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기타(aw) 2003-10-13   928

재신임 정국, 문제는 다시 정치개혁이다

‘총선 저격수’ 정치개혁연대 워밍업

SK비자금 사건이라는 정국의 불똥이 대통령 재신임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대형 화재로 비화했다. 취임 1년도 안된 대통령이 스스로 나서 재신임을 묻고,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할지도 모를 이 엄청난 정국의 소용돌이는 결국 비자금으로 상징되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에 대한 시민사회의 제도적 처방을 정치권이 외면한 결과일 뿐이다.

대통령 재신임 문제에서 확인됐듯이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를 비롯한 정치제도개혁은 이제 국가 존망의 문제를 좌우할 정도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에 『사이버참여연대』는 그간 정치개혁 논의의 좌절을 딛고 다시 정치제도개혁에 도전하는 ‘정치개혁연대’의 움직임과 함께, 정치개혁안에 대한 3당 대표의 입장을 통해 주요 개혁안의 제도화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2편의 기사를 연속으로 싣는다. 편집자 주

참여정부 출범 초기의 정치개혁 열망을 안고 지난 4월 여야의 개혁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구성한 ‘정치개혁추진범국민협의회’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정치개혁 전망은 역대 어느 때보다 높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 6개월 동안 정치개혁을 둘러싼 정치권의 모습은 시민단체에게는 ‘거대한 벽’이었다.

선거제도 개혁 강건너 불구경하는 국회

▲ 각종 개혁안의 개혁주체인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위헌 또는 불합치 판결을 내린 선거제도마저 제도개선을 외면하고 있다.

정치개혁안에 대한 정치권의 한심한 수준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인해 국회의 개정을 기다리는 2개의 선거제도다. 헌법재판소는 현행 1인1표 전국구비례대표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현행 3.88대 1의 선거구 인구편차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연히 헌재의 판결을 수용해야 할 국회는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과거 전례에 비춰 현역 국회의원과 여야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린 이들 선거제도의 개혁은 선거에 임박한 결정일수록 ‘나눠먹기식’ 졸속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런 우려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7월초 김용균 한나라당 의원과 박주선 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27명이 인구하한선에 미달하는 선거구가 통폐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권자를 꿔줄 수 있는’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시민단체의 비난을 샀다. 헌재는 선거구 인구편차에 대한 위헌판결의 예외인정 시한을 올해 연말로 잡았다. 그러나 국회 정개특위에서 인구편차 조정에 따른 의원정수나 선거구제에 대한 여야합의가 늦어지면서 올해까지 과연 개정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미 지난 지방선거에서 적용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제도적 도입 역시 비례대표의 방식에서 각각 권역별과 전국별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입장이 맞서면서 지연되고 있다. 이처럼 국가 최고 사법기관의 결정이 여여 정당의 정략적 이해외 현역 정치인의 기득권이 얽히고 설킨 입법부에서 조롱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선거제도와 관련 목요상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은 “선거일 6개월 전인 10월 중순까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여야의 이해, 정치신인의 활동 기회를 가능한 늦추려는 정치권 일반의 기득권, 대통령 재신임 국면 등으로 인해 올해 안에 이들 선거제도의 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역시 의문이다.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는 여·야, 개혁·비개혁을 불문하고 저항

이번 SK비자금 사건에서도 확인됐듯이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범국민협의회는 지난 6월말 ▲정치자금 수수 이후 일정기간 내에 영수증 발급 의무화 ▲이의 위반시 처벌조항 신설 ▲선관위의 ‘금융거래정보요청권’을 정치자금 일반으로 확대 등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의견청원 한 바 있다.

이 안은 ‘100만 원 이상의 정치자금 수입에 대해서는 수표사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공개토록 한다’는 핵심개혁안이 누락된 것이다. 범국민협의회에 참석해 시민단체와 정치개혁안을 논의했던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개혁적 인사로 분류되는 의원들이지만 “우리 정치현실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도입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로 투명성 강화를 위한 핵심개혁안이 누락된 것이다. 이렇게 후퇴한 안마저 정치권에서 아예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목요상 위원장 역시 지난 9월초 한 시사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자금의 조달 및 수입ㆍ지출의 투명성을 높여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뿌리뽑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정치개혁의 핵심”이라고 하면서도 “야당 후원자의 경우 세무조사 등 유무형의 압력이 아직도 존재하는 정치현실이 먼저 바로잡히지 않으면 1회 100만원 이상, 연 500만원 이상 후원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등의 개혁안은 우리 정치풍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선거관련 제도개혁이 여야의 이해에 따른 입장 차이로 자꾸 미뤄지고 있는 것이라면,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는 여와 야, 개혁인사와 보수인사의 차이를 불문하고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홍석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정치자금 투명성 강화를 위한 개혁안이 대선 전에 제도화돼 있었다면 SK비자금같은 비리사건은 원천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는 외면하면서 자신만은 깨끗한 척 이뤄지는 정치권의 공방은 국민들에게 뻔뻔스럽게 비칠 뿐”이라고 꼬집었다.

지역구에서 정치인 압박 전술

정치권의 정치개혁 외면에 맞서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단체의 연대기구 ‘정치개혁연대’는 지역시민단체를 아우르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성, 14일 ‘정치개혁연대 전국대표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과거 수도권 중심의 시민단체로 꾸려진 정치개혁연대가 전국 200여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전국조직으로 확대 개편되는 것이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올해 연말까지 정치제도개혁에 시민단체가 다시 한 번 힘을 모으려면 지역구 국회의원을 현실적으로 압박할 수 있도록 지역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전국조직이 필요하다”면서 “정치개혁연대는 먼저 1단체 또는 1 활동가가 1 국회의원을 전담해 정치개혁안을 압박하는 ‘전국적 맨투맨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구체적인 압박 수단에 대해서는 14일 열릴 ‘정치개혁 촉구 전국대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치개혁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시민단체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녹색연합, 문화연대, 민변, 전국교수협의회, 참교육학부모회, 참여연대, YMCA, 민예총, 여성민우회, 한국여성운동연합, 연성의전화연합, 환경연, 행정개혁신민연합, 흥사단 등이다. 전국의 지역조직을 갖춘 이들 시민단체 이외에 각 지역의 풀뿌리 조직도 참여한다.

정치개혁연대는 이미 부산, 대전, 충북 등 전국의 주요 지역별로 준비를 마쳤다. 충북지역의 경우 25개 단체 안팎으로 지역의 거의 모든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충북정치개혁연대’ 창립대회를 13일 갖는다.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최근 7명의 지역구 의원에 대해 정치개혁, 사회개혁에 대한 의견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후속으로 공약평가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 결과에 따라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다양한 압박전술을 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지역도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부산경실련을 비롯한 17개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참가해 ‘부산정치개혁시민연대’를 결성하고 14일 발족 기자회견을 갖는다. 대전 지역은 이미 지난 9일 ‘대전정치개혁연대’를 결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박상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기획국장은 “연말까지 각 부문별 개혁입법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개혁입법 실무대책위를 구성했다. 예를 들어 여성민우회에서 호주제폐지, 지방분권연대는 지방분권 3대입법, 참여자치연대는 정치개혁입법 등의 내용을 가지고 현지 국회의원에 대한 설문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 설문조사에 따라 개별 국회의원에 대한 압력 등의 활동이 전개될 것이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전략 워밍업

정치개혁연대는 올 12월까지 정치제도개혁에 화력을 집중할 계획이지만 김민영 국장의 전망대로 “임박한 내년 총선과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내년 총선전략을 고민하는 시민단체 연대기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상우 국장은 “대전정치개혁연대는 내년 총선 이후까지도 활동하는 상설기구의 형태로 갈 것”이라고 밝혔고, 송재봉 국장도 “내년 총선은 후보검증운동을 기본으로 사안에 따라 낙선운동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충북정치개혁연대가 내년 총선활동까지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물론 정치개혁연대가 모든 지역에서 내년 총선전략을 공유하는 연대기구의 위상을 갖는 것은 아니다. 노승조 부장은 “부산 지역의 경우 시민단체 차원에서 특정 당을 지지하는 단체도 있고, 그래서 총선대응전략은 내년 초에 재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국장은 “지역별로 준비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올해 정치개혁연대의 제도개혁 활동은 내년 총선을 위한 워밍업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시민단체의 주요 정치개혁안에 대해 반대하거나,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는 정치인은 지역 유권자의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흥배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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