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칼럼(aw) 2004-01-08   1456

[기고] 상식이 통하는 ‘국회’는 불가능합니까!

비리혐의 국회의원 ‘체포도우미’로 나선 이유

참여연대는 1월 8일 오전 11시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비리 혐의 국회의원 검찰 자진출두와 정치개혁 전면 수용 촉구 기자회견’을 연 뒤 7대 차량으로 비리 혐의 대상자 자택을 방문하여 의원직 사퇴와 검찰 자진 출두를 강하게 촉구할 예정이다. 이 캠페인 실무자인 안진걸 참여연대 회원참여팀 팀장은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하며 스스로 ‘체포도우미’를 자임한 사연을 기고했다. 편집자 주

단돈 몇 천원, 몇 만원 때문에도 감옥에 갇히는 사연을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목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죄에 연민하지만 사법정의를 나무라지 않습니다. 때로는 사법정의는 그렇게 해서라도 실현되어야 하는 고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찌하여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만큼은 그 서릿발같은 사법정의가 구현되지 않는 것입니까? 비단 7명의 비리혐의 의원들 뿐이겠습니까?

수사권도 없는 우리가 그들을 체포하는 도우미를 자처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한 두푼 때문에 감옥에 갇히는 서민들과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그들은 법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누구보다도 법을 잘 지켜야할 사람들이 바로 국회의원 그들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요. 아직 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혐의 내용으로 본다면 많게는 수백 억원에 이르기까지 부당한 돈을 챙긴 중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자들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사당을 활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도, 경찰도 ‘불체포 특권’ 때문에 그런 자들을 마냥 바라만보고 있어야 하는 실정입니다.

‘차떼기 정치인’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의 경우 검찰의 소환에도 불응하고 당직자들마저 연락이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전 최 의원은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안 표결 때는 느닷없이 국회에 나타나서 찬성표를 던지고 웃으면서 동료의원들과 환담을 나누는 모습이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과연 이것이 법이 살아있는 나라인가요.

옆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 경찰을 기다리지 않고도 우리가 도둑을 잡기 위해 뛰어나가는 평범한 이웃들처럼 우리도 그렇게 ‘도둑’보다 더한 범죄 혐의자들을 잡아 일반인들과 똑같이 검찰의 수사를 받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비록 저희에게 수사권은 없지만, 자연법과 상식이 부여한 범죄인에 대한 ‘저항권’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외에도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여러 의원들은 신성한 재판마저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이들은 ‘표’로서 심판받겠다고 장담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겐 그것마저도 부정의하다고 판단합니다.

이들에게 낙선이라는 대가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선거 때까지라도 특권이 보장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사법정의 침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판받아야 할 일이 있다면 선거 날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심판받아야 마땅하며 그것이 기본적인 사법정의입니다.

국회의원 신분이라고 해서 사법정의 실현이 지체될 하등의 이유는 없습니다. 법을 만들고, 개정하고, 또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할 국회의원들이 중대한 불법을 저지른 피의자라는 상황은 그 자체로 모순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방탄국회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정말로 기가 막힌 노릇입니다.

비리 혐의자들에 대한 불구속수사 원칙도 맞습니다. 저희도 그걸 인권옹호 차원에서 주장해왔습니다. 불구속수사 원칙이 변호사도 없이 재판을 치르는 서민 피의자들에게는 잘 적용되지 않는 현실에서 우리는 불구속수사 원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는 아주 다릅니다. 일부 의원들의 경우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거나, 말맞추기,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고, 액수도 거액입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강제수사는 불가피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체포가 지연될수록 사법정의 실현이 지체되는 것이므로 우리가 ‘체포 도우미’로 나서는 것입니다.

소박한 서민들의 평범한 상식이 이번만큼은 배신당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안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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