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1-11-14   656

[시론] 민생개혁입법의 처리가 ‘표심’을 잡는 가장 확실한 선거운동

그리고,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막는 길

이제 정기국회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매번 국회가 열릴 때마다 ‘이번에는’ 하면서 ‘혹시나’ 기대를 걸었다가 ‘역시나’하고 실망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이 국회에 대해 무관심한 현실이다.

이번 정기국회도 마찬가지이다. 3개 지역에서 치러진 10.25 재·보궐선거는 정기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 국정감사는 선거일정에 밀려 예년보다 일찍 치러져 의원들의 준비부족으로 충실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여기에 9.11 미국 테러와 의정활동을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에 예속시킨 일부 의원들의 행태가 더해져 도대체 국정감사는 왜 하는지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될 정도였다. 게다가 국정감사장에서는 의원의 면책특권을 남용한 무차별한 폭로와 선거운동성 발언으로 얼룩졌다. 선거운동원으로 차출된 의원들이 선거판을 누비고 다니는 바람에 국정감사가 끝나고 이어진 대정부질의와 상임위 활동도 엉망이었다. 오죽하면 국회의장이 국회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의 출석을 다 불렀을까.

이제 선거도 끝났다. 국회 회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라도 국회가 정신을 차려 그동안 미뤄두었던 의정활동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그것만이 국회를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막는 길이다.

우선 112조원이 넘는 2002년도 예산안 심의를 제대로 해주기를 바란다. 예산은 결국 국민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소중한 세금이 아닌가. 세금이 다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여지지 않고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 쓰여지도록 밤을 새워가면서라도 예산안 심의를 철저히 해주었으면 좋겠다.

또 국회는 밀려있던 각종 민생?개혁입법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경제위기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의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하지 못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을 국회가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상가임대차보호법안이 상정되던 날 법제사법위는 결석한 의원들이 많아 정족수 부족으로 20분만에 회의가 끝나고 말았다. 민생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하고 뒤로 밀리거나, 폐기되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처리된다면 성난 민심이 어떤 방향으로 달려갈지 누구도 모른다. 당장 11월 13일에 있었던 여의도 농민시위를 생각해 보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내린 선거법을 비롯해서 이용호 게이트 등으로 문제가 다시 한 번 드러난 검찰개혁을 위한 검찰청법 개정 등 정치개혁과제도 이번 회기 안에 반드시 처리해주기를 기대한다. 내년에는 상반기에 지방선거, 하반기에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민생개혁입법의 기회는 이번이 거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혹시나’ 민생개혁입법이 ‘이번에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보면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께 간절히 들려주고 싶은 말은 민생개혁입법의 처리가 ‘표심’을 잡는 가장 확실한 선거운동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손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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