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1-11-02   710

[기고] 이권에 얼룩진 국회, 대안은 없나

국회의원 이권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편집자주)지난달 30일, 참여연대에서 겸직이나 전직에 이해관계가 있는 상임위에 배치된 국회의원이 41명, 소속 상임위와 관련 있는 주식을 보유한 국회의원이 9명에 이르는 등 국회가 국회의원들의 이권에 얼룩져있음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결과는 언론을 통해 관심 있게 보도되었지만 이 문제가 그냥 ‘그럴 줄 알았다’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일까? 이번 조사를 담당했던 의정감시센터 이강준 간사의 글을 통해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문제들과 고민, 그리고 대안에 대해 들어본다.(이 글은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 www.pressian.com 11월 1일자 에 기고된 글입니다.)

의정감시운동을 하면서 가끔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의정감시운동이라는 것이 국회의원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그 비판의 근저에는 우리 정치를 복원하고,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데 있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워낙 높은 상황에서, 시민단체의 정치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뜩이나 높은 시민들의 정치불신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에 대한 막연한 비난이 아니라, 정치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대안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지금보다는 진일보한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치가 실현되는 국회와 그 운영 주체인 국회의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상당히 유의미한 일일 것이다.

너무나 상식적인 얘기지만, 국회의 개혁방향은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회의 기능은 크게 법을 만드는 ‘입법기능’과 예산안의 편성 및 결산 등 ‘재정에 대한 기능’, 그리고 3권 분립 하에서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는 ‘국정통제 기능’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국회의 본래적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개혁 과제들이 있음이 분명하다. 그 중에서 정치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국회의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유권자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겸직이나 전직, 혹은 사적 이익을 위해 의정활동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래서 참여연대에서는 지난 98년부터 ‘국회의원의 이권추구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해 왔고, 지난 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16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문제점에 대한 분석결과와 개혁방향을 제시하게 되었다.

참여연대는 국회의원들의 이권추구행위를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접근했다. 첫째,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겸직과 유관한 상임위에 배치되어 사적 이권을 챙기는 경우, 둘째, 자신이 소속된 상임위와 이해관계에 있는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마지막으로 상당액의 부동산을 소유한 의원이 각종 개발입법을 추진하는 경우를 추적했다.

국회의원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겸직신고

첫 번째, 국회의원이 겸직과 유관한 상임위의 배치 실태를 조사하는 것은 비교적 접근하기가 용이했다. 현행 국회법 29조(겸직)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겸직을 반드시 신고토록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국회 사무처에 “겸직신고 사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관련 자료를 입수했고, 이를 상임위 배정표와 비교해 겸직과 이해관계에 있는 의원들을 뽑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의원들이 신고한 겸직사항이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예컨대 재야운동 출신의 모의원의 경우 10개가 넘는 겸직을 신고했으나, 그 겸직이라는 것이 비영리단체 비상근 고문 등과 같이 겸직으로 인정해야 할지 모호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국회법에 겸직신고조항이 명시돼 있으니, 당연히 하위 규칙이 있지 않을까 싶어 관련법규를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국회 사무처 담당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국회의원들의 겸직신고에 대한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의원들에게 안내문을 보내고 의원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맡기고 있는 실정이라는 얘기를 듣고 일순 황당해졌다.

그렇다면 겸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겸직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으며, 국회법에 명시된 의무조항을 위반했을 경우 어떻게 제재할 수 있겠는가? 결국 참여연대의 분석결과는 국회의원들이 양심껏(?) 사무처에 신고한 내용을 중심으로 한 것으로 일부분 제한적인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재산을 알려면, 산수에 능해야 한다?

다음으로, 주식과 부동산 보유 실태 조사는 그야말로 인내력과의 싸움이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의 모든 공직자는 자신의 재산을 신고하고, 특히 1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은 그 내역을 관보나 공보를 통해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최초 등록 이후에는 매년 재산 변동분만을 공개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예컨대 3선인 A의원의 재산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최초 재산등록 시점인 93년부터 2001년까지의 공보 9개를 펼쳐놓고, 증감분을 일일이 계산해야만 한다. 숫자와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조사하기 어렵게 할지를 연구한 결과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전년 대비 증감분만이 아니라, 재산등록 시점의 보유재산 전체를 함께 공개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지루한 숫자와의 싸움 끝에 주식과 부동산 보유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고, 겸직조사와 마찬가지로 의원들이 보유한 재산과 이해관계에 있는 상임위에 소속된 의원을 추려냈다. 특히 부동산 소유 의원의 경우 그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추적했고, 그 중에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같은 개발법안을 주도한 의원을 추려냈다.

더 이상 의원의 이권추구를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 없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의 경우, 국회의원들의 겸직활동과 이권챙기기를 제도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장치들을 갖고 있다.

미국은 의원이 보수를 받고 “상사, 조합, 협회, 또는 회사의 구성원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하원의 경우 아예 원외소득을 제한하고 있다. 또 하원 직원은 “기본급년액의 15%를 초과하는 원외소득을 당해 연도에 얻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모든 하원의원은 등록관에게 “보수를 받는 겸직, 편의를 제공받은 자, 해외여행, 토지 및 자산” 등을 세세하게 작성한 “이해관계등록부”를 제출하여야 한다. 독일은 의원의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사항, 즉 “최저금액 이상의 수입 및 기부금” 등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법원 안 또는 법원 밖에서 유상으로 변호하는 연방의원은 그 대가가 의장이 정한 최저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의장에게 수임사항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이권챙기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첫째, 미국, 영국, 독일 등과 같이 겸직 등 이해관계 상황을 구체적으로 작성·신고하도록 관련 규정을 만들어 실행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

둘째, 국회법에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는 겸직금지조항(제29조)을 좀더 명료하게 제척(除斥)·회피(回避) 조항으로 바꾸고, 위반시 징계위 회부를 의무화해야 한다.

셋째, 재산등록 및 취업제한만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을 전면 개정해 이권개입 제한을 추가하고, 국회 공직자윤리위에서 징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직자윤리법을 대폭 개정해야 하는 만큼, 과도적으로 현재 국회에 구성되어 있으나 개점휴업 상태인 윤리특위에 시민단체, 학계 등 민간을 포함하는 등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고, 최소한 월 1회 이상 의무적으로 회의를 개최하도록 하는 한편, 회의록의 작성?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

넷째, 미국과 같이 국회의원이 사적 이익을 위해 겸직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혹은 원외소득을 제한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독일의 경우처럼, 국회의원의 변호사 사건 수임 내역을 국회의장에 신고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부당한 개입의 여지를 최대한 방지해야 한다.

이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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