 이런 신랄한 야유가 새삼 떠오르는 것은 나의 사고가 편향되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더 이상 국회는 바로 이런 “사리를 위해 공리를 운영하는 뱀장어”들의 안식처가 되어서는 안된다. 국회의원 6명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는 향후 정치개혁을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각 정당은 지금까지 정치개혁에 대해 뱉어놓은 미사여구와 호언장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만약 각 정당이 합의하지 못한다면 국회의장 직권으로라도 체포동의안을 상정·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 이전에라도 문제가 된 국회의원 개개인은 스스로 수사기관에 출두하여 자신의 도덕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이는 주권자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 12월 9일자 여론칼럼에 실린 글입니다.
조국 (사법감시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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