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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감시센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 국민이 감시합니다

  • 칼럼
  • 2003.12.17
  • 480

국정쇄신을 위한 특별제언 [4] 정치분야



사이버참여연대는 연말까지 총 9회에 걸쳐 경제, 정치, 사법 등 각 분야의 구체적인 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국정쇄신을 위한 특별제언' 시리즈를 <안국동窓>에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16대 대선을 치른지 꼭 1년이 지났다. 국민들이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유쾌한 정치개혁이 시작된다"는 노무현 후보 진영의 TV광고처럼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낡은 정치를 청산하기에 가장 적합한 후보였다는 점에서였다.

참여정부는 우리 정치를 오랬동안 짓눌러 왔던 권위주의적 리더십, 자리와 돈으로 충성을 사는 후견적 리더십을 걷어내는 데 상당부분 성공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경유착과 정치부패의 근원임을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손을 대지 못하는 한국정치의 성역, 대선자금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선택은 옳았다.

그러나 국민들은 신나지도 유쾌하지도 않다. 오히려 월드컵과 지난 대선으로 참여의 중요성을 깨닫고 "할 수 있다"는 신념에 찼던 유권자들마저 정치에서 멀어지거나 '제발 조용히나 살게 정치권은 더 이상 문제나 일으키지 말아 달라'는 냉소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무엇 때문인가? 북핵문제, 이라크 전쟁, 적대적인 언론환경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정부 자신이 지난 대선에서 표출된 국민의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 것인지, 그리고 참여정부의 역사적 소명이 무엇인지 깊이 깨닫지 못했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참여정부는 청와대만 탈권위화하면 되는 것으로, 청와대가 정치에 개입하지만 않으면 되는 것으로 정치개혁에 대해 소극적이고 문화적인 접근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87년 체제를 대체할 2003년 체제에 대한 비전과 제도적인 틀을 갖추는 역할을 등한시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정치권이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는 듯이 국민의 눈에 비춰지게 된다.

3김식 정치로 대변되는 '87년 체제의 요체는 한국정치에 대한 과점적인 지배이다. '87년 체제는 한편으로는 지역감정으로 유권자들을 묶어서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도록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임으로써 3김으로 대표되는 거대정당 지도부의 과점적 이윤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방식으로 정치제도를 정립해 왔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너무 비싼 가격에 너무 질 나쁜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처해왔다.

3김식 정치 아래에서 지난 15년간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한다는 명목 하에 수많은 정치제도의 개혁을 해 왔지만, 그 개혁의 기저에는 정치카르텔의 지대추구(rent seeking) 논리가 숨어있었다.

먼저 국회법을 보면, 87년 이후 십여 차례의 개정이 있었지만 그 핵심은 각 당의 총무에게 국회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거부권을 부여하는 총무회담 중심의 국회운영이다. 권위주의 시대처럼 여당이 국회를 장악하여 국회가 행정부의 시녀가 되는 것을 막기위한 조치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당보스에게 입법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정당보스의 동의가 없으면 국회가 마비되고, 또 반대로 정당보스의 동의만 있으면 하루에도 수십 건의 법안이 통과될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 결과 국회가 더 이상 행정부 시녀의 역할은 하지 않게 되었지만, '87년 체제에서는 국회의원이 정당의 시녀 노릇을 하게 되었다.

선거법을 보면 관권, 금권 선거를 막는다는 취지로 각종 선거운동에 대한 제한은 점점 더 늘어났다. 짧은 선거기간과 각종 선거운동 방식에 대한 제한은 유권자가 후보자의 정책이나 인물됨을 충분히 판별할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결국 쉬운 지표인 지역감정에 의해 투표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것은 지역감정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정당이 나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후보 개개인의 능력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닌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보스의 힘에 의해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을 더 높임으로써 의원들의 자율성을 약화시켜 왔다. 또한 정당 이외의 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다른 나라에서 그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규제를 가함으로써 시민사회단체가 국회의원에게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아 의원들에 대한 정당보스의 지배력을 강화해올 수 있었다.

정치자금법은 정경유착을 막고 깨끗한 정치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국고보조를 100배 이상 인상시켜 힘들이지 않고 거대 정당이 돈줄을 확보해 왔다.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아래 정치자금법이 개정되어 왔음에도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정당보스가 쌈지 돈처럼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또한 국고보조금의 95% 이상을 원내교섭단체가 독점함으로써 신생정당이 나와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놓고 있다.

정당법은 규제를 통해서 과점적 이윤을 보장하고 있다기 보다는 무규제를 통해서, 즉 정당보스가 공천장사와 밀실공천을 하고 있음을 세상이 다 알아도 법만은 이에 대해 침묵을 지켜왔는데, 이는 정당의 특권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미국의 각 주 헌법이 그 주 정당의 경선 방식에 대해서 일일이 규정하고 이를 감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인 틀을 그냥 두고서는 아무리 유권자가 낡은 정치에 물들지 않은 후보를 선택하려해도 누가 그러한 후보인지 판단할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다. 방대한 조직은 없지만 진정으로 민의를 반영하는 벤처정당이 출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3김의 과점적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관계법 아래에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치뤄지지 않도록 참여정부는 정치관계법 개정에 앞장서야 한다. 정치권을 압박하고 여론에 호소하여야 한다. 그래도 정치권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때 정치개혁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방법도 적극 고려해 보아야 한다.

3김이 정치무대의 뒤로 사라지는 오늘에 있어서 정치개혁의 방향은 3김이 남긴 과점적 정치구조를 무너뜨리고 유권자가 최저의 가격에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치시장을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체제로 만들어 나가도록 정치에 있어서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 들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그동안 정당의 보스가 휘둘러 왔던 공천권을 정당의 지지자와 유권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국회의 운영에 있어서는 그 동안 총무의 손에 집중되어 있던 국회운영권을 일반 의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미국의회가 의장의 독재를 막기 위하여 의장이 운영위원회에 소속되는 것을 금지하였듯이 총무가 운영위원회에 소속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선거법에 있어서는 각종 참여를 제한하는 규제를 철폐하는 대신 선거자금의 완전공개와 그에 대한 실사를 하여야 한다. 그리고 국고보조는 참여의 확대와 정당의 자구노력 강화를 위해 소액후원금과 소액당비 납부율에 비례하여 배분하여야 한다.
김민전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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