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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 칼럼
  • 2003.12.15
  • 667
이 뚱딴지같은 제목의 연유는 이렇다.

나는 배우 오지혜를 좋아한다. 참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주 <최현주가 만난 사람>이 오지혜여서 반가웠다. 그런데 그 인터뷰 글의 끝에 달려있는 한 리플. ‘건강보험료 관리 엉망’…

참 대책없이 엉뚱한 반응이다, 생각하는데 아니다 다를까, 그 바로 밑에 딸린 또하나의 리플. ‘이 인터뷰를 읽고 건강보험이 생각나냐.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것도 아니구’

한참을 웃었다. 참 기막한 리플이다. 마치 유령처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떠다니는 이런 글들이 그 리플 하나로 단숨에 뒤집어져 버렸다. 모든 칼럼과 기사마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듯이’ 건강보험과 의약분업에 대한 리플을 올리는 그들의 정체에 대해 아는 바 없고, 언제부터 이 기묘한 일들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그 리플은 모처럼 유쾌했다.

이런걸 보통 반전이라고 하고, 학술적 용어로 되치기라고 한다. 상대가 잔뜩 힘을 실어 무언가를 도모하려는 순간, 그 힘을 역이용해 슬쩍 그 상대를 자빠뜨리는 기술이다. 쓰리고를 향해 달리는 사람의 뒷덜미를 한번에 치고 받으며 독박을 씌워 버리는 그 기술. 이걸 당하면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쏟은 힘이 허망하고 그 결과 또한 참담하다.

요즘 정치판은 이 되치기의 전성시대다. 어쩌면 노무현 시대가 상징하는 대표적 정치코드가 바로 되치기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당선 자체가 거대한 되치기의 연속이었다.

대세론으로 몰아가던 이회창 후보를 후보 단일화로 뒤엎었다. 막판에 정몽준 대표의 단일화 파기로 다시 엎어지는가 싶더니, 지지표의 드라마틱한 결속으로 한번 더 뒤집었다.

한나라당의 되치기도 만만치 않았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그들은 개표방송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선이 확정된 것으로 보도된 12일 밤 9시 이후, 그때까지만 해도 이회창을 능가했던 노무현 지지표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방송이 9시 상황으로 당선 확정 보도를 내보냈지만, 사실은 그 이후에 이회창 표가 쏟아졌고 이를 개표방송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괴담’이었다.

그 다음에 등장한 것이 그 유명한 대선개표기 되치기였다. 국정원이 중앙선관위의 전자개표 시스템에 해킹해 집표결과를 뒤집었다는 주장이었다. 그 주장의 허구성이 드러나자, 이번에는 대선무효 소송이 제기됐다. 지거나 이겼거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노무현 후보 쪽의 총체적 부정·불법선거를 감안할 때 판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이었다.

그렇게 뻣대던 한나라당이 되려 결정적인 되치기를 당했다.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그것이다. “그래 그만두라면 그만 둘께” 그 발언에 옳거니 달려들었던 한나라당은 스스로의 꾐에 속아넘어갔다는 사실조차도 나중에 깨달았다.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되치기는 계속된다. 에스케이 비자금으로 뒷통수를 맞았던 한나라당은 최병렬 대표의 단식과 측근비리 특검으로 판을 뒤엎었다, 싶더니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로 제풀에 다시 넘어졌다.

최병렬 대표가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수사의 편파성을 주장하는 것도 일종의 되치기였다. 비록 수백억원을 받았을 지라도, 너희들의 수백억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더 나쁜 쪽은’ 바로 당신들이라는 협박이었다.

이른바 ‘10분의 1’발언은 이에 대한 노 대통령의 또다른 되치기다. 원래 그 발언이 목적했던 바는 검찰수사의 공정성에 관한 자신감이었을 게다. 편파, 편파 하는데 나는 원래 너희들의 10분의 1도 안 받았어, 그런 뜻이었을 게다. 검찰수사의 편파성을 향해 달려드는 한나라당의 공세를 말 한마디로 뒤집어 놓으려는 의도였다.

이회창 후보의 검찰출두도 되치기다. 1000만원이건 100억원이건 최종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돼. 내가 감옥에 들어간다고 했으니, 노무현 당신도 따라 들어와. 그런 호통이다.

정치판의 되치기를 따라 잡느라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며 찬찬히 생각해 보자.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등장하는 ‘리플합시다’ 코너의 매력이 뭔지 아는가.

매주 주제가 바뀌고 리플을 다는 사람들도 달라서, 언제나 새로운 재미를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반전의 쏠쏠한 정수를 온전히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나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정치판의 리플달기가 이제 아주 지겹다. 처음 한두 번은 재밌기도 하고 신통방통하기도 했지만, 비슷한 주제에 똑같은 등장인물이 언제나 같은 논법으로 받아치는 리플이 지겹다.

원래는 반전을 목적으로 했던 그 리플들은 이제 참여연대에 떠다니는 ‘의약분업, 건강보험 문제있다’는 리플 수준으로 전락했다. 공해가 되버린 것이다. 사실은 자기 주장을 하는 건데도 마치 리플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

이쯤되면 더이상 리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할 말이 있으면 정상적으로 토론하는 게 옳다. 리플과 토론의 차이점은?

리플이 용쓰고 있는 상대방만을 의식한 딴죽걸기라면, 토론은 이를 지켜보는 불특정 다수를 의식한 정공법이다. 노 대통령이 ‘10분의 1’ 발언을 토해낼 때, 그는 오직 한나라당만을 겨냥했을 것이다. 옳거니 요놈, 맛 좀 봐라. 그 말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가 어떨지를 짐작할 여유가 그에게는 없었다. 처음부터 리플을 달려고 맘 먹었기 때문이다.

이회창 후보가 고해성사는커녕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에 응답도 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검찰출두하겠다고 고집한 것도 옹색한 리플이다.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에스케이 비자금 100억원 수수의혹을 “정치적 모략”이라고 일축했던 그가 이제 와서 “모든 걸 지시했다”며 불쌍한 표정을 짓는 걸, 진심으로 신뢰할 사람 누구인가.

지금은 사죄가 아니라 진실이 필요할 때인데, 오직 노 대통령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그는 ‘물귀신작전’을 동원했다. 같이 죽자는 사람 말릴 이유 없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진실은 말하고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앞으로 계속 살아갈 사람에 대한 예의 아닌가. 하여 이 후보 또한 살아있는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는다. 지금 그의 마음 속엔 온통 노 대통령뿐이다.

그렇게 상대방만을 의식하는 정치를 하고 있으니, 그 자리에 상식과 토론과 합의가 끼여들 자리가 없다.

참여연대에 제안한다. 우선 의약분업 토론방부터 만들어라. 그래서 각종 칼럼과 기사의 끝에 도배되고 있는 이 공해같은 리플들을 차라리 ‘양성화’시켜라. 되치기의 효과만을 노리는 술수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리플 다는 사람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하라.

그 다음엔? 그런 일이 가능하겠느냐마는, 이 답답한 되치기의 시대에 정공법이 통용될 수 있는 정치판을 한번 도모해 보자. 그들만의 리플을 구경하는데 질려버린 우리도 공개적으로 토론에 한번 끼어볼 수 있도록 정치판의 토론방을 만들어보자. 그게 정치권을 향해 시민사회가 날릴 수 있는 단 한방의 리플 아닐까. Re-> 안 된다면 할 수 없고... -.-;
안수찬 한겨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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